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8강전에서 처음으로 개정된 ABBA(매 순서 마다 선축팀 변경) 방식의 승부차기가 처음 실시됐다. 남자 축구 국제 대회에서 ABBA 방식으로 승부차기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 시기마다 선축팀을 바꾸는 방식은, 그 동안 승부차기가 먼저 차는 팀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로 120분 간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뒤 진행된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승부차기 대결에서 1차 시기 선축팀 포르투갈이 4-5로 졌다. 

하지만, 우루과이가 승부차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이 ABBA 방식의 영향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다. 우루과이 골문을 지킨 골키퍼 산티아고 멜레는 포르투갈의 첫 번째 키커 후벤 지아스의 슈팅부터 마지막 일곱 번째 키커 안드레 히베이루의 슈팅까기 7차 시기 중 여섯 처례나 슈팅 방향을 정확하게 읽었다.

특히 지아스의 슈팅은 골키퍼 멜레이 팔과 다리 사이를 스치며 아슬아슬하게 들어갔다. 승부차기 돌입 시기부터 여유로운 표정을 보인 멜레는 지아스의 골을 허용한 뒤에도 웃었다. 멜레는 포르투갈의 다섯 번째 키커 페페의 슈팅을 막아냈고, 이후 세 차례 연속 선방하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멜레의 선방에도 우루과이는 쉽게 4강 티켓을 거머쥐지 못했다. 멜레가 페페의 슈팅을 막은 직후 로드리고 아마랄의 왼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겨 허공으로 치솟았다. 이어 우루과이 여섯 번째 키커 비냐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와 전세가 포르투갈에 유리하게 기울었다. 

멜레는 이 위기를 극복했다. 포르투갈 여섯 번째 키커 제 고메스의 슈팅을 다시금 막아낸 것이다. 이어 안드레 히베이루의 슈팅까지 막았다. 우루과이의 일곱 번째 키커 산티아고 부에노가 성공시켜 무려 다섯 번이나 이어진 실패에 마침표가 찍혔다.

포르투갈 골키퍼 지오구 코스타는 한 차례도 우루과이 키커의 슈팅을 막지 못했다. 우루과이가 놓친 두 번의 슈팅은 허공을 가른 실축과 크로스바를 때린 불운이다. 포르투B 소속 골키퍼 코스타는 만 18세의 어린 나이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만 20세로 이미 프로 1군 경기에 참가 중인 멜레가 훨씬 노련했다. 더구나 페널티킥 방어에 있어서 탁월했다.

120분 간의 경기 양상을 보면 어느 팀이 4강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팽팽했다. 공격적으로 더 주도적인 경기를 한 팀은 포르투갈이었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강력한 전방 압박을 통해 우루과이 미드필더 페데리코 발베르데의 공을 빼앗았고, 브루누 샤다스의 패스를 받은 샨데 실바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깔끔한 칩샷으로 연결해 앞서갔다.

우루과이는 전반 16분 코너킥 상황에서 스차파카세의 슈팅이 골대를 때린 뒤 수비수 부에노가 밀어 넣어 동점골을 넣었다. 이후에도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공격력이 좋은 팀은 포르투갈이었다. 유벤투스 입단이 예정된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경고 누적으로 빠진 우루과이의 공격은 둔탁했고, 선수비 후역습에 집중했다.

포르투갈은 전반 41분 지오구 곤살베스가 예리한 오른발 중거리슈팅을 골문 구석에 꽂아넣어 다시금 앞서갔다. 우루과이는 후반 5분 페널티킥을 얻어 발베르데가 성공시켜 다시 따라 붙었다. 우루과이는 정지 상황에만 득점했다. 

후반 중반 이후에는 양 팀 모두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포르투갈은 제드손 페르난데스, 안드레 히베이루, 제 고메스 등 공격적인 선수를 투입했다. 우루과이도 아마랄을 후반 34분에 투입했으나 비에라와 비냐의 투입은 그 보다 중원 균형을 신경쓴 모습이었다. 

포르투갈은 지난 2016 UEFA U-17 챔피언십 우승을 이룬 1999년생 선수들을 중용했다. 후반전에 들어온 미드필더 제드손의 경우 탁월한 중원 전개력을 보였고, 강력한 중거리슈팅으로 우루과이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으나 어린 티가 보였다. 세 번째 교체 카드로 들어온 제 고메스는 UEFA U-17 챔피언십 득점왕이자 골든볼 수상자지만 나이 차이를 절감했다.

포르투갈전 이전까지 대회 4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우루과이는 그 보다 노련하고 끈끈한 팀이었다. 4강은 미래를 위한 잠재력보다 승리에 최적화된 팀에 돌아갔다. 포르투갈은 개최국 한국에 실력 차이를 보여주며 8강에 올랐지만, 젊은 골키퍼에게 기회를 준 대가를 치렀다. 코스타는 승부차기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아주 큰 경험을 얻었다.

우루과이는 준결승에서 베네수엘라를 만난다. 우루과이는 남미 챔피언에 등극했으나 베네수엘라와 대결에서는 1무 1패로 열세를 보였다. 베네수엘라가 16강전과 8강전에 연이어 연장전을 치른 것은 우루과이 입장에선 다행인 부분이다. 

사진=우루과이축구협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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