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전북현대 사람들끼리 집안 잔치 분위기를 냈다. 전북의 개인상 독식은 이동국, 이재성, 김민재로 대를 이어가며 계속됐다.

20일 서울 홍은동에 위치한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어워즈 2017’가 열렸다. 최고 감독으로 최강희 감독이 선정됐다. MVP는 이재성, 영플레이어는 김민재에게 돌아갔다. 주요 부문 세 개 모두 우승팀 전북에서 나왔다.

세 인물은 시상식이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앉았다. 2015년에도 한 팀에서 세 부문 수상자가 모두 나왔다. 그때는 최 감독, MVP를 수상한 이동국,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이재성이었다. 이재성은 프로 데뷔 4년 만에 영플레이어상과 MVP를 모두 수상했다. 대선배 이동국도 1998년 신인상(영플레이어상의 전신)을 수상한 뒤 전북에서만 4차례 MVP를 탔다.

MVP 타이틀을 이동국이 이재성에게 물려준 꼴이다. 전북이 K리그에서 앞서 4차례 우승할 때마다 모두 이동국이 MVP였다. 이재성은 전북이 배출한 역대 두 번째 MVP다. 이동국의 전북 팀내 비중이 축소되고 이재성이 ‘조력자’에서 ‘에이스’로 캐릭터를 바꾸면서 MVP도 바뀌었다.

전북은 이재성에 이어 김민재를 선발하며 탁월한 신인 스카우트 능력도 증명했다. 이재성은 올해 말 국가대표팀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김민재도 아직 A매치 2경기를 소화했을 뿐이지만 대표팀 주전 등극이 유력한 상태다.

둘 다 예정된 수상이었다. 김민재는 영플레이어 투표에서 적수가 없었다. 90% 득표율로 당연하다는 듯 선정됐다. 이재성은 유독 격식을 갖춰 나비 넥타이를 하고 왔다. 팀 동료 최철순, 이승기는 이재성을 보며 “MVP 수상을 확신하고 무리한 스타일링을 한 것 같다” “쟤 눈이 왜 저러냐? 상을 못 탈까봐 어제 잠을 설친 것 같다”고 수군거렸다.

김민재의 소감에서 전북의 위상이 잘 드러났다. 김민재는 이동국, 이재성처럼 영플레이어에 이어 MVP까지 수상하는 ‘로얄 로드’를 꿈꾼다. “좋은 구단에서 좋은 감독님, 좋은 선수들 만나 좋은 상을 받는다. 굉장히 영광이다. 난 1년 동안 많이 성장했다.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 재성이 형이 영플레이어를 받고 MVP까지 했다. 감독님이 나도 MVP 만들어 주실 거라고 믿고 묵묵히 열심히 하겠다.”

최 감독은 “김민재는 이재성만큼 머리가 안 좋기 때문에 힘들 거다”라는 여유 넘치는 농담으로 김민재의 MVP 수상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노력을 훨신 많이 해야 한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초반에 페널티킥 내주고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해 팀이 지게 만들었다”며 김민재의 시즌 초반 실책을 숨쉴 틈도 주지 않고 지적한 최 감독은 “많은 사건을 저질렀는데도 여기까지 온 게 대단하다. 수비수도 MVP가 가능하다고 본다. 분명 본인이… 어디 안 갈 거지? 전북에서 계속 선수생활 한다면, 내가 만들어줄 순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전북은 신인을 스타로 키울 시스템이 갖춰진 팀이다. K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선수단 속에서 경쟁을 견디고 주전급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김민재는 “뛰어난 선수가 많은 팀에서 훈련하다보니 실전 나갔을 때 오히려 편했다. 우리 선수들 레벨이 높아서 실전 가면 더 뛰어난 선수는 없었다. 자체 경기를 통해서 점점 편해졌다”고 말했다.

전북의 자신만만한 모습은 자연스레 유럽 진출을 거론하는 모습에서도 묻어났다. 이재성의 유럽 진출 여부는 1년 전부터 계속 화제였다. 당시 잉글랜드를 비롯해 유럽 여러 나라의 구단에서 영입 제안이 왔으나 모두 무산되기도 했다. 최 감독은 “엊그제 팬 미팅 때 이재성 선수에게 어디 가지 말라고 했는데 불안하긴 하다. (잔류하도록) 힘을 실어주시기 바란다”는 농담을 했다. 이재성은 “어떨 때는 가라고 하고 어떨 때는 가지 말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받아쳤다. 자신의 농담을 능숙하게 받아치는 25세 선수를 보며 최 감독은 포커 페이스를 풀고 웃음을 터뜨렸다.

최 감독은 “이재성은 앞으로 큰 팀, 큰 무대로 나가면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노력, 인성을 갖추고 있다. 기대해도 좋다”며 “전북보다 큰 팀으로 선수가 발전해서 간다면 당연히 보내줘야 한다. 어떤 환경이든 만들어주고 싶고 보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성은 “매년 고민하고 있지만 고민만으로 이적이 성사되지 않는다. 고민할 시간에 축구에 몰입하고 훈련장에서 좋은 모습 보인다면 유럽 구단에서 적극적 제안이 들어올 거다. 지금은 월드컵이란 큰 무대가 있고 내 꿈의 무대다. 월드컵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깔끔하고 정석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유럽에서도 명문 구단의 신인 선수가 다른 팀의 또래들보다 더 주목 받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전북은 지난 4년간 K리그 클래식 우승 3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를 달성한 팀이다. MVP도 영플레이어상도 전북이 계속 배출하고 있다. 수상자들의 소감에서 전북의 위상과 그에 따른 자부심이 계속 묻어났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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