[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네덜란드에레디비지 득점왕은 아시아 선수다. 이란 국적 공격수 알리레자 자한바크시가 21득점으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자한바크시의 다음 목표는 ‘2018 러시아월드컵’이다.

지난 6일(한국시간) 열린 2017/2018 에레디비지 최종 34라운드에서 AZ알크마르가 PEC즈볼레를 6-0으로 대파했다. 알크마르 주전 윙어 자한바크시가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자한바크시가 득점왕으로 확정된 경기였다. 앞선 33라운드 당시 자한바크시는 18득점을 기록 중이었고, ADO덴하그 공격수 뵤른 마르스 욘센이 17골로 추격하고 있었다. 최종전에서 욘센 역시 2골을 넣어 19골에 도달했으나 자한바크시의 득점력이 더 강했다.

아시아 선수가 유럽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건 드문 일이다. 이란계 언론은 ‘유럽 주요 리그’에서 아시아 선수가 득점와을 차지한 건 사상 최초라고 전했다. 최근 에레디비지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크라이나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던 막심 샤츠키흐와 비슷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 대표 샤츠키흐는 우크라이나프리미어리그 명문 디나모키예프에서 활약하며 득점왕을 2회 차지했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골을 넣은 전설적 공격수다. 자한바크시는 샤츠키흐 이후 15년 만에 나온 유럽의 아시아인 득점왕이다.

자한바크시는 손흥민처럼 주로 윙어로 뛰면서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다. 오른쪽 측면에서 뛰다가 중앙으로 이동해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많은 골을 기록한다. 드리블, 크로스, 패스 등 윙어 본연의 플레이도 능숙하다. 21골과 함께 12어시스트까지 기록했다. 이번 시즌 에레디비지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 자원이었다.

최근 공격수 육성의 명가로 떠오른 AZ가 배출한 또 한 명의 역작이기도 하다. AZ는 지난 10년 동안 득점왕을 3명이나 배출했다. 이 기간 동안 최다 기록이다. 다만 AZ 득점왕 출신이 빅 리그에서 대성하기 유독 힘들어했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지난 2008/2009시즌 득점왕 무니르 엘함다위는 피오렌티나, 말라가에서 실패를 겪고 현재 에레디비지 구단 트벤테에서 뛰고 있다. 2015/2016시즌 득점왕 빈센트 얀센은 토트넘홋스퍼에서 잉여 전력으로 전락한 뒤 페네르바체로 임대됐다.

선배들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아직 자한바크시에게는 가능성이 남아있다. 자한바크시는 25세에 불과하다. 여전히 성장할 수 있는 나이다. 득점뿐 아니라 어시스트에도 재능이 있기 때문에 빅 리그로 진출했을 때 플레이스타일을 바꿔 살아남을 수도 있다.

자한바크시의 눈 앞에 닥친 숙제는 러시아월드컵이다. 그동안 자한바크시는 이란 대표팀에서 존재감이 희미했다. 대표팀에서 36경기 4골로 저조한 득점에 그쳤다. 에레디비지 최강 공격수로 거듭난 이번 시즌 기간에도 A매치 8경기에 참가해 단 1골이 전부였다. 아시아에서 라이벌인 한국을 상대로 아직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이란에서 자한바크시의 비중은 작다.

자한바크시는 지난 3월 평가전에서 득점에 실패했다. 이제 월드컵 전까지 남은 세 차례 평가전에서 기량을 증명해야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이달 대표팀이 소집되면 우즈베키스탄, 터키, 리투아니아와 각각 친선 경기가 예정돼 있다. 공격력을 극대화해야 하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에게 자한바크시 활용법을 찾는 건 큰 숙제다.

자한바크시는 이번 시즌 유럽 무대의 아시아 선수를 통틀어 정규리그 최다득점자가 확실시된다. 시즌 활약상으로 보면 한국의 손흥민에 이어 두 번째로 좋았던 아시아 공격수라고 할 만하다.

이란은 역대 월드컵에서 한 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이 없다. 늘 공격수의 기량이 부족했다. 러시아월드컵 역시 이란은 수비를 가장 먼저 생각하며 소극적인 경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자한바크시가 역습을 이끌어줄 수 있다면 이란의 이변 가능성은 한결 높아진다. 이란은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와 함께 B조에 속해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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