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한준 기자= “결과가 중요하다.”

2008년 6월 만 19세의 나이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기성용(28, 스완지시티)은 어느 새 국가대표 10년 차다. 91차례 A매치에 출전한 기성용의 팔에는 주장 완장이 채워져 있다. 기성용은 지난 3월 A매치 기간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진 와중에 선수들을 향한 쓴 소리로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표팀은 오고 싶다고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소속팀에 있을 때보다 책임감이 크다. 지금은 주장 역할도 맡고 있고, 나보다 어린 선수도 수두룩하다. 어떻게 하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주장의 역할은 감독과 선수단 사이의 가교다. 선수단 분위기를 잡는 것도 주장이다. 군기반장의 의미는 아니다.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 집중도 높은 훈련을 진행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이끌어야 한다.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파주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훈련은 그런 면에서 합격점을 줄만했다. 

#훈련 잘 되도 실전에서 보여줘야 한다

좋았던 훈련 분위기에 대해 기성용은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와서 해준 것이 힘들었을텐데, 보시다시피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운동장 안에서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이날 선수들 모두 킥 감각이 좋았다. 훈련 과정에 미니게임에서 예리한 슈팅이 골문 구석에 꽂히는 장면이 많았다. 취재진 입에서도 탄성이 나왔다. 선수들 스스로도 이날 감이 유독 좋다고 했다.

“오늘 이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준비 과정의 일부다. 우리가 하고자하는 플레이를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보여주기만 한다면 충분히 찬스를 만들 수 있고, 찬스를 많이 만들면 골도 넣을 수 있다.”

이날 대표팀은 개인 전술과 부분 전술을 통해 마무리 슈팅으로 득점을 만드는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공을 소유하고 상대 지역을 지배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방향성은 효율성 문제를 지적 받았다. 볼을 오래 소유하지만 마무리 파괴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패스 정확성과 마무리 정확성을 높여 극복하겠다며 “우리 철학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기성용은 그에 대한 훈련이 일주일 간 잘됐다고 했다. “항상 볼을 소유하고, 주고받고 움직이는 것을 요구하신다. 오늘 미니게임에서 선수들이 그런 부분을 많이 연습했다. 이제 경기장 안에서 연습한 것이 나와야 한다. 그런 부분이 지금까지 부족했다. 이번에는 평가전도 있으니 선수들이 부담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다.”

#결과가 안 좋으면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준비 과정이 좋아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패착으로 귀결된다. 기성용은 대표팀 분위기에 대한 소문과 대표팀 내 비디오 미팅 내용이 언론에 알려진 문제 등 비판론에 대해 특별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결과가 좋지 않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한국 뿐 아니라 어느 팀이라도 그런 얘기가 나온다. 언론도 그렇고, 심지어 내부적으로도 당연히 자기가 가진 불만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했다, 잘못했다를 떠나서 경기가 잘 안되고 자기가 경기에 못 나가면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각자의 의견이다. 각자 소속팀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온 것인 데 그런 것이 왜 없겠나.”

기성용은 결국 팀을 뭉치게 하고, 비판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완벽한 승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기력이 좋지 않고, 결과가 좋지 않았던 1차적인 책임은 선수들에게 있다. 계속 경기가 있으니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번 카타르와 경기에서 터닝 포인트를 만들고 싶다. 그래야 대표팀이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한 경기만 잘하면 선수들의 자신감이 올라가고, 팬들의 기대도 높아질 것이다. 이번 경기는 그래서 더 중요하다.”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A조에서 2위에 올라 있다. 본선 직행 티켓을 자력으로 확보할 수 있는 위치가. 1위 이란이 17점으로 앞서가는 가운데 2위 한국은 13점으로 3위 우즈베키스탄(12점)의 추격을 받고 있다. 

카타르 원정에서 이기지 못할 경우 우즈베키스탄에 추월을 허용할 수 있다. 카타르전 이후 일정이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과 원정이기 때문에 무조건 이겨야 한다. 이길 경우 우즈베키스탄이 받게 될 심리적 압박감이 더 커진다. 

카타르전 승리는 대표팀이 자칫 월드컵에 가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론을 일축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다. 선수들은 그 점을 잘 알고 있고, 매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기성용은 3일 두바이 출국을 앞두고 2일 국내 훈련이 끝난 뒤 손흥민과 30여분 가량 프리킥과 페널티킥 훈련을 따로 하기도 했다. 솔선수범하는 기성용은 개인 능력 뿐 아니라 주장으로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사진=풋볼리스트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