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김정용 기자= 문선민은 지난해 K리그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중고 신인이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더 찬스’ 프로그램을 통해 스웨덴 프로팀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한 이색적인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먼저 화제를 모았다. 북유럽에서 5년을 보낸 문선민은 지난해 인천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K리그 선수가 됐다.

문선민은 추울 때 강한 선수였다. K리그 선발 데뷔전인 4월 1일 수원삼성 전에서 2골을 몰아쳐 3-3 무승부를 만들었다. 이 경기로 K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런데 5월 말부터 약 6개월 동안 골도 도움도 뚝 끊겼다. 문선민의 침묵은 찬바람이 불어오자 비로소 끊겼다. 막판 두 경기에서 문선민이 인천을 살렸다. 전남드래곤즈를 상대로 반년 만에 골을 넣어 2-2 무승부에 일조했다. 잔류가 걸린 마지막 38라운드에서 1골 1도움으로 상주상무를 꺾었다. 너무 늦기 전에 돌아온 문선민의 활약으로 인천이 잔류할 수 있었다. 문선민의 시즌 기록은 16경기 선발, 14경기 교체 출장에 4골 3도움이었다.

거꾸로 말하면 여름에 약했다는 의미도 된다. 농담처럼 ‘스웨덴에서 온 선수라 더울 때 힘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사실이었다. 문선민은 2017년을 보낸 뒤 더위에 유독 약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달 초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풋볼리스트’와 인터뷰를 가진 문선민은 올해 더 꾸준한 활약으로 공격 포인트를 두 배 늘리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 K리그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 더위

"작년에 처음 왔을 때 K리그 문화에 적응해야 했어요. 스웨덴보다 경기 속도가 빨라요. 그리고 터프하고 ‘빡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내 볼도 네 볼도 아닌 경합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부딪치는 점에 적응해야 했어요. 그런 적응은 어렵지 않았어요. 특히 초반에는 집중력과 의욕을 갖고 잘 해낸 것 같아요.

그러다 여름이 왔는데, 오랜만에 한국에서 축구를 하다 보니 더위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있던 스웨덴의 외스터순드는 5월까지 눈이 오거든요. 여름이 너무 오랜만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서울 신정동의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을 했는데, 여름에는 퇴근길의 도로 정체도 꽤 악영향을 미쳤어요. 동료들이 얼른 이사하라고 할 정도로.

한 번 겪어봤으니 대책을 세워야죠.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해서, 여름에 힘이 빠져도 받쳐줄 근육을 만들어놓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이사도 고려하고 있고. 비타민도 작년 말부터 챙겨 먹기 시작했어요.

여름엔 힘들었지만, 다시 추워지니까 골을 넣었잖아요. 그때는 스웨덴에서 5년 생활한 게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 강등권 단골 인천, 올해는 다르다

"제가 볼 때 저희 팀은 늘 비슷한 문제를 겪어 온 것 같아요. 매년 선수단에 ‘인 앤드 아웃’이 많았잖아요. 그래서 조직력과 전술을 만들기 어려웠어요. 선수단이 크게 바뀌면, 동계 훈련 두 달 동안 발맞추고 3월에 시즌을 시작하잖아요. 팀을 완성시키기에 부족한 시간이거든요. 그래서 매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올해는 아직 장담할 수 없지만, 작년 선수들이 많이 유지될 것 같아요. 아직 나간 선수도 별로 없고 FA도 별로 없고요. 조직력은 시작할 때부터 갖췄다고 생각하거든요. 여기에 세부적인 전술과 각 개인의 기량 발전을 더할 수 있게 됐어요. 작년보다 괜찮지 않을까 해요."

 

- 한국에서 보낸 1년, 가장 반가워한 사람은

"한국으로 온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가장 기뻐하셨죠. 그동안 타지에서 고생했으니까요. 스웨덴은 시차가 많이 나는데다가 한국에서 경기를 볼 방법이 없어요. 당시에는 부모님께서 생방송을 한 번도 못 보셨을 거예요. 하이라이트 영상이 어쩌다 한 번 생기면 부모님께 보내드리는 게 전부였죠. 워낙 멀고, 가장 형편도 넉넉하지 않아서 스웨덴까지 찾아오시기도 힘들었어요. 구단에서 초청해 줬을 때 한 번 오셨죠. 작년에 K리그로 돌아오자 원정경기까지 거의 매 경기를 보러 오셨어요. 시즌 끝나고 고생했다는 말을 바로 들을 수 있었고요."

 

- 김도혁과의 ‘브로맨스’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 골 넣으면 댑 세리머니는 누구와 하냐고요? 그러게요. 도혁이 형이 없네요.

도혁이 형과 붙어 다녀서 그런지, 입대(아산무궁화)해서 팀에 없으니까 기분이 이상다더라고요. 매일 같이 카페에 갔거든요. 구월동에 ‘참새가 물고 온 향기로운 원두’라는 카페가 있는데 도혁이 형과 늘 같이 갔어요. 거기 커피와 티라미수가 맛있거든요. 거기서 같이 상대팀 영상 보면서 전술 파악도 하고, 더 좋은 플레이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곤 했죠. 근데 요즘에는 못 갔어요. 조만간 혼자라도 가려고요. 네? 다른 선수와 함께 가면 되지 않느냐고요? 아, 그렇구나.

훈련 마치고 수료식 할 때 전화통화를 한 번 했어요. 그렇죠. 여자친구에게 전화하듯이 저에게 전화를 한 거죠. 나중에 훈련소 팁을 알려준다고 하더라고요. '너는 안 올 것 같지' 뭐 이런 소리도 하고. 저는 별말 안 했어요. 아산과 저희 팀의 전지훈련지가 남해예요. 그래서 전화통화보다 남해에서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는 이야기를 나눴죠."

 

- 공격 포인트 두 배로 늘리는 게 목표

"작년에 30경기 뛰고 15개 포인트를 기록한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둘 중 하나밖에 못 이뤄서 올해는 꼭 하고 싶어요. K리그 상위권에 있는 선수들은 20개도 하잖아요. 제가 작년에 7개를 했는데 올해는 꼭 두 배를 하고 싶어요. 여름에도 공격 포인트를 많이 만들어서."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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