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의 별칭은 별들의 전쟁이다. 국가대표 레벨에서 최고의 대회가 월드컵이라면, 클럽 레벨에서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볼 수 있는 무대는 UCL이다. 현대 축구의 발전사을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 'Football1st'가 UCL의 진수를 더 깊이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두 골을 넣은 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그러나 호날두의 활약을 위해선 최고급 2진 선수들의 조력이 필요했다. 레알마드리드가 유럽 정상에 오른 건 베스트일레븐이 아니라 선수단 전체의 저력 덕분이었다.
4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에 위치한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2016/2017 UCL 결승을 치른 레알이 유벤투스를 4-1로 꺾고 우승했다. 레알은 UCL 출범 이후 최초로 두 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은 데뷔 이후 두 시즌 모두 유럽 정상에 올랐다.
레알은 후반전을 지배했다. 전반엔 오히려 유벤투스의 경기력이 나았지만 레알 특유의 득점력을 발휘해 1-1 동점으로 하프타임을 맞았다. 후반전에 유벤투스의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진 반면 레알은 저력을 유지했고, 세 골을 퍼부을 수 있었다.
차이가 벌어진 요인 중 하나가 체력이었다. 이 경기의 승패 요인을 보려면 이번 시즌 전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레알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체력 안배가 잘 이뤄진 팀이었다. 가장 많은 시간을 소화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조차 스페인라리가 38경기 중 29경기만 뛰었을 정도다. 대신 1,000분 이상 소화한 선수가 20명이나 됐다. 거의 더블 스쿼드에 가까운 1군 라인업으로 시즌을 치렀다는 뜻이다.
레알은 ‘1진보다 강한 2진’이라는 수식어가 생길 정도로 주전과 후보의 전력차가 없었다. 특히 지난 5월 UCL 4강 2차전에서 주전 멤버들이 아틀레티코마드리드에 1-2로 패배한 반면, 나흘 뒤 열린 라리가 세비야전에 알바로 모라타, 마르코 아센시오, 마테오 코바치치 등 2진급 멤버를 대거 투입한 뒤 오히려 4-1로 대승을 거뒀다. 시즌 초 2진으로 분류됐던 이스코가 막판엔 1진으로 팀내 입지를 넓히기도 했다.
반면 유벤투스는 더 한정된 선수단으로 시즌을 보냈다. 주전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은 세리에A 38경기를 모두 소화(6경기는 교체 투입)했다. 선발로 30경기 이상 뛴 선수가 이과인, 자미 케디라, 잔루이지 부폰까지 3명이었다. 1,000분 이상 소화한 선수의 숫자는 18명으로 레알보다 적었다.
특히 시즌 막판에는 보유한 공격 자원 5명 중 4명을 동시에 투입하는 4-2-3-1 포메이션을 썼기 때문에 이과인, 파울로 디발라, 마리오 만주키치가 모두 체력 부담에 허덕였다. 후보 공격수 마르코 피야차의 부상으로 대체 멤버가 아예 없어졌다. 시즌 막판에 후안 콰드라도를 선발에서 빼고 3-4-2-1 포메이션으로 전환하자, 이젠 벤치의 공격자원이 콰드라도 한 명만 남았다. UCL 결승전에서 레알 벤치에 무려 가레스 베일을 비롯해 마르코 아센시오, 알바로 모라타가 앉아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유벤투스와 레알은 결승전 전반에 중앙 공격이 잘 되지 않았다. 유벤투스는 디발라, 레알은 이스코가 공격을 주도해야 했지만 둘 다 상대 미드필더들의 견제에 막혔다. 여기까진 두 팀의 상황이 비슷했다. 그러나 레알은 체력적 우위를 바탕으로 리드를 잡은 뒤 후반에 이스코를 한결 잘 활용할 수 있었고, 이스코 대신 투입한 아센시오가 쐐기골까지 넣었다. 반면 유벤투스는 디발라의 부진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중앙 미드필더 마리오 레미나를 투입해야 했다. 한발 앞서 공격 강화를 위해 투입한 콰드라도는 불필요한 반칙으로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해 오히려 팀에 손해를 끼쳤다.
선발 라인업의 체력, 벤치의 역량 모두 레알이 압도적이었다. 유벤투스가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는 건 전반전이 고작이었다. 안 그래도 체력이 뛰어나야 소화할 수 있는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전술은 상대가 레알이다보니 더 격렬한 움직임을 요구했다. 지친 유벤투스 선수들에겐 어려운 과제였다.
두 팀의 선수층 차이를 상징하는 선수가 모라타였다. 모라타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유벤투스의 주전 공격수였다. 그러나 이번 시즌 레알로 재이적한 뒤 후보 신세에 머물러 있다가, 결승전 후반 44분에 큰 의미 없는 교체 선수로 경기장을 밟았다. 유벤투스가 애지중지하던 공격수가 레알에선 후보 신세다.
유벤투스는 매년 리빌딩에 가까운 변화를 겪으면서도 6시즌 연속으로 세리에A에서 우승했고, 2년 만에 UCL 결승으로 돌아오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핵심 선수를 팔고 대체자를 영입하는게 한계였고, 선수층을 더 늘리진 못했다. 전술이 답답하다고 비판 받아 온 지네딘 지단 감독은 과감한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선수단을 폭넓게 활용했다. 우승을 가른 차이가 여기서 발생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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