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꿈에 무대’ 결승에 서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꿈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로 20여년 동안 활약한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에게 결승전에 세 번 올라 모두 졌다는 건 끔찍한 비극에 가깝다.

4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에 위치한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2016/2017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레알이 유벤투스를 4-1로 꺾고 우승했다. 부폰은 유벤투스의 선발 골키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앞선 12경기 중 11경기를 소화하며 겨우 3골만 내줬던 부폰은 결승전 단 한 경기에서 4골이나 허용하고 말았다.

유벤투스는 UCL 사상 가장 많은 일곱 번째 준우승을 한 팀이고, 그중 3번을 부폰이 함께 했다. 부폰은 2002/2003시즌 결승전에서 AC밀란에 패배한 뒤 시즌 베스트 골키퍼로 선정됐다. 지난 2014/2015시즌은 바르셀로나에 밀려 우승을 노혔고, 역시 최고 골키퍼로 뽑혔다. 두 번 모두 부폰이 대회 최고 활약을 했지만 우승은 아슬아슬하게 놓쳤다.

이번 결승전도 부폰은 훌륭한 경기를 했으나 굴절된 슛 두 개를 막지 못하며 일을 그르치기 시작했다. 39세 부폰은 다소 떨어진 순발력을 최상의 예측력으로 보완해 왔다. 궤적을 읽기 힘든 굴절 상황은 치명적이었다. 전반 19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슛이 레오나르도 보누치를 스쳤고, 후반 16분 카세미루의 중거리 슛은 자미 케디라를 스쳤다. 둘 다 굴절된 뒤 절묘하게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필드 플레이어들의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 뒤 수비가 흔들렸다. 호날두와 마르코 아센시오에게 두 골을 더 허용하며 유벤투스는 대패를 당했다. 전반전에는 오히려 레알을 앞서는 경기력을 보였지만, 대회 역사에는 무려 4골을 허용했다는 결과만 남게 됐다.

부폰은 특히 노장 반열에 든 이후 큰 대회 결승전에서 ‘대패 전문’이 되어 버렸다.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대표팀의 몰락을 견디는 버팀목 역할을 한 부폰은 2012년부터 다시 최고 선수가 될 기회를 잡았다. 유로 2012 결승, 2015년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치른 UCL 결승이 그 기회였다. 그러나 스페인과의 악연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 유로 결승에서 스페인에 0-4로 대패했다. 2015년 대회때는 1-3으로 패배했다. 이번 1-4 대패까지, 부폰은 5년 간 치른 세 번의 큰 대회 결승전에서 모두 패배하며 무려 11골을 내줬다. 부폰 개인의 활약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모를 당한 꼴이 됐다.

부폰의 지나치게 잔인한 결승전 역사는 차비 에르난데스가 “부폰이 우승하는 걸 보고 싶다”고 인터뷰할 정도였다. 그러나 가혹한 운명은 부폰을 더 깊은 비극 속으로 빠뜨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