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월드컵에 나갈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선수 면면은 어느 정도 윤곽이 그려졌다. 특히 공격 포지션에서는 손흥민, 기성용, 이재성 등 신태용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선수들이 있다. 그러나 기성용의 파트너 자리는 아직 무주공산이다.

신 감독은 지난해 7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선수 명단을 6번 발표했다. 이중 가장 많은 선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린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 자리다. 모두 14명의 선수가 중앙 미드필더로 대표팀에 선발돼 경기에 출전했다.

지난 8월 한국과 이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을 포함해 신 감독이 지휘한 경기는 모두 11경기다. 신 감독은 3-4-3, 4-2-3-1, 4-4-2 포메이션을 실험했다. 모든 전술에서 중앙에 두 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했다. 그러나 중원 조합은 매 경기 달랐다. 주세종과 정우영 조합이 2경기에 선발로 나서긴 했지만 포메이션이 달랐다. 중원 조합이 매번 바뀐다는 것은 확실한 주전이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신 감독이 대표팀을 맡고 가장 많이 사용한 전술을 4-4-2다. 지난 11월 국내에서 콜롬비아와 치른 평가전을 시작으로 5경기에 이 전술을 활용했다.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전형적인 측면 미드필더를 두지 않고 4명의 미드필더가 활발히 움직이며 공격 전개에 힘썼다.

한국은 최근 터키 안탈리아에서 치른 2번의 친선전에서도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터키로 떠나기 전 신 감독이 “큰 틀이 깨지지 않는 범위 안에서 조직력이 무너지지 않게 하겠다”라며 전지훈련 목표를 밝혔던 것을 상기하면 월드컵에서도 한국의 주 전술은 4-4-2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 미드필더 두 자리 중 하나는 기성용의 것이 될게 확정적이다. 기성용은 오랜 기간 대표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대표팀에서 기성용이 맡는 임무는 공격의 시발점이다. 안정적인 패스 능력과 뛰어난 탈압박 능력을 발휘해 경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지난 10월 모로코전에서는 김보경과 짝을 이뤄 수비적인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다른 경기에서는 수비보다 공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기성용의 파트너 역할을 누가 맡느냐다. 플랫 4-4-2 전술에서는 수비만 전담하는 미드필더를 따로 두지 않는다. 다만 역할 분담을 통해 한 명이 공격에 조금 더 집중하고, 다른 한 명은 비교적 수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기성용이 공격의 시작을 맡는다면 기성용의 파트너로는 수비능력을 갖춘 선수가 들어와야 한다.

신 감독은 고요한, 정우영, 주세종, 이찬동, 김성준, 손준호 등을 4-4-2 중앙 미드필더로 실험했다. 그러나 수비적인 부분에서 확실한 장점을 보여준 선수는 고요한 정도다. 콜롬비아전에서 기성용이 중심을 잡고 활동량이 많은 고요한이 주위를 뛰어다녔다. 후방에서 포백을 지키는 역할에만 충실한 게 아니라 전방 압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애매한 모습을 보여줬다. 김성준은 활동량이 많지만 수비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 정우영도 정확한 킥을 활용해 경기를 풀어주는 역할에 능하지만 수비력이 돋보이지는 않는다. 김성준과 정우영 조합은 지난 30일 자케이카와 친선전에서도 수비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자메이카에게 두 번째 실점을 허용할 때 상대 미드필더를 너무 자유롭게 뒀다. 상대와 간격이 멀리 떨어져 있어 적극적인 수비를 할 수 없었고, 중앙 수비가 마크맨을 따라 넓게 벌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이 그대로 뚫리며 실점했다.

다른 조합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상대 진영에서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며 경기 분위기를 가져갈 때는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수비 상황에서는 중앙 미드필더 둘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간격 유지나 대인 방어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월드컵에 나갈 때마다 수비적인 역할을 해줄 확실한 미드필더를 보유하고 있었다. 2006년 이호, 2010년 김정우, 2014년에는 한국영이 그 역할을 맡았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기성용과 짝을 이뤄 역할을 나눠 맡을 믿을만한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적임자를 찾느냐 못 찾느냐에 따라 한국의 4-4-2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