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김정용 기자= 최근 K리그에서 꾸준히 성장한 팀은 제주유나이티드뿐이다. 다른 팀들이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 반면 제주는 조성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5년부터 6위, 3위, 2위로 꾸준히 순위가 올랐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하며 한때는 ‘제주 대세론’도 나왔다.

꾸준히 선수단을 강화해 온 제주가 올해는 주춤하다. 오히려 선수들이 빠져나간다. 주축 선수들이 자꾸 빠지는데 대체자 영입 소식은 없다. 제주는 선수 영입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의 역량으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시기다.

조 감독은 3일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풋볼리스트’와 만나 “영입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영입을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구분해달라고 묻자 웃으며 “둘 다”라고 대답한 조 감독은 기존 선수들을 신뢰한다고 이야기했다. 조 감독은 다른 팀이라면 2진에 머물렀을 선수들까지 두루 기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때론 확실한 베스트 멤버가 없어 고전했지만, 올해도 기본 방침은 그대로다. 선수단 전체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야 성적도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주는 주전 선수들의 연쇄 이탈을 겪는 중이다. 주축 미드필더 윤빛가람(상주상무)과 이창민(알아흘리)이 이적했다. 윙백 안현범(아산무궁화)도 빠졌고, 정운은 군 복무를 위해 전반기 중 팀을 떠날 예정이다. 골키퍼 김호준은 FC서울과 계약했다. 이들을 대체할 만한 선수 영입 소식은 없다.

“영입할 때가 있으면 나갈 때가 있는 법이다. 막을 수는 없다. 늘 이렇게 해 왔다. 합리적인 이적료가 제시되고 선수들이 더 좋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면 이적해야 한다. 잡을 수 없다. 호준이는 FA(자유계약 대상자)인데 서울에서 계약기간 2년을 비롯해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제주를 떠나는 걸 아쉬워하더라. 창민이는 뭐, K리그로 복귀한다면 제주로 오겠지. 믿는다. (웃음) 호준이, 창민이 모두 구단에 와서 인사하고 좋은 마무리를 해 줬다.

탄탄한 팀으로 발전이 안 되는 건 아쉽다. 기존 선수들의 기량을 발전시키면서 새 선수를 하나씩 영입해 2, 3년 뒤면 탄탄한 팀이 될 수 있을 텐데. 창민이 같은 선수가 나간다는 건 제주 팬들에게도 감독에게도 아쉬운 일이다.”

 

당장 윙백 구성이 깨졌다. 지난 시즌 주전이 안현범과 정운이었다. 스리백을 기본 전술로 쓰는 팀은 윙백의 공격력에 크게 의존해야 한다. K리그에서 가장 공격이 뛰어난 윙백 두 명을 차례로 잃는 건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조 감독은 선수 영입보다 현재 보유한 선수들의 활용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현재로서 딱히 영입할 생각은 없다. 박진포, 정다훤, 김수범, 배재우 등이 있다. 이들의 조합을 잘 맞춰 가면 될 거다. 정다훤은 군 복무, 김수범은 오랜 부상으로 약간 잊혀졌지만 충분히 뛰어난 선수들이다. 더 네임 밸류 있는 선수를 영입한다면야 좋겠지만 구단 살림도 생각하면 이적료와 연봉을 감당하기 힘들다. 고만고만한 선수를 영입할 바에야 있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낫다. 우린 늘 그래 왔다. 송진형이 나간 뒤 창민이가 기회를 받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우리 선수들이 잘 해 줄 거다.”

 

특히 윤빛가람과 이창민이 모두 빠져나간 미드필드는 공백이 심하다. 지난해 윤빛가람이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이창민이 좀 더 앞쪽에서 공격을 주도하는 조합이 위력을 발휘했다. 두 선수가 모두 떠나면서 미드필더의 숫자와 질이 모두 하락했다.

“창민이는 중동으로 갔지만 당장 러시아월드컵에 가도 손색이 없는 선수다. 나는 대표팀에 추천하고 싶고, 갔으면 좋겠다. 물론 판단은 신태용 감독님이 할 거다. 창민이를 잘 아시니까.

사실 가람이가 빠진 자리(수비형 미드필더)에 창민이를 내리려고 했다. 창민이를 내리고, (류)승우를 창민이가 보던 자리(공격형 미드필더)로 넣으려고 했다. 승우가 지난 6개월 동안 K리그에 잘 적응했으니까. 이렇게 하면 전력에 공백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창민이까지 떠난 현재 상황이 우려스럽다. (이)찬동이, (권)순형이가 있고 (문)상윤이, 알렉스를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최)현태도 부상을 털고 돌아온다면 힘이 될 거다.

중요한 건 다른 팀에서 영입할 수 있는 선수들이 우리 멤버들보다 더 낫지 않다는 것이다. 비슷한 기량의 선수를 더 추가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대신 지난해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포지션은 공격이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능력이 K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제주는 지난해 도중 마르셀로가 떠났고, 멘디가 기대에 약간 못미치면서 국내 선수 위주로 공격진을 꾸렸다. 올해는 마그노를 유지하고 호벨손과 찌아고를 영입했다. 조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호벨손과 찌아고는 브라질 현지에서 인정을 받았을 뿐더러 우리가 오랫동안 공들인 선수들이다. 호벨손은 재작년 겨울에도 가서 구애를 했고, 작년에 마르셀로 재계약 때문에 브라질에 가서도 영입하려 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변호사 공부를 하기 위해 브라질에 머물러야 한다길래 경쟁도 붙고 해서 영입을 포기했었다. 찌아고도 작년 7월에 데려오려 했는데 그때 소속팀 주벤투데(당시 브라질 2부)가 1위를 달리고 있었고, 찌아고가 득점 1위였다. 후반기에 성적이 떨어지면서 찌아고가 올 수 있게 됐다. 오랫동안 지켜봤던 선수들이라 장점을 잘 안다. 기대가 크다.”

 

조 감독은 제주 지휘봉을 잡으며 프로 감독으로 데뷔한 뒤 매년 성적을 끌어올렸다. 올해는 더 힘들어졌다. 2위에서 성적을 더 올리려면 우승뿐이다.

“우리도 못하라는 법은 없다. 울산처럼 FA컵 우승을 할 수도 있는 거고. 리그는 관록있는 팀들이 버티고 있어서 쉽지는 않다. 어쨌든 우리는 챔피언이 아니라 계속 도전하는 입장이다. 매 순간 도전하는 자세로 경기를 준비할 거다. 우리의 자세는 바뀌지 않았다.”

조 감독의 장점이자 단점은 출장 시간의 고른 분배다. 선수기용을 다양하게 하면서 최대한 많은 멤버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체력을 안배한다. 반면 전술의 안정감이 부족하고, 매 경기 승부를 위해 내놓은 라인업이 통하지 않을 때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올해도 그대로 한다. 나는 가능한 많은 선수를 경기에 참여시켜 동기부여를 하면서 1년을 끌고 가려 한다.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거고, 실제로 효과가 났다. 올해 ACL과 리그를 병행하려면 월드컵 전까지 경기가 타이트하게 몰려 있다. 체력 안배를 통해 부상을 방지해야 한다.

실제로 작년에 이은범, 진성욱이 계속 기회를 받고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각각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A대표팀에 갔다. 선순환이 됐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성적까지 난다면 우리가 정말 좋은 팀으로 간다는 뜻이겠지.“

 

제주의 약점은 승부처에서 크게 무너지는 경향이었다. ACL 16강 2차전, 우승팀이 결정되는 전북현대와의 정면 승부 등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나왔다. 주축 선수의 퇴장이 나오며 경기를 스스로 망치는 경향도 있었다. 더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약점이다.

“내가 말 안 해도, 우리 선수들이 알아서 개선할 것 같다. 선수들이 경험을 했다. 작년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무엇보다 큰 소득은 경험을 했다는 거다. 그동안 K리그 선수만 접하다가 ACL에서 호주 선수들도 접해보고 원정도 다녀 봤다. 성향이 다른 팀에 대한 파악을 했다. 올해는 더 기대가 된다. 경험이 있으니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작년 이상의 목표를 갖고 갈 생각이다.”

 

전술적으로 조 감독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문제는 공수 균형이다. 제주는 수비진뿐 아니라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이 중요한 팀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수준의 커버 능력을 가진 이창민은 제주 전술의 핵심이었다. 공격에 진성욱, 이은범을 기용했던 이유 중 하나도 두 선수의 성실한 수비 가담이었다. 호벨손, 찌아고, 마그노의 공격력은 다 파악했지만 얼마나 수비에 가담해줄지가 의문이다.

“일단 태국 전지훈련에 가 봐야 안다. 브라질 선수들에 대해 기본적인 파악은 해 뒀지만 활동량과 수비력은 연습경기를 해 봐야 알 수 있다. 동시에 2명을 투입할지, 3명을 투입해도 수비에 문제가 없을지 가늠해야 한다. 공격진의 수비 가담이 부족하다면 다른 선수들이 더 헌신해야 할 수도 있다. 몇 가지 전술적 방안은 가지고 있다. 경기 템포를 높이고 싶고, 수비하다 카운터 어택을 노리는 전략도 옵션으로 갖고 싶다.”

 

조 감독은 스트레스가 얼굴에 드러나는 사람이다. 작년 초 눈에 핏줄이 터졌고, 이 부분이 안구 위에 굳은살처럼 돌출된 상태로 일 년을 보냈다. 휴식기 동안 안과에 가서 치료를 받으려 했으나 재발 가능성이 있으니 일단 그대로 두자는 의사의 권유를 받았다. 대신 치과 치료를 받고 점을 빼는 등 미뤄뒀던 치료를 몇 가지 받았다. 몸은 쉬었지만 마음은 쉬지 못했다.

“시즌 끝나면 잠깐 홀가분할 뿐이다. 단 하루. 그 다음날부터 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잘 쉬어야 다음 시즌에 버틸 힘이 생길거라고 생각하며 일부러 쉬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팀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고, 그러다보면 축구계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며 어느새 업무에 복귀해 있다. 감독의 숙명이다. 나뿐 아니라 모든 감독님들이 마찬가지일거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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