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승우가 프로 선수로 데뷔했다. 이승우는 공격진 중 가장 짧은 시간을 소화했지만, 영향력은 더 오래 뛴 동료들보다 컸다.

2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로나에 위치한 스타디오 마르크안토니오 벤테고디에서 ‘2017/2018 이탈리아세리에A’ 6라운드를 가진 엘라스베로나는 라치오에 0-3으로 완패했다. 현재까지 6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단 1득점을 올렸을 뿐 필드골을 하나도 넣지 못한 베로나는 최악의 빈공을 이어갔다.

이승우는 선발 왼쪽 윙어였던 마티아 발로티와 교체돼 후반 25분 그라운드를 처음 밟았다. 현지에서도 화제를 모았던 이승우가 투입되자 가라앉았던 관중 분위기가 빠르게 끓어올랐다. 이승우의 재능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건 베로나 현지 관중들도 이승우에게 관심을 가진 한국 대중과 마찬가지였다.

베로나는 선발부터 교체까지 공격 자원을 총 5명 기용했다. 선발 공격진은 좌우에 발로티와 엔리코 베아르초티가 서고, 최전방을 잠파올로 파치니가 맡는 조합이었다. 두 골을 내준 뒤 후반전을 맞은 베로나는 공격수 모이스 킨, 오른쪽 윙어 알레시오 체르치를 추가 투입하며 베아르초티를 수비수로 내려보냈다. 포메이션은 4-2-4에 가깝게 공격적으로 변했다. 마지막으로 이승우까지 교체 투입됐다.

이승우의 기록은 빈약한 베로나 공격진 중 그나마 가장 풍성했다. 결정적 패스 1회, 드리블 성공 2회 모두 팀내 최고 기록이다. 이승우는 슛을 한 차례 날렸는데, 팀내 최다 기록 선수인 베라르초티도 2회 기록이 전부였다.

이승우 투입 이후 공격의 중심은 이승우였다. 이승우의 패스 횟수 11회는 더 오랜 시간을 소화한 체르치의 11회, 킨의 9회에 비하면 많은 수치였다. 이승우의 패스 성공률 81.8%는 베로나 공격진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이승우는 크로스 없이 대부분 숏 패스로 공격을 진행했다. 이승우가 공을 탈취한 횟수는 1회였다.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공을 빼앗아 바로 공격을 시작한 후반 39분 장면이었다.

부정적인 기록도 있었다. 공 소유권을 잃어버린 횟수 2회, 잘못된 볼 터치 1회를 기록했다. 출장 시간에 비하면 팀내 최고 수준으로 많은 기록이었다. 이승우의 퍼스트 터치가 불안해 실수한 장면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승우가 얼마나 공을 많이 잡았고 모험적인 플레이를 했는지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기록에서 드러나듯 이승우의 교체 투입 이후 영향력은 무기력한 베로나 공격진에서 그나마 가장 활기찼다. 이승우는 왼쪽 윙어 자리에서 계속 상대를 공략했다. 후반 28분 절묘한 퍼스트 터치로 아담 마루시치의 경고를 이끌어냈다. 후반 30분에는 오른쪽으로 이동해 동료들과 빠르게 공을 주고받으며 페널티 지역까지 전진시키는 ‘바르셀로나식’ 플레이를 이끌어냈다. 이번 시즌 베로나가 거의 보여주지 못한 공격 패턴이었다.

후반 35분 플레이가 가장 고무적이었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받은 이승우는 마르코 포사티에게 패스를 살짝 띄워 준 뒤 수비 배후로 침투했다. 포사티의 헤딩 리턴 패스가 이승우에게 전달되며 2대 1 패스가 성공했다. 측면 공략에 성공한 이승우가 문전으로 컷백 패스를 날렸으나 수비가 먼저 걷어냈다.

이승우 투입 이후 베로나는 세 차례 슛으로 만회골을 위해 노력했다. 반면 라치오는 슛을 하나도 날리지 못했다. 라치오가 잠잠했던 건 경기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승우 효과를 비롯한 베로나의 상승세가 막판 분위기를 주도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날 활약을 통해 이승우는 베로나 공격진 속 자신의 가치를 보여줬다. 이승우 특유의 도전적이고 과감한 플레이는 침체돼 있던 베로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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