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나를 존중한다면, 내 전 소속팀에 대한 질문을 삼가 해주길 바란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길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데얀도 마찬가지다.

 

데얀은 FC서울과 재계약하길 바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계약은 한 측만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바람이 꺾이자 데얀이 한 선택은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서울에서만 249경기에 출전해 148골을 터뜨린 데얀은 수원삼성 유니폼을 선택했다. 지난해 말 ‘스포츠조선’이 데얀이 수원으로 이적할 수 있다는 보도를 한 이후로 K리그 여론은 크게 흔들렸다. 여론 파장과는 별개로 데얀과 수원은 30분 만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데얀과 서울 그리고 수원은 모두 선택을 한 것이다.

 

서울과 계약하지 못하자 수원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데얀은 계속 뛰길 바랐고 되도록이면 K리그 좋은 팀에서 활약하길 바랐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생활한 데얀 가족도 되도록이면 수도권에 살 수 있길 바랐다. 데얀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믿으며 새로운 팀을 물색했고, 수원은 데얀의 손을 잡았다. 데얀은 서울을 진정으로 아낀 선수였지만,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직업인이자 FA선수이기도 했다.

 

열광과 비난이 엇갈렸다. 수원팬은 자신들을 가장 괴롭혔던 외국인 선수가 푸른 유니폼을 입고 “행복하다”라고 하자 열광했다. 아직 리그가 시작하지도 않지만 서울에서 가장 상징적인 선수를 빼앗아왔다는 쾌감에 환호했다. 수원 주장인 염기훈은 데얀이 인스타그램에 입단 사진을 올리자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지난 시즌 슈퍼매치 기자회견에서 적으로 만났던 두 선수는 이제 동료가 됐다. 서울팬은 분개했다. 데얀을 잡지 못한 구단에 분노하는 동시에 수원 유니폼을 입은 데얀도 비난했다.

 

옹호도 비난도 자유다. 다만 데얀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데얀이 서울에서 한 시즌 더 뛴 뒤 은퇴하는 것도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수원에서 뛰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이는 것도 흥미로운 스토리가 될 수 있다. 많은 이들은 데얀 이야기가 한 색으로 끝나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데얀 이야기는 데얀이 주체적으로 만들어간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다고 해서 그 이야기가 값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일으킨 파장이 그 가치를 증명했다. 어떤 선수 이적도 데얀 이적만큼 큰 화제를 몰고 오지 못했다. 쉽게 이야기하면 지상파 9시 스포츠 뉴스가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이다. 벌써부터 많은 분석과 예상이 넘친다. 이 일은 시즌 중에도 시즌이 끝난 후에도 다시 열기를 불러올 수 있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진행과 결말은 열려 있다. 이를 채우고 매듭지을 이도 데얀이다. 우리는 이야기 전체를 즐기면 되지 않을까.

 

사진=풋볼리스트

 

*데얀 영상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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