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경남FC가 말컹에 이어 네게바까지 두 번째 브라질 선수 ‘대박’을 노린다. 네게바는 K리그1 ‘정상 결전’이었던 강원FC 원정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경남은 1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4라운드에서 강원을 3-1로 꺾었다. 나란히 3전 전승 중이던 1, 2위 팀의 대결이라 관심을 모았다. 승자는 경남이었다. 경남은 말컹의 두 골과 김효기의 한 골로 승리를 따냈다.

네게바의 공격 포인트는 도움 1개에 불과하지만 실제 경기에 미친 영향력은 가장 컸다. 말컹은 득점 장면 외에는 공을 많이 만지지 못하면서 강원 수비에 봉쇄되어 있다가 동료들이 만들어 준 기회를 마무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2선에 배치된 선수 중 김신과 쿠니모토 역시 강원의 저항을 뚫지 못했고, 후반 25분 나란히 교체됐다.

공격진 중 왼쪽과 중앙을 오가면서 활약한 네게바의 활약상이 가장 돋보였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첫 슛을 날린 네게바는 전반 14분 유연한 동작으로 강원의 라이트백 강지훈을 돌파한 뒤 위협적인 땅볼 크로스를 시도했다. 원래 윙어 출신인 강지훈은 네게바의 적극저인 돌파에 당했다.

전반 39분 선제골 상황에서 네게바의 기술과 킥이 모두 빛났다. 강지훈은 네게바에게서 공을 빼앗기보다 지연하려는 수비를 했다. 네게바는 후방으로 살짝 이동하며 수비의 견제에서 도망간 뒤 얼리 크로스를 올렸고, 정확한 킥은 말컹의 헤딩골로 이어졌다.

후반 8분 속공 전개는 네게바의 중앙 돌파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네게바는 현란한 스텝오버 드리블로 박정수를 돌파해 직접 강원 문전으로 돌진했다. 센터백 발렌티노스가 견제하러 나오자 수비 조직을 흐트러뜨린 다음 김신에게 패스를 해 말컹의 슛까지 이어지는 공격 작업을 이끌어냈다.

봄과 함께 드러난 네게바의 ‘클래스’

네게바는 말컹보다 두 살 많은 26세다. 2011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을 차지할 때 전 경기에 교체 투입되는 핵심 서브 멤버로서 활약했던 세계적 유망주 출신이다. 그러나 이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네게바는 브라질 명문 플라멩구의 기대주에서 쿠리치바, 그레미우 등 다른 팀을 전전하는 선수로 점점 입지가 좁아졌다. 결국 올해 경남에 입단하며 첫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플라멩구 시절인 2011/2012시즌 브라질 대표 대선배 호나우지뉴와 친분을 쌓았다. 호나우지뉴는 지난해 태어난 네게바의 딸에게 대부가 되어 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선수로서 은퇴한 뒤 가수 등 다양한 활동 중인 호나우지뉴는 지난주 홍보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가까운 한국에 네게바가 있다는 걸 떠올린 호나우지뉴는 영상통화로 네게바에게 “일본으로 건너와라. 같이 놀자”고 권했다. 네게바는 시즌 중이라 움직일 수 없었다. 이 모습을 곁에서 본 경남 관계자는 “호나우지뉴에게서 정말 영상통화가 오더라. 브라질에서 확실히 잘 나갔던 선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청소년 대표 동료라는 필리페 쿠티뉴, 오스카와의 친분은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웃었다.

처음 경남에 합류했을 때는 화려한 과거만큼 눈에 뜨지 못했다. 호성원 피지컬 코치의 혹독한 동계훈련을 앞장서서 견뎌내며 스무살 시절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해외 진출이 처음인 네게바는 한국의 겨울 추위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몸이 덜 풀린 네게바의 슛은 훈련 중에도 자꾸 빗나갔다. 지난해 활발한 경기를 했지만 결국 한 골도 넣지 못한 브루노(현 수원FC)를 연상시키는 불길한 징조였다. 3월 말이 되면서 날씨가 따뜻해지자 네게바의 관절이 유연함을 되찾았고, 갑자기 연습 경기에서 슛의 임팩트가 좋아졌다. 그 결과 3라운드 전남드래곤즈전에서 첫 골을 넣었고, 강원전에서 폭발적인 드리블이 나왔다.

경남 관계자는 “네게바는 브라질 특유의 유연한 발목을 가졌고, 불안정한 자세에서도 폭발력이 있는 선수다. 한국에 오는 선수들은 브라질 선수치고 조금 뻣뻣한 경우가 많은데 네게바는 그렇지 않다. ‘헛다리’ 드리블을 한 뒤 속도가 전혀 줄지 않고 바로 튀어나가는 능력이 있다. 그런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네게바는 말컹에게 형 노릇도 한다. 말컹보다 프로 경험이 많고 축구에 대한 태도가 진지한 편이다. “축구가 내 일이기 때문에 대충 해서는 안 된다”와 같은,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 민망해질 수도 있는 발언도 자주 한다. 강원전에서 전력을 다해 수비에 가담하던 네게바가 집중력이 흐트러진 말컹에게 포르투갈어로 소리를 치며 정신을 다잡아주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밴드’ 인터넷판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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