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5경기째 승리가 없던 아스널은 2선에 미드필더 4명을 배치하며 공격 해법을 찾았다. 늘어난 미드필더 숫자는 아스널이 추구하는 패스 플레이를 잘 구현했다.

아스널은 2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리스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 경기에서 크리스탈팰리스에 4-1로 승리했다. 심판에 대한 욕설로 징계를 받아 지난 3경기 동안 관중석에 있던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벤치로 돌아와 2018년 첫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아스널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최근 5경기에서 3무 2패로 부진하며 승리가 없었고, 12년 동안 팀에 몸담았던 시오 월콧이 에버턴으로 이적한 데다 알렉시스 산체스까지 이적이 유력한 상황이라 어수선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을 놓고 경쟁하는 팀들은 달아나고 있었다.

아스널은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포백 대신 스리백으로 전환해 재미를 봤다. 스리백을 사용했을 때 승률도 좋았고, 첼시 상대로 FA컵 우승컵도 들어올렸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주축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백업 선수들의 부진으로 스리백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벵거감독은 다시 포백을 들고나와 크리스탈팰리스를 상대했다.

크리스탈팰리스 전에서 아스널이 사용한 대형은 벵거 감독이 주로 사용하던 4-2-3-1이 아닌 4-1-4-1 대형이었다. 최전방 공격수 알렉상드르 라카제트 밑에 미드필더 4명을 배치하고, 모하메드 엘네니에게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겨 수비라인을 보호하게 했다.

아스널의 2선 미드필더 4명은 주로 중앙에서 위치를 바꾸며 움직였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온 메수트 외질은 공격 진영 전체를 자유롭게 움직였다. 왼쪽 미드필더로 출전한 알렉스 이워비 역시 측면에 머물기보단 중앙으로 들어와 활동하는 장면이 많았다. 이들이 비운 자리는 풀백인 나초 몬레알과 엑토르 베예린이 전진해 메웠다.

중앙 미드필더 잭 윌셔와 그라니트 자카는 후방에 있는 엘네니를 믿고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아스널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주로 맡던 자카는 수비 부담을 덜어내고 간결하고 정확한 패스로 경기를 조율했다. 부상에서 완벽히 회복해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윌셔도 빠른 패스와 드리블로 상대 압박을 무력화시켰다.

중앙에 집중된 미드필더들이 빠르고 공격적인 패스로 경기를 풀어가자 크리스탈팰리스는 초반부터 크게 당황했다. 아스널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초반부터 득점을 몰아쳤다. 전반 6분 만에 코너킥 상황에서 몬레알이 선제골을 넣은 데 이어, 4분 뒤에는 몬레알이 중앙에 집중하느라 비어 있던 크리스탈팰리스의 측면으로 침투해 크로스를 올리고 이워비가 마무리했다. 외질, 이워비, 라카제트, 윌셔가 모두 중앙으로 좁히고 있던 터라 측면 수비는 헐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전반 22분 나온 라카제트의 득점은 가장 아스널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외질의 패스에서 출발한 공은 이워비를 거쳐 다시 외질에게 왔고, 외질은 다시 윌셔와 한 차례 공을 주고받고 뒷꿈치로 라카제트에게 어시스트를 했다. 페널티박스에서 공간을 지키고 서 있던 8명의 수비진은 아스널 선수 4명의 간결한 패스와 빠른 움직임을 막지 못하고 지켜봐야만 했다.

3-4-2-1 포메이션을 썼던 23라운드 본머스전에 비해 4-1-4-1 포메이션을 사용한 크리스탈팰리스전에서 아스널은 대부분 기록이 향상됐다. 551개였던 패스 횟수는 727개로 크게 늘었다. 단순히 패스 횟수만 늘어난 게 아니다. 전방을 향하는 패스와 공격진영에서 주고받는 패스의 비중도 늘어났다.

외질과 함께 팀 공격을 책임지던 산체스의 이탈이 확실시되면서 공격의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예상되던 아스널은 전술 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았다. 벵거 감독은 패스가 좋은 선수들의 장점을 활용해 공격적이고 빠른 축구로 승리를 얻었다. 아스널이 크리스탈팰리스전에서 보여준 전술은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헨리크 미키타리안과도 잘 어울린다. 미키타리안도 순간적인 스피드가 좋고 패스에 능하다.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제 역할을 발휘하는 선수라 새로운 전술에 잘 융화될 수 있다.

아스널은 모처럼 승리를 거두며 승점 42점이 됐다. 5위 토트넘홋스퍼(승점 45점)가 24라운드에서 무승부를 거둔 덕에 격차도 줄어들었다. 한 경기 덜 치른 4위 리버풀(승점 47점)과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분위기를 반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아스널 주장 로랑 코시엘니는 “그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승리는 더 중요하다”라며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