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아스널이 달라졌다. 더 이상 돈을 아끼는 ‘짠돌이’구단이 아니다. 6개월 만에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다시 썼다.

아스널은 31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보루시아도르트문트에서 공격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아스널은 오바메양 영입을 위해 이적료로 5,600만 파운드(약 847억 원)를 지불했다. 아스널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 신기록이다.

오바메양의 이적료는 지난 여름 아스널이 올림피크리옹에서 알렉상드르 라카제트를 영입하기 위해 투자한 이적료보다 높은 금액이다. 라카제트의 이적료는 5,200만 파운드(약 786억 원)로 당시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였다. 아스널은 오바메양을 영입하며 6개월 만에 이적료 기록을 새로 썼다.

아스널은 원래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쓰는 구단이 아니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아르센 벵거 감독은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경쟁팀들이 거액의 이적료를 쓰며 선수를 사오는 것을 보고 “이적시장이 미쳤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벵거 감독은 많은 돈을 써가며 슈퍼스타를 사오는 대신 어린 선수를 슈퍼스타로 키운다는 목표를 가지고 팀을 운영해왔다. 세스크 파브레가스, 시오 월콧 등이 이런 기조에 맞춰 아스널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다. 2000년대 초반 아스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콜로 투레, 엠마누엘 프티, 프레데릭 융베리, 패트릭 비에이라 등도 비교적 저렴한 이적료로 영입된 선수들이다.

아스널이 이적시장에서 지출을 줄여왔던 건 벵거 감독의 철학 때문만은 아니었다. 구단 재정 상태와도 관련이 있다. 아스널은 현재 홈구장으로 사용 중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건립을 위해 3억 9,000만 파운드(약 5,900억 원)를 투자했다. 커다란 지출이 있었기 때문에 팬들도 아스널이 슈퍼스타를 영입하지 못하고 리그 우승을 못하는 것에 대해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 완공되고 아스널이 유럽 최고 수준의 입장료를 받으며 재정 상황이 나아지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승 경쟁에서 매년 뒤쳐지고 유럽 대항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벵거 감독과 구단 경영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아스널은 2013/2014시즌을 앞두고 큰 돈을 들여 메수트 외질을 영입했다. 아스널이 외질의 이적료로 레알마드리드에 지불한 금액은 4,240만 파운드(약 640억 원)다. 당시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였다. 종전 기록은 10년 전인 2003/2004시즌 세비야에서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를 영입하며 지불한 1,800만 파운드(약 272억 원)였다. 직전 2시즌 동안 이적시장에서 수익을 냈던 아스널은 2013/2014시즌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아스널은 이적시장에서 적자를 기록하며 꾸준히 선수영입에 투자했다. 2014/2015시즌에는 알렉시스 산체스를 영입했고, 2016/2017시즌에는 그라니트 자카와 시코드란 무스타피를 데려왔다. 그리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라카제트를 영입했다. 이들 모두 오바메양이 영입되기 전까지 구단 역대 이적료 지출 상위 5위에 드는 선수들이었다.

큰 돈을 들여 영입한 선수들은 아스널의 중심 선수로 발돋움했다. 최근 맨체스터유나이티드도 이적한 산체스를 제외하면 4명 모두 이번 시즌 아스널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아스널의 공격적인 투자에 신호탄 역할을 했던 외질은 활약을 인정받아 구단 역사상 최고 주급으로 재계약을 맺었다.

높은 이적료는 그 선수에 대한 기대치를 나타낸다. 오바메양 역시 많은 기대를 받고 아스널에 영입됐다. 오바메양은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16경기 13골을 넣었을 정도로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다. 벵거 감독도 “공격에 힘을 불어 넣어줄 선수”라며 오바메양을 높게 평가했다. 오바메양은 “팀을 가능한 빨리 정상에 올려 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입단 소감을 밝혔다.

사진=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캡쳐,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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