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7/2018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토트넘홋스퍼 ‘판타스틱 4’ 중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골대와 가장 멀리서 활동하는 선수다. 그러나 에릭센이 빠지면 나머지 세 명의 공격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

22일(한국시간) 토트넘은 사우샘프턴과 가진 2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1 무승부에 그쳤다. 전반 15분 사우샘프턴의 라이언 버틀랜드가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올리자 토트넘의 다빈손 산체스가 자책골을 넣고 말았다. 3분 뒤 토트넘은 코너킥 상황에서 해리 케인의 헤딩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뒤로 70분 넘는 시간 동안 역전골을 넣지 못했다.

토트넘 공격은 평소보다 답답했다. 득점 선두 케인을 비롯해 손흥민, 델레 알리까지 주전 공격진 네 명 중 세 명이 평소처럼 출장했다. 에릭센의 공백은 만능 로테이션 멤버인 무사 시소코가 메웠다. 나머지 포지션도 대부분 주전급 선수로 구성돼 있었다.

토트넘이 고전한 첫 번째 원인은 팀 전체적으로 떨어져 있는 컨디션이었다. 토트넘 선수들은 발이 무거웠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늘 빠른 템포 속에서 대형을 유지하라고 요구하지만,이날 토트넘 선수들은 전술을 따르지 못했다. 전방 압박과 공수 전환 상황에서 선수들이 각각 분리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에릭센의 부재는 토트넘의 효율성까지 감소시켰다. 에릭센은 공격진 중 비교적 후방에서 패스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선수다. 에릭센은 토트넘에서 키 패스 1위(경기당 2.4), 어시스트 2위(총 6), 크로스 2위(경기당 1.2), 스루 패스 3위(경기당 0.2), 볼 터치 횟수 공격자원 중 1위(경기당 66.4) 등 패스에 관한 모든 기록에서 최상위권 기록을 갖고 있다.

에릭센은 공격 4인방 중 경기당 슛 시도는 케인 다음으로 많은 2.5회를 기록했으면서, 오프사이드는 유일하게 전혀 없었다. 전방 침투를 거의 하지 않지만 경기당 2~3개 중거리 슛을 날리며 후방에서 득점을 지원하고,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사우샘프턴 전의 문제를 키운 것도 에릭센의 부재였다. 이날 토트넘의 패스 성공률(84% → 82%)이 시즌 평균보다 하락했다. 유효슈팅(5.8 → 2)은 시즌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손흥민은 득점뿐 아니라 득점 이전 과정에서도 큰 기여를 하는 선수지만 플레이메이커는 아니다. 골문에서 멀더라도 필요한 곳에 공을 받으러 가면서 공격 흐름을 살리는 플레이, 간결하고 정확한 패스 등 에릭센의 능력은 결장했을 때 비로소 티가 났다. 에릭센이 시즌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경기였다. 이제 토트넘에서 전 경기 선발 출장한 선수는 얀 베르통언 한 명뿐이다.

플레이 스타일을 볼 때 에릭센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선수는 알리다. 그러나 알리의 경기력은 이번 시즌 내내 최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시소코를 측면에 기용하는 것보다 더 나은 ‘에릭센 부재시 대처법’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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