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영원한 것은 없다.

 

FC서울 유니폼을 벗고 수원삼성 유니폼을 입은 역대 K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 데얀(37)은 이 명제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프로 세계에는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도 다시 한 번 힘을 얻었다. 2008년 이후로 10년 동안 데얀에 환호를 보내던 서울팬은 분노했고, 경기 중 데얀에 야유를 보내던 수원팬은 데얀이 푸른 유니폼을 입고 미소 짓는 사진을 보며 같이 웃었다.

 

큰 나무는 그림자가 길다. 큰 선수 데얀이 남긴 반작용도 크다. 사실상 세대교체를 선언한 서울은 2018시즌 내내 ‘데얀 그림자’와 싸워야 한다. 팀이 부진하거나 새로 영입할 외국인 스트라이커가 골을 못 넣을 때마다 더 큰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려고 데얀을 보냈느냐’는 질타가 이어질 것이다.

 

서울은 억울할 수도 있다. 황선홍 감독이 세대 교체를 단행하는 와중에 데얀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원으로 보낸 것도 아니고 데얀이 스스로 수원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런 논리적인 설명은 힘이 없다. 프로는 결과와 사실만을 가지고 말해야 한다. 데얀은 서울을 떠나 수원으로 갔다. 서울은 이로 인한 분노의 역류를 견뎌야 한다.

 

수원은 오랜만에 영입 시장에서 재미를 봤다. 2015년 에두를 놓쳤던 트라우마는 사라졌다. 모기업이 바뀐 뒤로 이어진 ‘투자하지 않는다’는 비난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조나탄을 보내고 얻은 이적료를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하게 썼다. 2018시즌 슈퍼매치를 벌이기 전부터 서울을 한 차례 넘어뜨렸다.

데얀을 품은 감독이 다른 사람이 아닌 서정원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다. 서정원은 서울 전신인 안양에서 뛰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로 이적했는데, 1999년 원 소속팀이 아니라 수원에 입단했다. 서정원이 이적한 이후 두 팀 팬 사이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졌고 일명 ‘지지대 더비’가 나오게 됐다. 그 서정원이 데얀을 지도하게 됐다.

 

성적으로 이미 최고 외국인 자리를 굳힌 데얀은 누구도 못 만들 이야기까지 썼다. 어떤 외국인 선수 국내 이적도 이런 파급을 만들지 못했다. 데얀은 외국인 최다골 기록과 함께 이 이야기도 함께 이어간다. 물론 슈퍼매치 최다골 기록도 계속된다. 데얀은 서울 유니폼을 입고 슈퍼매치에서 총 7골(리그 5골)을 터뜨렸다.

 

2018시즌 슈퍼매치가 기다려진다. 서울팬이 파란 유니폼을 입은 데얀을 어떻게 맞을 지 궁금하다. 수원팬이 데얀을 위해 어떤 노래를 만들지도 관심사다. 데얀이 K리그에서 쓰는 책은 새로운 장으로 들어섰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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