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박항서! 박항서! 박항서!”

 

서울 삼청동 주한 베트남 대사관 문이 열렸다. 대사관 앞에 도착하니 노란 별이 그려진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이들이 한 사람을 향해 환호했다.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를 손에 들고 “박항서!”를 외쳤다.

 

환호를 받은 이는 박항서 베트남 감독의 부인인 최상아 씨다. 응우옌 부 뚜 주한 베트남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이 최 씨를 초대했다. 박 감독이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결승전(1월 27일, 5시)에 올려놓은 것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다. 최 씨는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사모님께 알리지 않고 집으로 찾아가려고 했습니다. 집에 들여보내주시지 않아도 바깥에서 ‘박항서’를 외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에 잡혀갈 까봐 이렇게 모셨습니다(웃음).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승전을 치르기 전에 꼭 뵙고 싶었습니다.”

 

응우옌 부 뚜 대사 내외는 최 씨를 진심으로 환영했다. 그는 “정말 감동적입니다. 저도 할 말이 많지만, 먼저 동료들도 할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라며 인사를 했다. 베트남 대사관 직원들은 최 씨에게 한 사람씩 꽃을 주며 마음을 전달했다. 판에 박힌 말이 아니었다. 직원들은 멋지지는 않지만 솔직한 말을 최 씨에게 건넸다.

“베트남 축구를 위해 두 분이 떨어져 계시잖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훌륭한 감독님인 박 감독님을 정말 좋아합니다. 사모님께도 정말 감사합니다.”

 

모든 직원이 인사를 마치자 응우옌 부 뚜 대사가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그는 “처음에는 박 감독님이 과소평가 받았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박 감독님 실력을 인정합니다”라며 “저도 축구를 좋아하지만, 베트남 축구를 보며 이런 감정과 감격을 느끼기는 처음입니다. 박 감독은 똑 같은 선수를 데리고 다른 성적을 냈습니다”라고 말했다.

 

“베트남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박 감독님과 베트남은 좋은 인연입니다.”

 

응우옌 부 뚜 대사와 대사관 직원 이야기를 듣던 최 씨는 한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 고생했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갔기 때문이다. 그는 “박 감독이 주류는 아니잖아요. 젊은 지도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기회도 받지 못한 게 정말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기회가 한 번 더 왔네요. 정말 기쁩니다”라며 감격했다.

 

사실 최 씨는 박 감독을 베트남으로 보낸 숨은 주역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더 기회를 잡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직접 기사도 보고 검색도 하다가 베트남 축구 열기가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됐고, 도전해보라고 떠밀었죠”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이후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만나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모든 감독 부인은 다 그럴 거예요. 프로는 어쨌든 이겨야 합니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골을 허용할 까봐 물도 못 마시고 경기를 봐요. 두 손을 모으며 기도하면서 보죠. 한 번은 베트남에서 경기를 보는데 못 보겠더라고요. 기둥 뒤에서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는데, 경기장을 관리하는 여자 직원이 와서 따뜻한 홍차를 쥐어주더라고요.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응우옌 부 뚜 대사가 최 씨를 초대하자 베트남에서 가장 큰 방송인 ‘VTV’도 현장을 찾았다. ‘VTV’는 최 씨에게 “내일 경기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시느냐?”라고 물었다. “우승해야죠.” 이어 “내일 마지막 경기 남았는데 잘 해서 지금까지 고생하고 힘든 것을 잊을 수 있도록, 우승하리라 믿습니다”라고 답했다.

 

최 씨가 우승을 언급하자 응우옌 부 뚜 대사는 멋진 말로 이를 받았다. 그는 “베트남은 축구를 단순히 스포츠라고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축구는 통합의 상징이자 도구입니다. 서로 이해하고 믿어야 잘할 수 있습니다. 박 감독님은 선수들 정신력을 끌어올렸습니다. 기적은 정신과 의지에서 나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 마디로 모든 상황을 정리했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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