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럽에서 가장 완벽한 조직력을 가진 두 팀의 대결은 4분의 1도 지나기 전에 맨체스터시티의 승리로 결정났다. 나폴리가 후반전에 열심히 반격했지만 벌어진 격차를 뒤집지 못했다.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F조 3차전을 치른 맨시티는 나폴리를 2-1로 꺾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가진 두 팀의 대결로 큰 기대를 모은 경기였다. 나폴리는 이탈리아세리에A에서 8전 전승, 맨시티는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7승 1무로 각각 선두를 달리고 있다. 빈틈없는 압박, 공격진의 화려한 패스워크 등 눈이 즐거운 축구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맨시티 완벽한 30분, 허둥대다 무너진 나폴리

승부는 경험에서 갈렸다. 나폴리도 유럽 대항전 경험을 꾸준히 쌓고 있지만 맨시티 수준의 완성도와 개인 기량을 겸비한 팀을 원정에서 만나는 건 난이도가 더욱 높았다. 마우리치오 사리 나폴리 감독은 초반부터 물러서지 않고 맞불을 놓으려 했다.

맨시티 공격은 나폴리를 일찌감치 굴복시켰다. 전반 9분 라힘 스털링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14분 나폴리의 어설픈 걷어내기를 케빈 더브라위너가 가로챈 뒤, 페널티 지역 안으로 침투해 내준 땅볼 크로스를 가브리엘 제주스가 마무리했다. 전형적인 맨시티식 득점이었다.

맨시티는 득점 이후에도 맹렬하게 나폴리를 몰아붙였다. 주젭 과르디올라 감독이 “완벽한 경기였다”고 자평했던 지난 14일 스토크시티전 7-2 승리 이후 경기력이 유지됐다. 나폴리는 어설프게 전방 압박을 시도했지만 맨시티는 패스와 볼 키핑으로 쉽게 빠져나간 뒤 나폴리 수비의 배후 공간을 계속 공략했다. 전반 24분 더브라위너의 슛이 골대를 때렸고, 곧 결정적인 슛이 계속 이어졌다. 전반전 중반까지 나폴리는 슛이 단 하나도 없었다.

나폴리가 얼마나 긴장해 있는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전반 37분 페널티킥이었다. 코너킥 이후 크로스 상황에서 라울 알비올이 카일 워커에게 붙잡혀 얻어낸 페널티킥이었다. 부담이 큰 표정으로 킥을 시도한 드리스 메르텐스는 중앙으로 쏠린 슛을 했고, 에데르손의 선방에 막혔다.

대신 페널티킥을 기점으로 나폴리가 공황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경기 양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메르텐스는 페널티킥 실패 이후에 맨시티의 안이한 백패스를 인터셉트하는데 성공했다. 마무리엔 실패했지만 후반전 반격을 예고하는 플레이였다.

 

나폴리 후반 반격, 그러나 공격 자원이 부족했다

맨시티가 조금씩 경기 속도를 늦추자 이번엔 나폴리의 맹렬한 압박이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후반 8분 맨시티가 페르난지뉴의 스루 패스, 우여곡절 끝에 나온 르로이 자네의 슛으로 먼저 돋보였지만 전체적인 전방 압박은 나폴리가 훨씬 자주 성공했다. 나폴리는 전반전처럼 섣불리 발을 뻗는 수비를 하지 않고 맨시티 선수들이 외롭게 볼 키핑을 하도록 만든 뒤 두세 명이 둘러싸 확률 높게 공을 빼냈다.

나폴리의 상승세는 후반 11분 로렌초 인시녜가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나폴리는 중앙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피에트르 지엘린스키를 투입해 공격보다 압박에 더 신경을 썼고, 이 선택이 적중했다. 특히 후반 17분과 19분 연속으로 전방 압박이 성공했으나 두 번째 기회에서 골키퍼 없는 골대에 날린 마렉 함식의 슛은 존 스톤스의 육탄방어에 아슬아슬하게 막혔다.

나폴리는 기어코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만회했다. 후반 28분이었다. 호세 카예혼의 크로스가 무산된 뒤 다시 공을 따낸 나폴리는 함식으로부터 시작된 패스워크를 파우치 굴람이 이어받아 페널티 지역 안으로 돌진했다. 파우치 굴림이 페르난지뉴에게 걸려 넘어지며 다시 한 번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나폴리는 키커를 미드필더 아마두 디아와라로 바꿨고, 디아와라는 골문 구석으로 깔끔한 킥을 성공시켰다.

전반전의 경험 부족에 이어 나폴리의 발목을 잡은 건 얇은 선수층이었다. 나폴리는 공격을 강화할 카드가 벤치에 없었다. 단신 공격수 메르텐스가 고전할 때 최전방에서 힘을 강화해 줄 공격수로 아르카디우스 밀리크를 보유하고 있으나 밀리크는 장기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다. 나폴리는 공격 숫자를 늘리지도, 플랜 B를 가동하지도 못했다.

나폴리는 라이트백 엘사이드 히사이까지 부상으로 빠지며 교체 카드 한 장을 더 소비했고, 후반에 후보 윙어 아담 우나스를 투입해 봤으나 공격력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후반 막판으로 가면서 맨시티 경기력이 다시 살아나 일진일퇴 양상이 됐고, 맨시티는 결국 승리를 지켰다.

경기 내용은 멋진 승부였지만 결과는 희비가 크게 갈렸다. 맨시티는 UCL 초반 세 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며 조 선두로 올라섰다. 나폴리는 1승 2패에 그치며 조 3위로 밀려났다. 두 팀은 UCL 4차전에서 곧장 리턴 매치를 갖는다. 11월 2일 열리는 나폴리의 홈 경기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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