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분데스리가는 아시아 선수들과 가장 밀접한 인연을 맺고 있는 빅 리그다. 냉정한 카메라워크와 뜨거운 서포팅, 수준 높은 경기력이 축구팬들을 유혹한다. ‘Football1st’가 독일에서 첫 번째로 흥미로운 축구적 순간을 찾아 나섰다. <편집자주>

샬케04가 오랜 혼란기를 거쳐 2위에 올랐다. 리빌딩 와중에서 지켜낸 핵심 선수들과 새로운 주축 선수들의 조화, 그리고 전술 변화가 결합돼 이룬 성과다. 가장 핵심적인 비결은 막스 마이어의 수비형 미드필더 변신이었다.

샬케는 19일(한국시간) 독일 겔젠키르헨에 위치한 펠틴스 아레나에서 ‘2017/2018 독일분데스리가’ 12라운드를 갖고 함부르크를 2-0으로 꺾었다.

샬케가 2위에 오른 건 딱 5년 만이다. 2012/2013시즌 12라운드 이후로 한 번도 2위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다. 지금 성과를 대진운 덕분이라고 폄하하긴 힘들다. 오히려 가장 강력한 바이에른, 라이프치히를 이미 상대했다.

 

최근 5경기 상승세로 선두권 진입

시즌 초반은 불안했다. 개막전에서 지난 시즌 돌풍의 팀 RB라이프치히를 꺾은 건 좋았지만 이후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며 7라운드까지 3승 1무 3패에 그쳤다. 이때까지는 순위가 낮았다. 현재 1위팀 바이에른뮌헨, 6위팀 호펜하임 등 강팀을 만나 안정적인 승률을 유지하지 못했다.

최근 하위권 구단들을 연달아 만나며 연승을 거뒀다. 헤르타베를린, 마인츠05, 볼프스부르크, 프라이부르크, 함부르크 등 10위 바깥에 있는 팀과의 5연전에서 4승 1무를 거뒀다. 같은 기간 동안 전승을 거둔 바이에른 다음으로 좋은 성적이다. 5경기 동안 5팀의 승점을 추월했다.

샬케의 시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지난 시즌 10위에 그친 선수단에서 딱히 강화된 것이 없었다. 원래 임대 상태로 쓰고 있던 나빌 벤탈렙, 예브헨 코노플리얀카를 영입하는데 가장 많은 돈을 지출했다. 아민 하리트, 바스티안 옥치프카, 파블로 인수아 등이 영입됐지만 큰 기대를 모으진 못했다. 선수 육성의 명가답게 유망주들이 기대를 모았지만, 도메니코 테데스코 신임 감독은 지난 시즌 유망주 중 베르나르드 텍테페이를 임대 보냈고 도니스 아브디야이는 1군 명단에서 제외했다.

공짜로 내보낸 선수들의 면면이 훨씬 화려했다. 세아드 콜라시나치(아스널), 데니스 아오고(슈투트가르트), 클라스얀 훈텔라르(아약스), 에릭 막심 추포모팅(스토크시티)을 자유계약으로 내보냈고 홀거 바트슈투버(바이에른뮌헨)와 바바 라흐만(첼시)은 임대가 끝나 원소속팀으로 돌아갔다. 이적료를 거의 회수하지 못하며 재정 관리 측면에서 혹평을 들었다.

샬케는 내년 여름 핵심 선수 레온 고레츠카와 마이어의 계약이 만료된다. 이적료 수익을 내려면 올해 여름에 팔았어야 했다. 그러나 샬케는 이번에도 안고 가는 쪽을 택했다. 내년 여름 다시 재정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올 시즌 두 선수를 활용하기로 했다.

약해진 듯 보였던 선수단으로 샬케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는 중이다. 선수단이 크게 교체되며 멤버 구성이 단출해졌다. 그러나 유럽 대항전 진출 실패가 정규리그 운영을 수월하게 한다. 현재까지 샬케가 선발로 투입한 선수는 16명에 불과하다. 전경기 풀타임을 뛴 3명 중에는 35세 노장 수비수 나우두도 있다. 보통 매주 한 경기만 뛰면 되기 때문에 체력 관리가 쉽다. 나우두는 충분한 회복 시간을 바탕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신의 한 수, 마이어의 수비형 미드필더 배치

전술적으로도 한층 나아지는 중이다. 테데스코 감독은 지난 시즌 희망을 보여준 스리백을 승계했다. 수비 전술은 정해졌지만, 미드필드와 공격의 조합이 문제였다. 시즌 초 시도한 3-4-2-1 포메이션은 핵심 선수인 막스 마이어를 활용하기 어려웠다.

마이어와 고레츠카의 공존을 위해 고심하던 테데스코 감독은 8라운드부터 마이어를 스리백 바로 앞에 배치하며 포메이션을 3-5-2로 바꿨다. 5경기 4승 1무 상승세를 이끌어낸 변화였다. 마이어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성장해 온 특급 유망주다. 기술과 지능은 널리 인정받았지만 173cm에 불과한 키, 왜소한 체격이 늘 약점으로 지적됐다. 마이어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쓴다는 발상의 전환이 오히려 잠재력을 끌어냈다. 샬케 수비진 앞을 지키는 마이어는 뛰어난 포지션 감각, 매끄러운 경기 운영을 선보이고 있다. 경기당 가로채기가 2.7회로 팀내 최다 기록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한 뒤 경기당 패스를 80~100회 정도 돌리면서도 공을 잃어버린 횟수는 5경기 1회가 전부다.

마이어는 “이 포지션에서 뛰어본 적은 없다. 늘 더 공격적인 역할만 맡았다. 지금 더 수비적으로 뛰어야 하고 더 많은 태클을 해야 한다. 그러나 다 내가 노력해 온 부분들이고, 결과가 아주 좋다”며 새 역할에 대한 만족감을 밝혔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마이어의 변신을 피를로에 비유했다. 피를로 역시 20대 초반에는 왜소한 공격형 미드필더 유망주였다. 피를로는 2000년, 마이어는 2017년 각각 조국의 또래 선수들을 이끌고 UEFA U-21 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피를로는 전방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한 뒤 세계 최고 선수로 거듭났다.

마이어가 후방 플레이메이커를 맡자, 고레츠카는 경기 조율보다 직접 공격의 비중을 높이며 마음껏 공격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개막 당시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스리백 앞에 위치해야 했던 고레츠카는 8라운드부터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 뛰며 창조성을 발휘했다. 고레츠카는 두 경기 연속골로 2연승을 이끌었다. 경기당 태클을 2.6회, 가로채기를 1.9회 성공시킬 정도로 수비 능력도 좋다.

 

윙백, 공격수도 함께 부활시킨 ‘게겐 프레싱’

고레츠카가 부상으로 빠진 뒤 샬케 공격을 이끈 건 좌우 윙백들이었다. 중앙 미드필더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공격력이 좋은 옥치프카, 다니엘 칼리지우리가 직접 상대를 공략한다. 옥치프카는 결정적인 패스 횟수에서 팀내 1위인 2.6회를 기록 중이다. 팀내 드리블 성공 횟수 순위는 옥치프카가 2위, 칼리지우리가 3위다. 한편 고레츠카의 공백은 19세 미국 대표 유망주 웨스턴 맥케니가 열심히 메우고 있다. 함부르크전에서 맥케니가 전체 활동량 1위, 마이어가 활동량 2위를 기록했다.

시즌 초 문제였던 빈약한 공격력도 살아나는 중이다. 원톱 귀도 부르그스탈러가 5경기 3골 2도움을 기록하며 전술 변화의 수혜자가 됐다. 지난 2016/2017시즌 전반기에만 독일 2부 리그에서 14골을 몰아쳤던 부르그스탈러는 올해 1월 샬케로 이적한 뒤 반 시즌 동안 9골을 터뜨리며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다. 이번 시즌 초반에는 아예 선발 라인업에서 밀려 있었지만, 최근에는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한때 촉망 받는 공격수였으나 득점력 하락과 함께 2선에서 활약 중인 프랑코 디산토는 함부르크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넣었다. 필드골은 아니었지만, 2016년 3월 이후 약 20개월 만에 분데스리가 득점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압박 축구를 도입하면서 파생된 긍정적인 효과들이다. 샬케의 접근법 변화는 축구 전술의 상식에 부합한다. 스리백 앞에 수비형 미드필더가 두 명 배치되는 3-4-1-2, 3-4-2-1은 압박 축구에 부적합하다. 샬케의 시즌 초 운영 방식이었다. 반면 수비형 미드필더가 한 명뿐이고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가 두 명인 3-5-2는 전방 압박에 더 어울린다. 고레츠카는 샬케의 새 전술을 “게겐 프레싱”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마침 샬케의 다음 상대는 게겐 프레싱의 대명사이자 ‘철천지 원수’인 보루시아도르트문트다. 시즌 초 맹렬한 전방 압박으로 1위를 질주하다 한계에 부딪친 뒤 5위로 추락한 도르트문트, 한발 늦게 압박 축구를 접목해 2위로 솟구친 샬케의 상황이 흥미롭게 격돌한다. 흥미로운 화두가 결합된 레비어 더비는 25일 벌어진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