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박항서 감독과 30년 동안 같이 살았습니다. 경기인으로서 능력은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더 아쉬웠죠.”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은 믿음을 받았기에 선수단에 믿음을 줄 수 있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은 27일 중국 창저우에서 우즈베키스탄과 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연장전 끝에 1-2로 졌다.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베트남은 이미 승자였다. 누구도 박 감독과 선수를 비난하지 않았다. 결승전에 오른 자체가 기적이었다. 꽝하이가 동점골을 터뜨리고 선수들이 눈 덮인 그라운드에서 어우러졌을 때, 베트남 현지는 이미 우승 이상을 맛봤었다.

 

“할 수 있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계속 외쳤다고 한다. 그 박 감독에게 이 소리를 계속해서 이야기한 이가 있다. 바로 박 감독 아내 최상아 씨다. 1987년 박 감독과 결혼한 최 씨는 박 감독을 베트남으로 “떠민” 이다. 박 감독이 세대교체 흐름에 밀려 아쉬움을 삼키고 있을 때도 한 번도 그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박 감독은 가는 곳마다 좋은 일을 만들었어요. 승부사적인 기질을 알고 있어서 더 아쉬웠죠.” (25일, ‘풋볼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최 씨는 박 감독이 지닌 능력을 믿었기에 “도전하라”고 강권했다. 2017년 내셔널리크 창원시청 지휘봉을 잡을 때도 그랬고, 같은 해 베트남 대표팀을 맡을 때도 그랬다. 최 씨는 “감독은 경기장 안에서 행복하잖아요. 저는 인터넷을 잘 뒤지는 편이에요. 절실하니까요. 베트남 축구 열기를 다룬 기사를 읽고 박 감독에게 베트남도 생각해보라고 했죠. 나이든 세대는 사실 두려워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푸시를 했어요. 그래서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를 만나러 간 거예요”라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도 최 씨는 박 감독을 믿었다. 그는 박 감독과 이영진 수석코치가 좋은 시너지를 낼 거라고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최 씨는 “이영진 코치도 감독 급이잖아요. 이 코치는 선수 시절부터 같이 뛰어서 서로 뼛속까지 잘 알아요. 박 감독은 자신을 보완해줄 수 있는 사람을 쓴 거죠. 일단 그분들 근면성실 하잖아요. 외국에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가 없어요”라고 설명했다.

“하노이 집에 바로 경기장 앞이에요. 2층이라 경기도 볼 수 있죠. 제가 훈련하는 모습을 몇 번 지켜봤는데 두 분 모두 정말 열심이에요. 과정을 보면 잘 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직접 나가서 선수들과 함께 뛰니까요. 선수들과 부딪히고 막 그래요. 베트남축구협회도 바로 그 경기장 옆에 있거든요. 협회에서도 그걸 보고 상당히 이색적으로 본 거 같아요.”

 

박 감독을 믿지만, 최 씨는 경기를 편안하게 보지 못한다. 감독 아내로 산 세월이 길기에 승패의 무게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최 씨는 “간절하게 봐요. 지면 경질될 수도 있잖아요”라며 엷게 웃었다. 옆에 있던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가 이야기를 거들었다. “감독이 부임하고 첫 경기를 할 때 스카이박스를 잡아드렸어요. 그런데 사라지셨습니다. 찾아 보니까 경기장이 안 보이는 기둥 뒤에서 손을 모으고 계시더라고요.”

 

최 씨는 박 감독이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모습까지 잘 아는 이다. 그는 “박 감독은 경기 준비를 다 마치면 당일 날은 기도하며 조용히 있어요. 긴장한 모습을 스태프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저와 아들이 같이 있는 단체대화방에서 긴장을 풀어요. 아들이 그냥 신변잡기 같은 글을 공유하는데 그걸 보고 긴장을 푸는 거죠. 가족들과 ‘힐링’한다고 할까요”라고 말했다.

 

신뢰는 신뢰를 낳았고, 그렇게 생긴 다른 믿음은 기적을 만들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박 감독을 믿고 적극적으로 도전을 권한 최 씨는 기적을 만든 또 다른 주인공이다. 

 

*결승전 당일 베트남 현지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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