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K리그는 지략가로 분류되는 감독이 귀한 시대다. 이번 시즌 K리그1에서 가장 지략가에 가까운 김종부 경남FC 감독과 송경섭 강원FC 감독이 모두 순항 중인 건 우연이 아니었다. 두 감독의 맞대결은 서로 다른 스타일의 충돌이라 더 흥미진진했다.

1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4라운드를 가진 경남이 홈팀 강원을 3-1로 꺾었다. 경기 결과 4전 전승을 달린 경남이 선두를 유지했고, 연승이 처음 깨진 강원은 4위로 떨어졌다.

두 감독은 올해 K리그에서 가장 이질적인 사령탑이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비운의 천재’라는 이야기를 듣는 엘리트 선수였으나 지도자로서 탄탄대로를 걷지 못하고 아마추어 축구계에 오래 머물다 경남을 직접 승격시키며 자신의 능력으로 1부 무대에 합류했다. 독특한 지도 방식과 전술 운용으로 화제를 모았다. 송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전임 지도자로 오래 경력을 쌓은 소위 ‘공부하는 지도자’다. 1990년대 스타 출신 감독이 주류가 된 K리그에서 두 감독의 이력은 이채롭다.

맞대결에서 두 감독의 스타일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경남은 포진이 잘 맞지 않고 느슨해보이는 경기 운영을 할 때도 있지만,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득점 루트의 개발과 보유한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조합이 특기다. 팀 조직력을 높이기 위해 선수를 전술에 짜맞추는 것이 아니라 선수의 특성에 맞게 전술을 짠다.

송 감독은 프로 경력이 없다는 우려를 딛고 뛰어난 전술적 완성도로 시즌 초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측면, 중앙, 그 사이 공간을 두루 활용하는 선수 배치와 조직적인 대형 유지 등 세련된 유럽 축구에 가장 근접한 스타일로 강원의 노선을 잡았다. 한때 황선홍 감독이 포항스틸러스를 이끌며 가장 짜임새 있는 감독으로 인정 받았지만, 황 감독이 FC서울에서 과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전술의 완성도는 송 감독이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경남은 뛰어난 공격 리더 네게바를 전술에 가두기보다 마음껏 활개칠 수 있도록 했고, 네게바가 선제골을 이끌어냈다. 전반 39분 네게바가 개인기에 이어 올린 크로스를 말컹이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강원은 후반 20분 논리적인 전술 변화를 통해 반격했다. 공격수 제리치를 추가 투입해 최전방을 투톱으로 바꾼 뒤 중앙 공격의 비중을 높인 것이 추격골을 낳았다. 전반전에 윙어에 가깝게 움직였던 디에고까지 중앙으로 들어갔고, 투톱과 디에고가 동시에 경남의 중앙 수비를 공략한 끝에 제리치의 동점골이 나왔다.

더 강한 쪽은 김 감독이 마련해 둔 여러 공격 루트였다. 경남은 후반 23분 이재명이 기습적인 압박으로 공을 탈취한 뒤 패스를 내주자 말컹이 마무리하며 다시 앞서 나갔다. 이날 활약이 미진했던 김신과 쿠니모토를 빼고 배기종과 김효기를 투입했는데, 절묘하게도 배기종의 패스를 김효기가 마무리하며 쐐기골이 나왔다. ‘김종부 매직’은 이날도 유효했다.

전술의 의도가 분명하고, 의도를 그라운드 위에서 확실하게 구현할 수 있는 팀은 관중들에게도 더 큰 재미를 선사한다. 경남과 강원은 주먹구구로 경기한다는 인상을 거의 주지 않으며, 확실한 노림수를 향해 공을 운반하는 대표적인 팀이다. 성적을 낼 자격이 있다는 걸 맞대결에서 잘 보여줬다. 선발 멤버들이 보여준 전술의 스타일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대조적인 재미를 줬고, 양쪽 모두 교체카드를 써서 골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도 지략 싸움의 면모가 보였다.

경남은 이 승리로 4전 전승과 함께 최다득점과 최소실점(11득점 3실점) 기록도 이어갔다. 말컹은 6득점으로 득점 1위를 더욱 굳혔고, 네게바는 2도움으로 도움 선두권에 합류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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