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리버풀은 2017/2018시즌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선두 맨체스터시티 다음으로 공격적인 팀이다. 리버풀의 막강한 화력 뒤에는 호베르투 피르미누의 헌신이 있다.

이번 시즌 리버풀의 에이스는 단연 모하메드 살라다. 살라는 EPL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인 선수다. 윙어지만 21골을 넣었고 6개의 도움도 기록했다. 살라에 가려져 있지만 리버풀의 ‘언성 히어로’는 피르미누다. 리버풀 레전드인 제이미 캐러거가 “피르미누는 EPL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피르미누는 리버풀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뛴다. 리그 내 다른 공격수들과 비교했을 때 피르미누의 공격포인트 생산 능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올 시즌 피르미누는 EPL에서 11골 5도움을 기록했다. 경쟁 팀 공격수인 해리 케인(토트넘홋스퍼, 22골 1도움),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시티, 17골 5도움), 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유나이티드, 12골 5도움)와 비교하면 뒤쳐지는 기록이다.

사실 피르미누는 최전방 공격수가 익숙하지 않은 선수다. 유럽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호펜하임에서는 처진 스트라이커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주로 뛰었다. 2015/2016시즌 리버풀로 이적한 뒤에는 최전방 공격수와 윙어를 오가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피르미누는 위르겐 클롭 감독 부임 이후 ‘가짜 9번’ 역할을 하면서 잠재력을 폭발하기 시작했다. 다니엘 스터리지의 부상으로 마땅한 최전방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클롭 감독은 피르미누를 최전방에 기용했다. 피르미누는 왕성한 활동량과 수준급 연계 능력을 바탕으로 클롭 축구에 완벽하게 녹아 들었다.

클롭 감독은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축구를 선호한다. 피르미누는 공격수에게도 적극적인 전방 압박과 수비가담을 요구하는 클롭 감독의 전술에 특화된 선수다. 특히 수비 능력에서 경쟁 팀 공격수들보다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EPL 상위 6개팀 공격수 중 가장 많은 태클을 성공한 공격수는 피르미누다. 피르미누는 25경기에서 태클 40회를 성공했다. 아스널의 알렉상드르 라카제트(20회)와 비교하면 2배 많은 수치이고, 맨유의 루카쿠(5회)보다는 8배나 많은 수치다. 팀 내에서도 엠레 찬(56회)과 조 고메즈(50) 다음으로 태클을 많이 시도하고 많이 성공했다.

수비 능력을 보여주는 다른 지표인 가로채기도 피르미누는 공격수 중 단연 으뜸이다. 가로채기 14회를 성공했다. 첼시의 알바로 모라타(6회)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단 1회를 기록한 루카쿠보다는 14배나 많다.

피르미누가 클롭식 전방 압박에 특화됐다고 말하는 이유는 스프린트 횟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90분당 평균 76회의 스프린트를 기록 중이다. 수시로 뛰어다니며 상대 수비를 압박하는 것이다. 클롭 감독은 “피르미누는 경기를 뛰고도 다음 날 하루만 쉬면 훈련에 정상적으로 복귀한다. 그는 훈련에서조차 쉴 줄을 모른다”라며 피르미누의 체력을 칭찬하기도 했다.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상대를 압박하는 피르미누의 헌신 덕에 좌우 윙어로 나서는 살라와 사디오 마네는 편하게 공격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피르미누는 득점력도 점점 향상되고 있다. 여전히 골 결정력이 약점이라고 지적 받고 있지만 경기당 슈팅 시도가 2.9개에서 2.2개로 줄어든 대신 득점력은 더 높아졌다. 이미 지난 시즌 기록한 11골과 동률을 이루고 있다. 피르미누가 리버풀의 ‘언성 히어로’로 평가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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