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토트넘홋스퍼는 주전 공격수 해리 케인이 없는 가운데 2선 자원들의 활발한 공격과 뒷문의 단단함으로 첼시를 눌렀다. 4위 경쟁에서 한 발 더 앞섰다.

토트넘은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승점 64점으로 4위 자리를 지킨 토트넘은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진출에 한 발 가까워졌고, 첼시는 승점 56점에 머물려 토트넘과 차이가 더 벌어졌다.

첼시 원정에서 토트넘이 승리를 거둔 건 28년만이다. 토트넘은 1990년 이후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25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가 4위 싸움에 분수령이 된 경기에서 중요한 승리를 따냈다. 주전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 부상 여파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2선의 파괴력은 첼시보다 앞섰고, 다빈손 산체스는 든든하게 후방을 지켰다.

 

불 뿜는 토트넘 2선, ‘케인 없어도 걱정 마’

케인은 명실상부한 토트넘의 에이스다. 지난 2시즌동안 EPL 득점왕에 올랐고, 이번 시즌에는 30경기에서 24골을 넣었다. 토트넘을 상대하는 팀들에는 케인이 경계대상 1호다. 그러나 케인은 첼시전을 벤치에서 시작했다. 지난 달 본머스전에서 당한 발목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을 대신해 손흥민을 원톱으로 기용했다. 자리는 최전방 스트라이커였지만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안보다는 밖에서, 중앙보다는 측면에 빠져서 공을 더 많이 만졌다. 제로톱에 가까운 전술이었다.

토트넘은 지난 2년간 케인 없이 리그 9경기(첼시전 제외)를 치렀다. 그 중 빈센트 얀센이 4번, 손흥민이 5번 스트라이커로 출전했고, 5승 3무 1패를 기록했다. 케인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비교해보면 케인 없이 치른 경기의 공격지표가 조금 더 높게 나타난다. 케인 출전 시 90분당 유효슈팅 6.4개에 2.1골을 기록한 토트넘은 케인이 없을 때 유효슈팅 6.7개, 2.3골을 기록했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케인이 없을 때 토트넘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평균적으로 파이널 서드(경기장을 셋으로 나눴을 때 상대 진영)와 미드 서드(경기장 중앙 지역)의 경계 부근에 위치한다.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의 빈도나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만지는 횟수도 케인이 있을 때보다 소폭 감소한다. 공격수가 낮은 위치에 있으면 상대 수비수는 굳이 엉덩이를 빼고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되고, 수비라인을 올린다. 토트넘의 발 빠른 2선 공격수들은 올라온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노려 득점을 만든다.

첼시전에 나온 3골 모두 토트넘 2선 자원의 발에서 나왔다. 전반 추가시간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첼시 수비가 분산되며 공간이 열리자 지체 없이 중거리 슈팅을 날려 동점골을 넣었다. 후반에 나온 델레 알리의 2골은 수비 배후 공간을 허물며 만들어졌다. 알리는 후반 17분 수비진영에서 에릭 다이어가 길게 공을 넘겨주자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과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 사이를 파고 들어 역전골을 넣었다. 3번째 골은 에릭센이 첼시 왼쪽 수비 뒷공간을 침투한 손흥민에게 내준 패스가 시작이었다.

 

믿을맨으로 커가는 다신손 산체스

토트넘이 첼시 원정에서 오랜만에 승리를 거두는 데에는 후방을 든든히 지킨 수비진의 역할도 컸다. 첼시는 토트넘보다 많은 슈팅을 기록했다. 그러나 산체스와 얀 베르통언이 좋은 위치를 먼저 선점했기 때문에 슈팅의 위력이 크지 않았다.

산체스는 이번 시즌 토트넘 주전 센터백으로 뛰고있다. 토비 알더베이럴트가 부상과 재계약 문제 등으로 결장하는 사이 베르통언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첼시전에서 산체스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첼시의 득점 장면에서 알바로 모라타를 놓치고, 후반에 걷어내기 실수를 범했지만 다른 장면에서는 첼시 공격을 효과적으로 수비했다.

첼시는 경기 초반 모라타와 에덴 아자르를 앞세워 효과적인 공격을 펼쳤다. 전반 17분에는 모라타가 왼쪽으로 침투한 아자르를 향해 패스를 넣어주며 토트넘이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아자르보다 뒤에서 출발한 산체스는 빠르게 쫓아가 어깨를 먼저 집어넣으며 첼시의 공격을 지연시켰다. 전반 43분에는 마르코스 알론소의 크로스를 차단하고, 이어진 은골로 캉테의 슛까지 막아냈다.

산체스는 90분을 뛰며 팀 내 가장 많은 가로채기와 걷어내기를 기록했다. 몸을 날리는 태클은 없었지만 먼저 수비위치를 잡고 발을 내밀어 첼시의 공을 5번 뺏어냈다. 첼시의 공격을 차단해 걷어낸 횟수는 10번이나 된다. 양 팀 통틀어 최다 기록이다.

이번 시즌 아약스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산체스는 경기 중 큰 실수를 자주 하며 비싼 이적료 값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첼시전에서도 실수가 있었지만 뛰어난 피지컬 능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실수를 만회할 만한 수비력을 보여줬다. 산체스는 올해 21세의 어린 수비수다. 매 경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미래가 기대되는 센터백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