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김완주 기자= 기적은 혼자 만든 게 아니다. 

베트남 축구의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이 귀국했다. 그와 함께 기적을 일군 이영진 수석코치도 함께였다.

베트남 U-23(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일궈냈다.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초로 AFC 주관대회 4강 진출에 이어 결승 무대에까지 올랐다. 기적이었다. 베트남 축구의 기적 뒤에는 한국인 코칭 스태프가 있었다. 박항서 감독과 이영진 수석코치, 배명호 피지컬 코치는 동남아시아에서도 약체로 평가받던 베트남을 확 바꿔놨다.

박항서 감독과 이영진 코치는 8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인천 송도의 홀리데이 인 인천 송도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 “안녕하십니까,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박항서입니다”라는 말로 인사를 한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기적을 두고 “절대 혼자만의 힘으로 만든 게 아닙니다. 이영진 코치와 배명호 피지컬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 이영진 코치와 나란히 앉은 박 감독은 한 시간 남짓 진행된 회견 동안 이 코치의 이름을 수 차례 언급했다. 승부차기에서 연달아 승리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도 이 코치와 많은 논의를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고,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도 이 코치를 꼽았다.

박 감독이 이 코치를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꼽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베트남 대표팀 내에서 박 감독은 아버지 같은 역할을, 이 코치는 어머니 같은 역할을 맡았다. 두 사람의 사이에는 신뢰와 믿음이 있었다. 박 감독은 “이영진 코치에게 성공은 확신할 수 없지만 둘이 동남아를 개척해 보자고 농담 삼아 말했었다”라고 이 코치에게 코치직을 제안했을 때를 회상하며 “함께 베트남에 가자고 했을 때 아무 조건 없이 따라준 이영진 코치에게 고맙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대학과 프로팀 감독을 맡으며 나름대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던 이 코치가 베트남 수석코치를 선뜻 수락한 건 서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인연이 있었다. 당시 같은 방을 썼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도전해보고 싶다는 감독님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고, 나에게도 도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했다”라고 이야기 했다.

조별리그를 치를 때부터 박 감독의 부담을 덜어준 것도 이 코치였다. 이 코치는 조별리그부터 시작해 토너먼트에 진출한 뒤에서 박 감독에게 항상 ‘즐기시라’라는 말을 건넸었다. 그도 “나도 벤치에서 긴장하지 않고 즐겼다”라고 말했다. 다만 결승전 마지막 순간에는 그도 즐기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과 한 결승전 연장 후반 막판 실점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승전에서도 119분을 즐겼는데 마지막 1분은 즐기지 못하고 화가 많이 났다”라고 회상했다. 그 때는 반대로 박 감독이 “이만하면 됐다”라는 말로 이 코치를 위로했다.

베트남에서 의기투합한 박 감독과 이 코치의 활약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바꿔놨다. 박 감독의 에이전트인 이동준 디제이매니지먼트 대표는 “박항서 감독을 통해 한국 스포츠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생겼다”라며 “앞으로 한국 감독들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도전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박 감독과 이 코치는 한국에서 짧은 휴식을 취한 뒤 베트남으로 출국해 3월 27일에 있을 A대표팀의 요르단 원정을 준비한다. 3월에는 베트남 리그가 시작되기 때문에 새로운 선수도 관찰해야 한다. 박 감독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라며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사진=디제이매니지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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