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귀포] 김정용 기자= 윤빛가람(27)은 중위권 팀에서 뛴 기억이 많다. 2015년까지는 그랬다. 지난해부터 중국의 연변푸더 소속으로 치열한 잔류 싸움을 경험했다. 지난 6월 말 제주유나이티드로 다시 합류(임대)하면서 강등의 위협은 일찍 벗어났다.

윤빛가람이 승점 1점이라도 더 따기 위해 중국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제주는 K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두 달 동안 상황이 많이 변했다. 제주는 전북현대에 선두를 내준 뒤 빠르게 순위가 하락해 5위까지 떨어졌다. 한 경기 덜 치렀다지만, 그 경기를 승리했을 경우에도 전북과의 승점차는 여전히 7점이다.

윤빛가람은 다시 돌아온 제주에 가능하다면 우승을,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3위를 안겨주고 싶다고 했다. 후반기 동안 활약한 뒤 내년에 입대할 계획인 윤빛가람의 각오다. 인터뷰는 전북현대를 꺾은 다음날인 지난 13일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됐다.

*윤빛가람 약력 : 1990년생. 경남FC(2010~2011), 성남일화(2012), 제주유나이티드(2013~2015), 연변푸더(2016~2017), 제주(2017). A매치 15경기 3골

 

- 1년 반 만에 제주로 돌아왔다. 그대로인 것도, 바뀐 것도 있을 것 같다.

제주에 오기로 결정됐을 땐 다른 팀보다 마음 편했던 게 사실이다. 내가 있던 팀이니까. 그런데 선수들이 반 이상 바뀌어서 적응할 게 많았다. 동네도 좀 바뀌었다. 클럽하우스 주위에 아파트가 생겼다. 숙소 안에 바뀐 거라면 안마의자 정도. 바디프랜드가 들어왔다. 엄청 시원하고 좋더라.

 

- 재회하고 싶었는데 아쉬운 선수도, 새로 만나 반가운 선수도 있을텐데.

2015년에 함께 뛰었던 로페즈를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이번 전북전에서도 우리가 이기긴 했지만 로페즈가 골을 넣었다. 개인적으론 함께 뛰고 싶었다. 지금 우리 팀은 어린 선수가 많다. 내가 중고참 정도 된다. 후배 중 안현범, 이은범이 엄청난 스피드를 갖고 있다. 패스만 잘 넣어주면 편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

 

- 제주는 시즌 초 우승후보였다. 지금도 우승 가능한 승점차를 유지하곤 있지만 순위가 약간 떨어졌다. 윤빛가람 개인적으로도 경력 내내 우승에 도전한 적이 없더라. 이번 시즌이 첫 기회일 수도 있는데, 부진이 아쉽지 않나.

그래도 상위권은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왔다. 우승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쉬운 경기를 못 잡는 게 우리 문제다. 인천유나이티드, 전남드래곤즈전은 내가 뛰진 않았지만 이길 수 있는 걸 못 잡았다. 그러면서 주춤했지만 여전히 우승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두 번째는 3위 안에 들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소화하고 싶다.

- ACL 경험도 별로 없다. 2012년 성남에서 소화한 것이 유일하다. 그러고보면 K리그에서 손꼽히는 미드필더면서 우승 도전도, ACL 경험도 부족하다.

그런 생각도 했다. 나도 ACL에서 뛰어보고 싶었는데, 올해 전반기에만 소화하다가 내가 오기 전 탈락해 버렸다. 중국 가기 직전인 2015년 K리그 순위가 6위였다. 그런데 작년엔 3위까지 순위가 오르지 않았나. 내가 없으니 오히려 잘 하더라. 섭섭하다고 해야 하나. (웃음) 나, (송)진형이 형, 로페즈 같은 주축 선수들이 빠졌는데 순위가 올랐으니 원.

 

- 강등권 싸움 역시 연변푸더에서 처음 겪었다.

책임감이 분명 있었다. 게다가 난 새로 합류한 선수, 용병이었다. 팀이 어려울 때 내가 해줘야 한다는 부담이 굉장히 컸다. 작년에 잔류하자마자 올해 또 잔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왔다. 올해는 상황이 나쁘다. 강등권이다. 그렇다고 승점차가 10점 넘게 벌어지면 포기할텐데, 한두 경기만 이기면 바로 강등권을 벗어날 수 있는 승점이라 선수들이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중간에 나오면서 아쉬웠다. 연변 동료들을 더 도와줬어야 했는데. 선수들과 다들 친했고 서로 많이 의지했는데 아쉽다.

 

- K리그로 돌아와 몇 경기 뛰면서 느낀 건 뭔가? 적응기간은 필요한가?

감독님이 믿음을 주고, 자신감을 심어 주셨다는 게 중요하다. K리그와 중국 리그는 조금 다르다. 템포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아직 내가 적응을 못 해서 빠른 동료들에게 좋은 패스를 많이 넣어주지 못하고 있다. K리그 압박 타이밍이 중국보다 빠르다. 공을 받고 돌아서서 여유 있게 앞을 보면 좋은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데, 아직 그게 미흡하다. 그 외엔 다 괜찮다. 패스 플레이를 중시하는 스타일은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패스 잘 하는 선수, 빠른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팀이다. 발을 빨리 맞추면 된다.

 

- 압박 타이밍 말고 중국과 한국 리그의 차이는? 직접 느낀 수준은 어땠나.

확실히 중국 수준이 올라갔다. 강팀일수록 좋은 중국 선수들이 몰려 있다. 광저우헝다, 상하이상강 같은 팀에 중국 대표가 많다. 좋은 용병을 좋은 중국 선수가 받쳐줄 때 좋은 성적을 내더라. 스타 용병이 잔뜩 오면서 내가 느낀 건 홍보효과였다. 관중이 굉장히 많다. 원정을 가도 관중이 많으니까 경기가 즐겁고 흥이 난다. 그런 건 중국이 잘 하는 것 같다.

 

- 중국으로 가기 전보다 성장한 게 있다면?

아직 내 경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도 말할 수 있는 건 프리킥이다. 한국에서도 한 해에 두 골 넣은 건 2010년 한번 뿐이다. 연변에선 전반기 13경기를 치르며 두 골을 넣었다. 박태하 감독님이 그만큼 믿어 주셨고, 성공한 킥이 나온 뒤론 자신감도 붙었다.

중국 가기 전보다 정확성이 높아졌다. 연습을 많이 해서 그렇다. 골대 안으로 찰 확률이 높아졌다. (전북전에서도 아슬아슬한 프리킥이 하나 있었는데) 자신은 있었다. 골대 안으로만 넣자는 생각으로 찼다. 원래 무회전으로 차려 했는데 잘못 맞아서 회전이 걸린 거다. 핑계를 대자면 경기 초반에 약간의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참고 뛰는 중이었는데, 프리킥을 차면서도 생각대로 될지 약간 확신이 없었다.

 

- 제주도 서귀포와 연변을 오가고 있다. 어째 한국과 중국에서 가장 심심한 지역만 골라 다니는 것 같다.

답답하진 않은데 심심한 건 있다. 굉장히 있다. 심하게 있다. 중국 가기 전, 제주에서 3년 지내며 처음으로 취미생활이란 걸 가졌다. 원래 방에서 TV 보고 칙칙하게 남자들끼리 영화 보러 가는 사람이었는데, 여기 살면서 골프를 배운 거다. 근데 지금도 같이 칠 사람이 없어서 룸메이트 김수범과 나가서 밥 먹고, 카페 가고, 그러면서 데이트 한다. 제주도는 굉장히 예쁜 곳이지만 운동 틈틈이 구경 다닌다는 건 어렵다.

 

- 요즘 선수들은 근처에 예쁜 카페를 많이 가던데. 조성환 감독도 자주 가더라. ‘바다다’라고…

벌써 두 번 갔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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