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큰 파장을 일으킨 이적은 끝났다. 진짜 싸움이 시작됐다. 이 싸움은 육박전이 아닌 그림자 대결이다.

 

데얀이 수원삼성으로 극적으로 이적하며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초반 이적 효과 측면에서는 수원이 FC서울을 압도했다. 서울에서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 자리에 오른 데얀을 품으면서 대구에서 뛰던 에반드로를 데려온 서울을 거의 완벽하게 눌렀다. 세대 교체가 재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라지만, ‘에반드로를 데려오려고 데얀을 보냈느냐’는 단순한 반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적에 관한 호평 혹은 악평이 성적을 좌우하진 않는다. 다만 후임자는 전임자 그림자와 싸울 수밖에 없다. 에반드로는 한국나이로 37세에도 19골을 넣은 데얀 그림자와 끊임없이 겨뤄야 한다. 골을 넣는데 그치지 않고 경기에 큰 영향을 끼쳐야 한다. 데얀은 지난 시즌 골은 많이 넣었지만 활동 반경이 줄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에반드로는 신장이 186cm로 큰 편이지만 빠르고 슈팅력도 있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전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고 그를 영입했다. 에반드로는 잘하지 못하면 데얀이 아니라 실패하고 돌아간 하파엘, 마우링요 취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서울 구단은 다시 한 번 비난에 휩싸일 수도 있다.

 

데얀도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수원 유니폼을 입을 때는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지만, 시즌이 열리면 톈진테다로 이적한 조나탄 후임자다. 조나탄은 지난 시즌 22골을 넣은 최고 외국인 선수였다. 데얀은 기분 나빠했지만 조나탄과 계속 비교를 받아왔다. 그 때마다 조나탄과 자신은 서 있는 곳이 다르다고 했다. 이제는 같은 곳에 서서 비교를 받아야 한다.

 

그를 영입하고 쾌재를 부른 수원 구단도 방심할 수는 없다. 이적 시즌에는 데얀이 지닌 의미와 과거 성적이 부각되지만 이후에는 무조건 성적이다. ‘나이가 많지만 좋은 선수를 데려왔다’는 호평과 ‘전성기가 지난 선수를 데려왔다’는 악평은 맞닿아 있다. 수원 에이스는 전체적으로 나이가 많기도 하다. 염기훈이 36세, 데얀이 38세다.

 

이적 시장을 이끌어가며 여론을 선도하는 일은 중요하다. 프로 구단은 그 자체로 상품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다. 진짜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뒤에 누가 누가 웃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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