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월드컵의 해다. '풋볼리스트'는 러시아에서 한국과 경기할 3개국의 축구 문화를 다양한 시각에서 해부한다. 행정, 전술, 관중문화 등 주제를 가리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흥미로운 내용을 전달해 드릴 예정이다. <편집자 주>

뛰어난 선수를 보유하고 있거나 훌륭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고 해서 트로피를 차지할 수는 없다. 당대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를 보유한 아르헨티나도 ‘1986 멕시코 월드컵’과 ‘1993 코파 아메리카’ 이후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다. 명장 루이스 스콜라리가 이끌던 브라질 대표팀도 2014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에 실패했다.

좋은 선수와 좋은 감독에 좋은 지원이 더해질 때 경기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 독일은 축구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2000년대 초반 독일이 국제대회에서 부진을 이어가자 독일축구협회(DFB)는 독일축구리그연맹(DFL)과 공조 체제를 이루며 유소년과 지도자 육성에 집중했다. 당시의 투자는 지금 독일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풀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DFB의 지원은 탄탄한 기반을 만드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대표팀이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빅데이터 만난 전차 군단, 전진 앞으로

지난해 8월 DFB는 “SAP과의 파트너십 협약을 3년 연장했다”라고 발표했다. SAP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이다.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 세계 다양한 기업들이 SAP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업무에 활용한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나는 회사와 축구 사이에 무슨 접점이 있을까? 언뜻 생각하면 어색한 조합이다. 그러나 DFB와 SAP은 2013년부터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독일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과 유로2016 4강을 달성한 데에도 SAP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독일은 SAP의 도움을 받아 빅데이터를 대표팀에 도입했다. IT기업인 SAP은 DFB와 협약을 맺은 후 ‘매치 인사이트’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매치 인사이트는 선수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선수들이 훈련이나 경기를 할 때 무릎, 어깨 등에 센서를 부착한다. 이 센서들은 선수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전송한다. 경기장에서도 카메라를 통해 이미지를 수집했다.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는 코칭 스태프에게 전달한다. 코칭 스태프는 분석 결과를 전술 구상이나 선수 교체에 활용했다. 예를 들어 최전방 공격수가 페널티박스에서 몇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오른발로 슈팅을 했을 때 유효슈팅으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았다면 해당 데이터를 활용해 공격 전술을 구상할 수 있게 했다.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도 DFB와 SAP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표팀에 활용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매치 인사이트는 꾸준히 사용하면서 '유로2016'에 대비해 ‘챌린저 인사이트’와 ‘페널티 인사이트’를 추가했다. 챌린저 인사이트는 '유로2016' 기간 동안 상대팀의 공격과 수비 성향, 포메이션, 경기내용 등을 모두 데이터로 정리해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선수들은 경기 전이나 하프타임 중 라커룸에 설치한 아이패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대에 대한 분석을 제공받았다. 페널티 인사이트는 '유로2016'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의 페널티킥 습관, 패턴, 영상을 모두 분석해 코칭 스태프와 골키퍼에게 제공했다.

독일이 축구와 빅데이터를 결합해 성공을 거두면서 다른 국가들도 빅데이터 활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한국도 2015년 당시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 이용수 기술위원장 등이 SAP 독일 본사를 방문해 독일 대표팀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선수 수에 버금가는 지원 스태프

독일 대표팀을 지원하는 스태프의 수는 선수단 규모를 능가한다. 요하임 뢰브 감독, 마커스 소그, 토마스 슈나이더, 미로슬라프 클로제, 안드레아스 콥케 등 코치진을 제외하고도 30명 가량의 스태프가 대표팀을 지원한다. 올리버 비어호프는 2005년부터 독일 대표팀 매니저를 맡고 있다. 2006년부터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뢰브 감독보다 경력이 오래됐다. 누구보다 독일 대표팀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최상의 지원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피지컬 트레이너 2명, 팀 닥터 4명, 물리치료사 4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지원한다. 지원 스태프에는 심리학 박사도 포함돼 있다. 많은 지원 스태프를 꾸리는 이유는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온전히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하고, 경기장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독일의 선전에는 이유가 있다. 선수들 개개인의 실력이 좋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대표팀에 대한 지원 때문에 독일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글= 김완주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상대국 해부 시리즈 링크

① '실패해도 괜찮아' 유소년 재기 돕는 독일 축구의 힘

② 선구자를 포기하고 승자를 택한다, 독일 전술의 전통

③ '최고 수준의 양적, 질적 지원' 독일의 선전을 이끄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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