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K리그는 조용히 이름을 바꿨다. ‘캐클’과 ‘캐챌’이라고 부르던 팬들의 애칭은 사라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2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명칭 변경을 알렸다. 프로연맹은 K리그 클래식이라고 부르던 1부 리그를 K리그1으로 바꿨다. K리그 챌린지는 K리그2로 변경된다. 이름 변경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올해는 기존 명칭을 괄호 속에 병기하기로 했다. 클래식과 챌린지가 출범한 뒤 5년 만에 돌아온 변화다.

승강제 도입과 명칭 공모로 이슈가 됐던 5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화제를 모으지 못한 채 리그 이름이 바뀌었다. 팬들이 갑자기 이름이 바뀌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갑작스런 변경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명칭 변경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축구계에서는 클래식과 챌린지라는 이름이 너무 길고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2~3년 전부터 존재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열린 이사회에서 구단 대표자들의 결정으로 리그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프로연맹은 더 직관적으로 1부와 2부를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을 고민했고, 법적인 검토를 거쳐 새 리그명을 발표했다. 각 구단은 명칭 변경에 대한 공문도 미리 받았다.

축구계 내부에서는 예상할 수 있는 변화지만 팬들에겐 갑작스럽다. K리그는 명칭 변경을 공식 홈페이지의 일반 뉴스란에 소개했다.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이름이 바뀐다는 사실만 적혀 있다. 수만 명의 팔로워가 있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도 관련 내용은 올라오지 않았다.

새로운 이름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축구 커뮤니티에는 애초에 짧고 간단한 이름으로 시작했어야 했다는 식의 의견이 보인다. 클래식과 챌린지가 5년 동안 별다른 브랜드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폐기에 대한 저항은 크지 않다.

K리그 클래식, 챌린지는 단순히 승강제 도입에 의한 편의적 작명이 아니라 브랜드를 부여하기 위한 작업이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1부, 2부라고 부르지 않고 별도의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었다. 1부에 별도로 이름이 붙는 리그는 대부분 브랜드를 의도한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프리미어리그’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클래식과 챌린지는 한국 프로 축구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되는데 실패했다.

너무 길었던 수식어를 떼고 ‘케이리그’ 중심의 이름으로 돌아가는 건 가능성이 큰 변화다. 그러나 프로연맹은 여전히 새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숫자를 통해 1부와 2부의 차이를 더 직관적으로 나타내게 됐다면,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배경 설명을 하거나, 관련 행사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변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명칭 변경으로 당장 혼란을 겪게 될 축구팬들을 위해서도 더 정성스런 설명이 필요하다. 축구팬들은 ‘캐클’과 ‘캐챌’처럼 줄여 부르던 말부터 바꿔야 한다. K리그가 정체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 축구팬들에게 명칭 변경은 신선한 느낌을 불어넣을 기회일수도, 자꾸 이름만 바꾼다며 불신을 키우는 계기일수도 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이름만 바꾸는 거라 딱히 설명할 게 없다. 공청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나중에 비슷한 일이 있을 때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프로연맹은 리그명 변경에 따라 바뀔 엠블럼과 패치를 추후 공개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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