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베트남축구협회는 박항서 감독의 경험을 믿고 지휘봉을 맡겼다. 박 감독은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지도력으로 베트남 축구의 기적을 썼다.
박 감독은 지난 1월 중국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이끌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이 AFC 주관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박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부진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던 한국 대표팀과 비교되며 한국에서도 ‘박항서 신드롬’이 일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로부터 3급 노동훈장을 받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박 감독의 인기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부임 초기에는 실업팀을 지휘하던 감독을 대표팀에 데려왔다며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베트남축구협회는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박 감독을 믿었다.
박 감독의 베트남 진출을 추진했던 이동준 디제이매니지먼트 대표가 적극적으로 어필한 것도 박 감독의 풍부한 경험과 성적이었다. 이 대표는 “베트남에서 내건 조건이 월드컵 경험이 있는 코칭스태프였다”라고 밝혔다. 처음에는 전세계에서 300명이 넘는 지도자 베트남 감독직에 지원했다. D이 대표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성과를 낸 것과 상주상무, 창원시청을 거치며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을 강조했다.
사실 박 감독은 한국에서 밀려나듯 베트남으로 떠났다. 최근 K리그 팀들은 젊은 지도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들은 설 자리가 부족해졌다. 지난 달 25일 ‘풋볼리스트’를 만난 박 감독의 부인 박상아 씨도 지도자 세대교체 흐름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오랜 지도자 생활을 하며 쌓아온 노하우들은 베트남에서 빛을 발했다. 빠르게 베트남 선수들의 특징을 파악해 맞춤 훈련을 시켰다. 기술과 체력이 뛰어난 대신 체격이 작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유, 생선, 두부 등 고단백질 식품으로 식단을 짰다. 상체근력을 키우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시키기도 했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했던 경험도 베트남을 지도하는데 큰 힘이 됐다. 박 감독은 “히딩크 감독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은 아직도 기억에 있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당시 히딩크 감독과 생활하며 느낀 점을 적어둔 노트를 가지고 있다. 대회를 치르면서도 노트를 다시 펴보며 힌트를 얻었다.
경기장뿐 아니라 라커룸에서도 박 감독의 존재감은 컸다. 박 감독은 경기 전후로 선수들을 안아주며 신뢰를 보냈다. 베트남 공격수 응우옌 꽝하이는 대회 도중 “박항서 감독님은 우리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매 경기 우리 스스로를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라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박 감독의 노력은 베트남 내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박항서 감독을 통해 한국 스포츠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생겼다. 앞으로 한국 감독들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하며 박 감독이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증진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디제이매니지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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