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무르시아(스페인)] 류청 기자= “정말 숨도 못 쉬었죠(웃음)”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선수시절 전지훈련을 회상하며 웃었다.

전지훈련을 가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인 1실이 아닌 2인 1실이다. 대부분 선후배가 한 방을 쓰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더더욱 ‘팀 융화’를 목적으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와 후배를 한 방에 넣는 경우가 많았다. 1968년생인 황 감독은 “최순호 포항스틸러스 감독과도 썼었고, 이흥실 안산그리너스 감독과도 방을 같이 썼었다. 그땐 정말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방졸’이라고 하지 않나. 당시에는 선배들이 정말 무서웠다. 선배가 괴롭혀서 무서운 게 아니라 어려웠다. 말 걸기도 어려운 선배와 같은 방을 쓰는 게 쉽지 않았다. 빨래도 하고 그랬다. 나이가 어린 선수들이 빨래를 모아 세탁실에서 함께 빨래를 돌렸다. 거기서 서로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

1987년생인 송진형도 전지훈련이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려서 프로가 돼서 그런지 선배들이 정말 어려웠다. 씻을 때도 구석에서 기다리고 그랬다. 전지훈련에서도 주로 선배들과 방을 주로 썼다. 첫 룸메이트가 요셉이형이었나… 다른 것보다도 나 때문에 형들이 잠을 설칠까 걱정됐다. 코를 고는 편은 아니지만 불이 꺼진 후에도 선배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눈을 감았다”라며 크게 웃었다.

2018시즌을 앞두고 하는 전지훈련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1981년생으로 서울에서 가장 베테랑인 곽태휘는 “예전에는 그랬지만, 이제 그런 것은 거의 없다. 요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젊은 선수들은 자유롭다. 나도 한길이와 방을 쓰는 데 한길이가 편안하게 지낸다”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고요한은 “한길이가 정말 편하게 지낼까요?”라면서도 “예전 같은 분위기는 확실히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선배가 나이 차이 나는 후배를 꺼리는 경향도 있다. 입단 초기에 선배와 방을 쓰며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이 반대로 후배가 자신 때문에 불편해할까 걱정하는 것이다. 송진형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후배보다는 가까운 나이인 후배가 편하다. 후배들이 괜히 불편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살 차이인 (김)성준이와 방을 쓰니 편하다”라고 했다.

자유로워진 분위기를 보여준 장면이 있다. 저녁 시간에 젊은 선수들이 호텔 로비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핸드폰을 보며 앉아 있는 것이다. 황 감독은 “예전에는 호텔 로비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선배들이 앉아 있거나 지나 다니는 길목에는 가지 않았다. 어린 선수들끼리는 구석에 모여서 이야기를 했다. 거기서 이야기하다 잠자기 직전에 방에 들어가곤 했다”라고 말했다.

세월은 흐르고 모든 게 변한다. 전지훈련 풍속도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팀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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