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창원] 김정용 기자= 경남FC의 홈 구장 창원축구센터에 가면 말컹과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이 끝없이 몰려든다.

축구장에 처음 온 사람은 다른 선수 얼굴을 분간하기 힘들다. 반면 196cm나 되는 말컹은 경기장 반대쪽에서도 눈에 띈다. 덩치만큼 경기장에서의 존재감도 컸다. 말컹은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쳤지만 22골을 넣어 이미 득점왕 등극이 유력하다. K리그 챌린지 우승과 승격을 주도했다. 1년 전까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다.

우승을 확정한 14일, 세리머니까지 마치고 메달을 목에 건 말컹과 인터뷰를 가졌다. 말컹은 그리 달변이 아니었다. 대답이 짧아 더 길게 말해 달라고 요청해야 할 때도 있었다. 대신 말컹의 말투는 진솔했다. 인터뷰에 말컹의 절친 브루노가 함께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오늘 우승했다. 기분이 어떤가?

너무나 기쁘다. 팀 모두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가질 수 있었다. 우리 동료들 모두와 코칭 스태프, 구단 사람들까지 열심히 노력해서 달성한 성과다.

 

- 오늘이 축구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인가?

외국으로 처음 나왔고, 우승도 처음 했다. 모든 선수가 꿈꾸는 게 이런 순간 아닌가. 너무나 기쁘다. 구단 역사에도 기록될 만한 우승이다. (질문: 본인 축구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냐는 거였다) 당연하지.

 

- 개막 전에 나온 전력 분석 기사에서 경남을 우승 후보로 지목한 예는 거의 없었다. 시즌이 시작된 뒤 경남은 절대강자였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데 말컹 본인의 비중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전지훈련 때 경남에 합류했는데 처음 든 생각은 ‘아, 적응하기 많이 어려울 것 같은데’였다. 감독님이 슈팅, 연계 플레이 등 여러 측면에서 도와주셨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 김 감독 말에 따르면 말컹에게 기술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줬다던데.

물론이다. 감독은 유명한 공격수 출신이라고 알고 있다. 자기 경험을 토대로 많은 걸 가르쳐 주셨다. 그게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낸 비결이다. 특히 우리 팀이 수비에 몰려 있을 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우리가 공격할 때 빈 공간으로 들어가는게 중요하다는 점을 많이 이야기하셨다. 그게 실제로 경기장에서 통하더라.

 

- 리그 적응기도 없이 바로 활약하더라.

아니다. K리그는 내가 뛰던 브라질에 비해 더 많이 뛰어야 하고 몸싸움을 자주, 강하게 걸어오는 리그다. 그런 부분에 적응해야 했다.

 

- 당신 팀 구단주였던 주니뉴 파울리스타가 경남으로 보내며 ‘여린 친구라 잘 돌봐줘야 한다’고 말했다더라.

주니뉴가 걱정했던 것 안다. 브라질에선 그런 스타일이었다. 팀에서 혼자 가만히 있는 편이었고 말수도 별로 없었다. 운동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가서 엄마부터 봤다. 그러니 한국에 온다고 할 때 잘 적응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적응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옆에 있는 이 친구(브루노를 가리키며)다. 한국어도 영어도 못 하는 상태에서 브루노가 옆에 있었기에 힘들지 않은 환경이라고 느꼈다. 물론 동료들, 감독과 코치도 다들 잘 해 주셨다.

 

- 김종부 감독은 말컹이 ‘덩치 큰 애가 휘청휘청 하는 모습을 보면 꽤 귀엽다’고 말한 바 있다.

날 귀엽다고 했다고? 재밌는 말이네. 감독님과는 좋은 관계다. 훈련 중에 농담을 많이 걸어주시고, 따로 진지한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동안 함께 지내며 본 모습에서 귀여운 면을 찾으셨나 보다. (질문:김 감독도 귀여운 면이 있는 것 같은데) 음, 재밌는 분이라고 해 두겠다. (웃음) 원래 성격은 점잖은 분인 것 같은데, 훈련 때 보면 내게 말씀을 아주 많이 하신다. 그러다 농담도 나오는 거고. 그럴 때 보면 닫힌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 우승을 거뒀고, 득점왕이 유력하다. 성공으로 가는 첫 해를 보낸 것 같은데.

그렇다. 오늘이 앞으로 내 선수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줄 거다. 내년부터 많은 변화가 있겠지.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축구 인생 전체에 있어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본다.

 

- 브라질에서 말컹의 성공을 보며 가장 기뻐하고 있을 사람은?

가족 모두 기뻐할 텐데 그 중에서도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많은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는 내 경기를 챙겨보면서 많은 조언을 해 주시기도 한다. 한국에 오기로 결정할 때부터 아버지는 내게 큰 힘이 되는 존재였다. 고비가 있을 때마다 자주 조언을 구했다. 아버지는 현실적인 조언보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 더 재밌게 고비를 헤쳐 나가는 방법을 많이 고려해서 이야기해주는 분이다.

말컹의 부모는 어렸을 때 이혼했다. 농구 감독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어려서부터 농구를 한 말컹은 어머니를 돕기 위해 축구로 종목을 바꿨다. 아버지는 한때 축구를 반대했으나 지금은 가장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 영입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더라. 감독이 직접 밝혔다. 남을 건가?

아직 내가 들은 공식적인 제안은 없다. 지금은 우리 팀이 클래식에 올라가니까, 클래식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하고 있다. 그뿐이다.

 

- 골든스테이트워리어스 모자를 브루노와 함께 쓰고 있는데. 둘 다 팬이라서 쓰고 있는 건가?

어렸을 때부터 농구를 했다. 여러 팀을 좋아했는데 마이클 조던, 르브론 제임스를 거쳐 지금은 스테판 커리를 좋아하고 그의 팀인 골든스테이트도 좋아한다. 브루노가 쓰고 있는 건 내 모자다. 그냥 빌려줘서 쓰고 있는 것뿐이다.

말컹은 입만 열면 농구 이야기를 해 옆에 있는 사람을 지겹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브루노가 “난 농구 하나도 모른다”고 말하며 질렸다는 듯 웃었다. 동석한 에이전트는 “커리 방한 이벤트 때 표를 구해달라고 아주 난리를 치더라. 언더아머 제품을 엄청 샀는데 초청권이 안 나왔다”고 했다. 구단 직원은 “NBA 파이널인가 그거 할 때는 챙겨봐야 된다고 꼭 TV 앞에 달려 가더라”라고 증언했다.

 

- 요즘 성공한 축구 선수와 농구 선수가 친분을 쌓는 게 유행이다. 앙투안 그리즈만은 아이재이아 토마스, 폴 포그바는 서지 이바카와 친한 것 같던데. 나중에 스타가 되면 NBA 스타와 친구가 되지 않을까?

에이. 만약 기회가 되면 NBA 보러 미국에 가고 싶다. 커리 경기 보러 캘리포니아로. 커리 경기를 직접 보고 싶으니까. (풋볼리스트: 꿈을 크게 갖자. 친구가 될 수 있다. 커리가 당신 인스타 팔로우할 때까지) 친구, 너무 꿈 같은 이야기다. 내 목표를 하나하나 달성하다 보면 사진 한 번 정도 찍을 기회는 오겠지. 그럼 행복할 것 같다.

 

- 아, 이걸 안 물어봤다. 원래 만나면 덩크를 요청할 생각이었다. 덩크할 수 있나?

지금은 무릎 다쳐서 못 하고…. 아, 안 다치면 할 수 있냐고? (그런 것도 질문이냐는 듯) 열다섯 살 때부터 했는데?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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