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농구나 야구의 이적시장처럼, 두 명문팀이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보강하는 일이 축구에서 일어났다.

알렉시스 산체스가 아스널에서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헨리크 미키타리안이 아스널로 이적했다. 산체스의 시장 가격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두 팀은 이적료 없이 선수 맞교환 방식의 거래를 택했다. 스타 선수의 이적일 경우 현금이 끼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순수한 '스왑딜'이었다.

두 선수의 명성과 최근 컨디션만 보면 맨유가 이득을 본 거래처럼 보인다. 반면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개인적인 선수와 팀을 위하는 선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두 팀이 모두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분석했다. 두 팀의 최근 경기 양상을 봐도 선수들이 어울리는 팀으로 잘 찾아갔다고 볼 수 있는 거래다. 대형 트레이드의 성공 요인과 실패 요인을 알아본다. 전술적 요인을 중시한다면 성공을, 두 선수의 최근 컨디션을 본다면 실패를 예측하게 된다.

 

산체스의 성공을 예상하는 이유 : ‘혼자 하는’ 공격에 강하다

산체스는 개인 플레이의 비중이 높은 팀이 어울린다. 산체스는 전통적인 아스널식 공격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선수다. 우디네세에서 만개하고 바르셀로나에서 스타가 될 때까지, 직접 허를 찌르는 플레이는 잘 하지만 전술적인 공격을 불편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르셀로나를 떠나 아스널의 1인자로 올라선 뒤 산체스의 ‘주인공 본능’은 더 강해졌다. 산체스는 공격의 주도권을 쥐고 플레이할수록 역량이 극대화되는 선수다. 단순한 짧은 패스로 공격을 끝내지 않고 어떻게든 득점과 관련 있는 플레이로 마치려는 의욕이 강하다. 이미 공격 속도가 늦어져 상대 수비가 자리를 잡았더라도 무리한 크로스를 올리거나 중거리 슛을 날리는 모습은 산체스를 쓰는 팀이 감수해야 하는 세금이다.

산체스는 2016/2017시즌 아스널에서 가장 많은 경기당 3.4회 슛을 날려 24골을 터뜨렸다. 프리킥과 페널티킥까지 모두 전담해 각각 4골, 2골을 넣었다. 중거리슛을 51회 시도해 팀 내 최다 기록을 남겼는데, 그중 성공 횟수는 3회였다. 중거리슛 시도 2~5위 선수는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였다는 점에서 산체스가 얼마나 슛을 선호했는지 알 수 있다.

산체스는 지난 시즌 드리블 역시 아스널에서 가장 많은 161회나 시도했다. 그중 109회 돌파에 성공했다. 돌파 시도 횟수가 91회였던 2위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현 리버풀)보다 훨신 많이 시도했다. 성공률은 3번 중 2번꼴로, 체임벌린과 비슷했다.

약간 이기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산체스의 플레이스타일은 맨유에서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맨유는 공격자원들을 가까이 접근시켜 조직적인 공격을 요구하는 팀이 아니라, 오히려 넓게 퍼뜨려놓고 각자 개인 기량을 발휘하게 만드는 팀이다. 특히 좌우 윙어는 동료들과 짧은 패스를 하기보다 혼자 힘으로 수비를 돌파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솔레이션을 선호하는 농구 선수처럼, 산체스에게 공을 몰아주면 그만큼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번 시즌 맨유에는 산체스만큼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선수가 없다. 산체스의 지난 시즌 슈팅 횟수, 드리블 시도 횟수는 물론 키 패스 횟수까지, 이번 시즌 맨유에서는 1등이다. 종종 공격이 무의미하게 끝나버리는 맨유에서 힘이 될 수 있는 선수다.

 

미키타리안의 성공을 예상하는 이유 : ‘함께 하는’ 공격에 강하다

미키타리안의 성공을 예상할 수 있는 이유는 산체스와 딱 반대다. 미키타리안은 동료와 합동 공격을 할 때 위력이 배가되며, 아스널에는 호흡을 맞출 동료가 많기 때문이다.

플레이메이커로 기대를 받으며 2016년 여름 맨유로 이적했지만, 미키타리안은 동료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스타일의 선수가 아니다. 처음 주목받은 2012/2013시즌에는 샤흐타르도네츠크(우크라이나)에서 29경기 25골을 몰아치며 문전 침투에 이은 득점력을 보여줬다. 보루시아도르트문트에서 세 시즌을 보내면서도 다른 선수들의 위치를 지정해 주고 공을 뿌리는 역할보다 빠르게 주고받으며 전진하는 역할이 더 어울렸다.

미키타리안은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2013/2014시즌 이후 롱 패스를 경기당 2회 이상 성공시킨 적이 없다. 도르트문트로 처음 이적했을 때의 경기당 1.8회가 최다 기록이었고, 이후 2년에 걸쳐 팀에 적응할수록 롱 패스 횟수는 줄어들고 득점은 점점 많아졌다. 반대로 경기당 숏 패스는 첫 시즌보다 마지막 시즌이 더 많았다. 이번 시즌 맨유에서 미키타리안의 롱 패스 횟수는 큰 변화가 없지만, 성공률이 50%로 떨어졌다.

미키타리안은 186분당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맨유에서 괜찮은 도움 기록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가 약간 불편해 보인 건 주로 속공 상황에서 저지른 실책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미키타리안은 패스 해야 하는 범위가 넓을 때 불편해 하는 기색을 보인다. 반면 동료 선수들이 가까운 범위에 모여 있을 때는 각 선수의 위치를 파악하는 지능과 민첩한 움직임을 조합해 다양한 플레이로 상대를 공략할 수 있다. 도르트문트에서 비슷한 역할을 했던 가가와 신지가 맨유에서 불편해했던 이유와 비슷하다.

선수들을 넓게 펼쳐놓고 경기하는 맨유에 비해, 아스널은 좁은 지역에서 더 다양한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해 온 팀이다. 특히 공을 주고받으며 상대를 교란하는 플레이의 달인인 메수트 외질은 미키타리안의 좋은 짝이 될 선수다.

이번 시즌 아스널은 공격의 에이스를 산체스가 맡고, 아르센 벵거 감독이 수비적인 전술로 돌아선 뒤 공격의 짜임새가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미키타리안에게 희망적인 건 산체스의 이적이 확실시된 뒤 벵거 감독이 예전 축구로 돌아가려는 기색을 보였다는 점이다. 아스널은 21일(한국시간) 크리스털팰리스를 상대로 4-1-4-1 포메이션을 썼다. 최근 구사한 3-4-2-1보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한 명씩 줄이고, 2선을 두 명 보강한 포메이션이다. 이 포진을 바탕으로 외질이 적극적으로 원터치 패스를 유도하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최전방에 있는 알렉상드르 라카제트, 미드필더 잭 윌셔도 짧은 패스가 연계될 때 더 힘을 내는 선수들이다. 미키타리안은 맨유보다 한결 ‘도르트문트스러운’ 환경에서 부활을 꿈꿀 수 있다.

 

실패를 예상하는 이유 : 실력 자체가 하향세라면?

가장 큰 불안요소는 실력이다. 두 선수의 실력이 이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면 전술에 바탕을 둔 예측이 무의미해진다. 산체스는 30세, 미키타리안은 29세로 한창때에 가깝지만 20대 초반에 보여준 왕성한 활동량에 비하면 폭발력이 조금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크게 다친 적은 없지만 잔부상에 몇 번 시달린 뒤 순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를 받는 것이 두 선수의 공통점이다.

맨유 2선 자원 중에는 산체스의 주도권을 위협할 만한 선수가 없다. 문제는 폴 포그바와 공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산체스는 공을 많이 쥐고 상대를 흔들어야 위력이 나오는 선수다. 포그바 역시 공을 오래 만져야 리듬을 타고 실력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다. 둘 다 왼쪽으로 빠지는 동선을 선호한다는 점 역시 불안 요소다. 두 선수의 활동영역이 겹치면 서로 경기력을 깎아먹을 수도 있다.

아스널의 경우, 미키타리안을 영입했다고 해서 당장 2선의 숫자를 늘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외질을 제외한 2선 자원의 질과 플레이스타일이 불명확하다. 아스널은 산체스를 미키타리안으로 바꾸고 시오 월컷을 에버턴으로 이적시켰다. 이제 주전급 공격형 미드필더는 미키타리안, 외질, 알렉스 이워비 정도다. 4-2-3-1이나 4-1-4-1을 주력 전술로 유지하기에는 부족한 스쿼드다.

사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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