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제주유나이티드가 100% 전력으로 ‘결승전’에 나선다. 전북현대가 제주를 꺾는다면 그대로 우승팀이 결정되고, 제주가 전북을 꺾을 경우 우승컵의 향방은 끝까지 알 수 없게 된다.

K리그 클래식이 팀당 3경기씩 남은 가운데 선두 전북(승점 69)과 2위 제주(승점 65)의 승점차는 4점이다. 29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두 팀의 정면 대결이 벌어진다. 전북이 승리할 경우 남은 두 경기에서 승점차를 뒤집을 수 없게 되면서 그대로 우승이 확정된다. 무승부를 거둘 경우 제주에 산술적인 희망은 남지만 사실상 역전이 어려워진다. 제주가 이길 경우에는 승점차가 단 1점으로 줄어들면서 우승팀을 알 수 없게 된다.

조성환 제주 감독의 ‘연합공격론’이 조금씩 맞아떨어지고 있다. 조 감독은 스플릿 라운드 5경기에서 제주가 전승을 할 테니, 나머지 팀들이 전북의 승점을 깎아 준다면 K리그가 더 재미있어지지 않겠냐는 기대를 밝힌 바 있다. 이후 제주가 아슬아슬한 1-0 승리를 두 번 거두며 전승했다. 전북은 FC서울을 상대로 무승부에 그치며 승점 2점을 잃어버렸다. 승점차가 줄어들었다.

조 감독은 “스플릿 일정이 나왔을 때부터 이런 구도를 예상했다. 전북과 우리 팀의 경기가 한가운데 있더라. 우린 경기력이 잘 나오지 않은 경기에서도 어쨌든 승리하며 2승을 따냈다”며 “전북을 좀 더 괴롭혀주지 못한 연합군들이 아쉽다”는 농담 속에 추격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

제주는 후반기 주전 라인업 중 결장자가 없는 상태에서 전북 원정에 나선다. 안현범 등이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이미 부상 기간이 길기 때문에 최근 선발로 뛰는 박진포 위주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앞선 22일 울산전을 통해 이창민이 부상을 털고 선발 라인업에 복귀하며 전력이 상승했다.

이창민의 복귀는 큰 힘이다. 제주는 3-4-1-2에 가까운 선수 배치를 한다. 이창민은 ‘1’ 자리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하는 K리그 선수 중 하나다. 공격할 땐 투톱을 지원하거나 직접 공격을 주도하고, 수비할 땐 전방 압박과 후방 수비 가담을 능숙하게 소화한다. 제주는 이창민이 부상으로 빠진 동안 문상윤의 미드필더적 성향과 류승우의 공격수적 성향 사이에서 양자택일해 ‘1’ 자리를 채워야 했다. 이창민은 상황에 따라 미드필더와 공격수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창민은 제주가 올해 전북에 두 차례 승리(상대 전적 2승 1패)를 거둘 때 각각 골과 도움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기도 했다.

조 감독의 고민은 가용 멤버로 최상의 조합을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주는 스플릿 라운드 도입 이후 강원FC, 울산을 간신히 이겼다. 두 경기 모두 페널티킥으로 나온 1-0 승리였다. 올해 페널티킥 성공률이 100%인 전담 키커 마그노가 오차 없는 킥을 성공시켜 승리할 수 있었다.

두 경기 모두 제주가 더 많은 슛을 날리긴 했지만 결정력 문제가 있었다. 제주가 시즌 내내 고민하는 부분이다. 폭발적인 운동 능력을 가진 진성욱, 이은범은 전술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많은 골을 넣는 선수는 아니다. 팀내 최다 득점자 마그노는 12골 중 5골이 페널티킥이다. 마그노 역시 드리블, 패스 등 전술적 가치가 높은 섀도 스트라이커 성향의 선수지 타고난 킬러는 아니다. 마그노 다음으로 골을 많이 넣은 멘디는 전반기에 6골을 몰아친 뒤 후반기엔 1골에 그쳤다.

제주는 다양한 득점 루트로 골잡이 부재를 해결해 왔다. 결정력 문제가 불거진 건 팀 전체가 압박감에 시달리느라 평소만한 파괴력을 못 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우승하려면 전승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매 경기 시달려 온 같다. 선수들이 편한 마음으로 전북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박을 갖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선수들에게 말해줬다”고 이야기했다.

조 감독은 전북보다 심리적으로 우위에 서길 기대하고 있다. “전북이 심리적으로 불편하지 않겠나. 우린 강박을 버리고, 대신 간절함을 갖고 전주에 갈 거다. 우리가 지면 전주에서 바로 우승 세리머니가 이어진다. 그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 본다. 우리가 들러리 신세가 된 모습이 너무 참담하다. 그런 꼴은 되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돼가고 있다.” 제주는 경기를 하루 앞둔 28일 전주로 이동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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