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K리그에서 가장 골을 잘 넣는 선수와 가장 어시스트를 잘 하는 선수가 한 팀에서 뛴다. 데얀의 수원삼성 이적으로 인해 K리그 역대 최고 조합이 형성됐다. 문제는 두 선수의 나이다.

데얀의 수원 입단이 4일 발표됐다. FC서울에서 전설적 활약을 해 온 데얀은 연장 계약이 무산되자 다른 팀을 찾았고, 수원과 1년 계약을 맺었다. 데얀은 K리그 역사를 통틀어 이동국 다음으로 존재감이 큰 공격수다. 이동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통산 173골을 기록했다. 그중 154골을 서울 소속으로 넣었다. 배신, 변절 등 자극적인 수식어로 점철된 이적이다.

데얀이 K리그에서 남긴 족적은 거대하다. 데얀은 K리그 득점왕을 3회 수상한 유일한 선수다. 2012년 31골로 한 시즌 최다득점 기록도 세웠다. 2011년엔 29경기만 뛰고 23골로 득점왕을 차지해 역대 최고 경기당 득점률로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36세 나이로 19골 3도움을 터뜨리며 기염을 토했다.

수원에서 데얀을 기다리는 최고 도우미가 있다. 수원 역사에 남을 왼발잡이 염기훈이다. 염기훈은 2015년과 2016년 연속 도움왕을 차지하며 몰리나(2012~2013, 당시 서울)와 함께 둘뿐인 도움상 2회 수상자다. K리그 역대 최다 도움인 99도움을 기록했다. 한 시즌 10회 넘는 도움을 무려 5번이나 기록했다. 경찰 축구단 복무 시절인 2013년에는 K리그 챌린지에서도 11도움을 기록하며 역시 도움상을 수상했다. 어시스트 분야에서는 염기훈이 역대 최고다.

K리그 역사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득점원과 어시스트 제공자가 만났다. 두 선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전례를 봐도 데얀은 좋은 도우미가 있을 때 위력이 폭발했다. 왼발잡이 윙어 겸 공격수라는 점에서 염기훈과 비슷한 몰리나가 함께할 때 한결 쉽게 득점을 올렸다. 염기훈과도 좋은 조합이 기대된다.

우려스러운 점은 두 선수의 나이다. 데얀이 37세, 염기훈이 35세다. K리그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전방 조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격언을 증명하는 것이 두 선수의 올해 과제다.

최근 기록은 긍정적인 전망으로 이어진다. 데얀은 너무 늙었다는 우려 속에서도 19골을 몰아쳤다. 염기훈은 2015년부터 도움 능력이 오히려 만개했다. 둘 다 ‘축구 도사’ 수준의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순발력과 힘이 조금 떨어진 건 극복할 수 있다.

반면 우려를 낳는 측면도 있다. 두 선수의 기록은 여전히 최고 수준이지만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전성기 데얀이 경기 내내 공을 만지고 공격을 주도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경기에서 소외돼 있다가 슛을 할 때만 나타나는 경기도 있었다. 염기훈도 특유의 탄탄한 육체와 강철체력이 지난해부터 조금씩 마모된듯한 기색을 보였다. 컨디션 하락이 올해 더 심해진다면 많은 축구팬들이 기대한 ‘역대 최고 조합’은 연출되지 않을 수 있다.

서정원 감독이 전술적 배려를 통해 데얀과 염기훈의 체력 부담을 최소화한다 해도 다른 선수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팀 전체의 경기 장악력이 떨어지면 연쇄적으로 공격진이 공을 받는 횟수도 떨어지고, 골이 덜 터질 위험이 있다. 지난해 수원 공격의 최전방에 섰던 조나탄과 데얀의 특징이 상이하다는 점도 초반 혼란을 낳을 수 있다. 조나탄은 스피드가 빠르고 배후 침투를 즐긴다는 점에서 2선 플레이가 잦고 눈치가 빠른 데얀과 크게 다른 선수다.

데얀이 파란 유니폼을 입은 건 서울과 수원의 악연 위에서 이뤄진 충격적 사건이다. 동시에 데얀과 염기훈의 역사적 호흡을 볼 기회라는 측면도 있다. 염기훈이 절묘한 왼발 크로스를 날리면, 데얀이 수비수들의 시야 밖으로 슬쩍 도망가 있다가 기술적인 슛으로 득점하는 그림이 연상된다. 두 선수가 너무 늦게 만난 것만 아니라면 내년 K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조합이 될 수도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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