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F조 1위로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16강에 오른 미국이 뉴질랜드를 꺾고 8강에 안착했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대진표였다고 할 수 있지만, 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무려 6-0의 대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성과였다.

미국은 뉴질랜드와 경기를 앞두고 전력 공백이 있었다. 토트넘홋스퍼에서 1군 선수로 데뷔한 수비수 캐머런 카터비커스가 사우디아라비아와 F조 3차전에서 퇴장 당했고, 이 경기에서 주전 라이트백 에런 에레라와 수비형 미드필더 데릭 존스가 대회 두 번째 경고를 받아 16강전에 나설 수 없었다.

더욱이 미국은 에콰도르와 1차전에 등번호 10번을 달고 있는 아스널 소속 유망주 제디온 젤랄렘이 십자 인대 부상으로 이탈했다. 실상 뉴질랜드와 경기에 4명의 선수가 엔트리에서 빠진 가운데 ‘강제’ 로테이션을 진행해야 했다.

E조 2위로 16강에 오른 뉴질랜드는 만만한 팀은 아니었다. 2011년부터 뉴질랜드 청소년 팀을 이끌어온 대런 베이즐리 감독은 매우 실리적인 전술을 구사했다. 베트남과 첫 경기부터 예외없이 5-3-2 포메이션으로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취했다. 문전을 스리백 수비로 메우고, 좌우 풀백도 보수적으로 운영했다. 선덜랜드 아카데미 소속 골키퍼 마이클 우드 역시 조별리그 내내 인상적인 선방을 펼쳤다.

#뉴질랜드 밀집 수비 흔든 미국의 전략 변화

뉴질랜드 역시 미국과 경기에는 핸디캡이 있었다. 핵심 미드필더 클레이턴 루이스와 라이트백 대인 잉엄이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러시아 2017’에 참가하면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술적 기조는 여전했다. 뉴질랜드가 라인을 내릴 것을 예상한 탭 라모스 미국 U-20 대표팀 감독은 조별리그에 쓰지 않았던 수비형 미드필더 없는 투톱 전술로 임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조별리그에서 3골을 기록한 만 17세 공격수 조시 사전트는 그의 앞자리에 나선 제레미 이보비시가 뉴질랜드 센터백과 직접 상대하며 공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리버풀 아카데미 소속 브룩스 레넌은 우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공격의 젖줄 역할을 했고,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에릭 윌리엄슨과 타일러 애덤스가 안정적인 패스 플레이를 주도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미국은 뉴질랜드의 밀집 수비를 세트피스로 깼다. 전반 32분 레넌의 코너킥이 낮고 빠르게 문전 위험 지역으로 이어졌고, 에레라 대신 투입된 라이트백 저스틴 글래드가 절묘한 볼 트래핑에 이은 슈팅을 시도했다. 글래드의 슈팅은 골키퍼 우드 앞에서 사전트의 무릎을 맞고 살짝 굴절되며 선제골로 연결됐다.

뉴질랜드전에 대회 4호골을 기록하 득점 공동 선두로 올라선 사전트는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의 스타다. 미국 컬리지 축구 단계의 스콧갤러거미주리에서 뛰고 있는 사전트는 문전에서 매끄러운 퍼스트 터치와 방향 전환, 냉정하고 정확한 마무리 슈팅으로 유럽 유수 구단 스카우트의 시선을 사로 잡고 있다. 사전트는 2선 지역에서 적절한 스크린 플레이와 연계 플레이로 전술적 역량도 탁월하다.

미국이 선제골을 기록하자 뉴질랜드도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후반전에 공간이 생긴 뉴질랜드 배후를 철저히 유린했다. 후반 19분 사전트의 투톱 파트너 이보비시가 사전트가 밀어준 패스를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곧바로 1분 뒤에는 윌리엄슨이 찔러준 스루 패스를 레넌이 이어 받아 문전 우측을 파고들어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쉬지 않은 미국 득점, 주전 4인 빠져도 ‘막강’

8강을 확정하는 쐐기골이었으나 득점 의지는 멈추지 않았다. 후반 31분 레넌의 코너킥을 글래드가 헤더로 마무리했고, 후반 39분에는 교체로 들어온 레프트백 오스턴 트러스티가 사우세도가 밀어준 코너킥을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한 골을 더 보탰다. 교체 투입 선수간의 합작골이었다. 미국은 후반 추가 시간에 또 다른 교체 투입 선수 라고스 쿵가까지 득점해 6-0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미국은 2015년 뉴질랜드 대회에서도 8강에 올랐다. 당시에도 뉴질랜드를 조별리그에서 만나 4-0 대승을 거둔 바 있다. 이번 경기에서 미국은 뉴질랜드의 전방 압박이 약하긴 했으나 탁월한 축구를 보였다. 공 관리 능력과 피지컬 능력, 공격 전개 과정의 창조성 모두 우수했다. 

무엇보다 주전과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팀이 단단하게 뭉쳐있으며, 기본기가 탄탄했다. 특히 공격진 선수들이 고루 골맛을 보며 안정된 킥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강점이다. 미국은 패스 플레이도 좋지만 날카로운 크로스와 마무리 슈팅이 일품이다.

미국은 1989년 사우디아라비아 대회에서 4위를 기록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이후 1993년과 2003년, 2007년, 2015년에 8강에 올랐다. 16강 진출 경험도 네 차례다. 전통적으로 U-20 유월드컵 성적이 좋지만, 성인 월드컵에서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번 대회 미국은 경기력 측면에서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이다. 

미국 축구 레전드 라모스 감독이 2011년부터 꾸준히 청소년 팀을 지휘하고 있는 미국은 착실하게 미래를 만들고 있다. 미국의 8강 상대는 베네수엘라(4일)다. 베네수엘라는 16강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볼 소유 싸움에서 밀렸다. 일본의 골 결정력이 부족해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전에 징계를 마친 세 명의 주력 선수가 돌아온다. 미국은 28년 만에 4강 진출의 기회를 잡았다. 위르겐 클린스만의 아들 조너선 클린스만이 골키퍼로 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으나, 정작 미국은 필드 플레이어들의 역량이 뛰어난 팀이다. 미국은 이번 대회에 앞서 북중미 U-20 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