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세리에A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 축구의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유럽 축구 ‘4대 빅 리그’가 나란히 6라운드까지 진행된 지금, 벌써 10골을 넣은 선수가 등장했다. 파울로 디발라다. 디발라는 수준급 공격수의 기준이라는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데 한 달 남짓이면 충분했다.

디발라는 24일(한국시간) 유벤투스의 홈 구장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이탈리아세리에A’ 6라운드 토리노전에서 2골을 몰아쳤다. ‘토리노 더비’에서 4-0 대승을 거두는데 디발라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디발라가 넣은 경기 첫 골은 골키퍼가 막기 힘든 독특한 리듬으로 들어갔다. 전반 16분 미랄렘 퍄니치의 전방 압박으로 따낸 공을 디발라가 잡고 그대로 문전으로 돌진했다. 토마스 링콘이 따라붙어 디발라를 잡아채려 하자, 디발라는 주저앉는 순간에 절묘한 왼발 슛을 날렸다. 빠르고 정확하게 골문 구석으로 꽂히는 슛이었다. 링콘의 방해 덕분에 디발라의 슛은 오히려 타이밍을 재기 힘들어졌다.

디발라는 후반전 추가 시간 곤살로 이과인이 토리노 수비 사이에서 공을 잡고 돌아서다 흘린 공을 재빨리 차 넣어 한 골을 추가했다. 디발라의 시즌 10호골이 단 6경기만에 완성됐다.

두 골 외에도 디발라는 경기를 주도한 선수였다. 디발라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수비수들을 유인하면, 오른쪽 윙어 후안 콰드라도가 문전으로 침투하며 디발라의 패스를 받아 슛을 날렸다. 디발라는 전반 10분 다니엘레 바셀리의 경고를 이끌어냈는데, 바셀리는 전반 24분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토리노의 경기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폭발적인 득점은 개막전에 시작됐다. 1라운드 칼리아리전 1득점, 2라운드 제노아전 해트트릭, 3라운드 키에보전 1득점, 4라운드 사수올로전 해트트릭이 이어졌다. 이어 6라운드에 2골을 추가했다. 그중 페널티킥은 한 골에 불과했다. 유벤투스는 디발라의 맹활약에 힘입어 6전 전승을 거두며 나폴리와 함께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유벤투스의 18득점 중 절반 이상을 디발라 혼자 넣었다. 동료 공격수 이과인과 마리오 만주키치가 각각 2골씩 득점했고 미드필더 미랄렘 퍄니치, 후안 콰드라도, 수비수 알렉스 산드루가 1골씩 보탰다. 상대 자책골도 하나 있었다.

디발라의 득점 추이는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1부리그를 통틀어 가장 빠르다. 6라운드 현재 두 번째로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스페인라리가 득점 선두인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9골)다. 그 뒤를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보루시아도르트문트, 8골)과 치로 임모빌레(라치오, 8골)가 잇고 있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시티)는 아직 6골이다.

‘빅 리그’의 범위를 프랑스리그앙까지 넓히면 AS모나코의 라다멜 팔카오가 가장 먼저 10골을 넘겼다. 팔카오는 23일 릴을 상대로 2골을 넣어 시즌 11호골에 도달했다. 디발라보다 하루 빨랐다. 다만 리그앙은 7라운드까지 진행됐다는 점이 다른 빅 리그들과 다르다.

디발라는 원래 세리에A를 대표하는 스타였지만, 최근 영향력과 득점력 모두 일취월장했다. 디발라의 시즌 최다골 기록은 지난 2015/2016시즌의 19골이었다. 이번 시즌을 6분의 1도 채 소화하지 않은 지금 10골에 도달하며 개인 최다골 시즌을 일찌감치 예약 중이다.

디발라의 가능성을 본 호르헤 삼파올리 아르헨티나 감독은 최근 메시의 새 파트너로 디발라를 기용하기 시작했다. 아직 공존이 성공적이진 않지만, 현재 유럽 전체에서 가장 득점력이 좋은 두 선수를 조화시킬 수 있다면 폭발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세리에A 전체적으로 다득점 경기가 많이 나오는 추세도 디발라의 득점력에 영향을 미쳤다. 디발라와 임모빌레에 이어 에딘 제코(AS로마), 마우로 이카르디(인테르밀란), 드리스 메르텐스(나폴리)가 6골을 넣는 등 세리에A는 유독 골잡이들이 초반부터 활약 중이다. 이들의 소속팀은 모두 경기당 평균 2득점 이상 올렸다. 경기당 2득점을 넘긴 팀이 5개나 되는 빅 리그는 세리에A 뿐이다. 특히 나폴리의 6경기 22득점은 현재 빅 리그 구단 중 가장 많은 골에 해당한다.

디발라의 천재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폭발적인 득점행진의 이면에는 이번 시즌 유독 일방적인 경기가 많이 나오는 세리에A의 리그 판세가 있다. 선두권에선 전승을 거둔 팀이 둘이나 되고, 강등권에선 아직 1승도 올리지 못한 팀이 셋이나 될 정도로 세리에A는 상위권과 하위권의 전력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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