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성남FC가 예산 부족을 돌파하기 위해 ‘남기일표 축구’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리빌딩의 방향을 남 감독과 함께 구상 중이다.

성남은 그동안 주축으로 뛴 선수들이 다수 이탈했다. 성남일화 시절부터 뛰어 온 국가대표 미드필더 김성준은 지난 2년을 대부분 군 생활로 보낸 뒤 최근 FC서울과 계약했다. 시민구단 시대의 상징적 존재였던 김두현은 말레이시아 구단인 네그리셈빌란과 입단 계약을 맺었다. 둘 다 자유계약 대상자(FA)였다.

지난해 주전으로 활약한 두 수비형 미드필더가 모두 빠져나가며 리빌딩이 불가피해졌다. 이후권은 FA로 포항스틸러스에 입단했다. 안상현은 최근 서울이랜드FC 이적설이 제기된다. 아직 이적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성남 측은 안상현이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하며 “남기일 감독의 축구로 리빌딩하는 과정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성남은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를 통틀어 네 번째로 많은 15명이 FA였다. 아직 거취가 발표되지 않은 선수도 많지만 ‘젊은 팀으로 거듭 나겠다’는 모토를 감안하면 다수와 작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성남은 김동찬, 박성호 등 K리그 챌린지 수준에서 많은 연봉을 받는 스타 국내파로 이뤄진 팀이었다. 이미 이적이 결정된 선수가 많다. 축구계엔 '성남에서 선수가 계속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이 퍼져 있다.

성남 리빌딩의 가장 큰 이유는 예산 절감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시즌 성남의 총 연봉은 약 39억 원이었다. 지난해 챌린지 첫해를 맞은 성남은 클래식 시절의 약 46억 원에 비해 큰 절감을 하지 않았다. 바로 승격하기 위해 전력을 최대한 보전했다. 챌린지에서 부산아이파크, 수원FC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클래식 중 성남보다 총연봉이 적은 팀도 인천유나이티드, 광주FC 2팀이었다.

지난해부터 경기도 성남시의 예산을 생각만큼 편성받지 못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이 생겼다. 지난해 70억 원을 요청했던 성남은 애초 40억 원을 편성 받았고,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15억 원을 더 받아 총 55억 원의 시 예산을 썼다.

올해 예산을 단 15억 원 편성받으며 위기가 더 커졌다. 애초 예정이었던 ‘예산 0원’보다 나아졌지만 한숨 돌리기에도 부족한 액수다. 추경을 통해 나중에 만회한다 해도 시 지원이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이 유력하다. 예산 규모를 줄여야 했다. 여기에 연봉 총액이 높다고 꼭 좋은 성적이 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했다. 팀 내 고액 연봉자보다 연봉이 낮은 신예 선수들이 더 좋은 활약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몸집을 줄인다고 꼭 성적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가능성을 봤다.

이석훈 성남 대표이사는 “아직도 기업구단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올해부터는 시민구단다운 체제를 만들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리빌딩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은 성남일화를 계승해 2014년 시민구단으로 출범했다. 일화 시절의 선수단을 물려받으며 창단했다. 이후 점진적인 인력 교체를 통해 사무국과 코칭 스태프는 모두 교체됐지만 선수를 갑자기 전면 교체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시민구단다운 젊은 선수들보다 기업구단 일화 시절 선수가 다수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기업구단이 아닌데 예산은 많이 들어가는 팀이었다. 일종의 딜레마였다. 팀 색깔을 만들기 힘들었다. 시민구단 5년차가 된 지금은 우리만의 색깔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젊은 선수를 육성하자는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남 감독도 이 대표와 대화하던 중 비슷한 시각을 밝혔다.

남 감독은 젊은 선수를 잘 활용하고 육성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성남은 남 감독이 광주 감독 시절 보여줬던 젊고 조직적인 팀 컬러에 기대를 건다. 철학을 갖고 리빌딩을 하더라도 선수단 총연봉이 줄어드는만큼 어느 정도 기량 하락은 피할 수 없다. 남 감독의 지도력이 중요하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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