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김정용 기자= 남자 축구 대표팀 인원의 딱 절반인 12명만 소집된 미니 훈련이지만 훈련의 밀도와 온도가 모두 높았다. 조기소집의 의미는 선수단 스스로 만들어갔다.

31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국가대표 축구 트레이닝 센터(NFC)에서 대표팀이 소집훈련을 했다. 29일 시작된 조기소집에 24명 중 12명이 참가 중이다. 8일(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이라크와 갖는 친선경기,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카타르를 상대하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를 준비하는 훈련이다.

조기소집 이전부터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선수단 전원을 불러들여 전술훈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 일정이 남은 제주유나이티드 멤버들과 일부 유럽파, 중동파, J리그 소속 선수들이 빠졌다. 일반적으로 조기 합숙 훈련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은 반복적인 전술 훈련을 통한 조직력 강화다. 11 대 11로 연습경기를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재 대표팀은 그럴 수 없는 여건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패스 위주의 훈련 프로그램을 택했다. 패스를 돌리고 소유권을 유지하는 훈련은 어느 팀이나 기본으로 하는 훈련이지만 이날 대표팀에선 유독 비중이 컸다. 좁은 공간에서 벌이는 8 대 4 패스 게임, 원터치 패스 게임, 원터치 패스를 통해 슛까지 연결하는 게임 등을 차례로 연습하며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조건을 부여했다. 훈련 방식이 달라질 때마다 경기장 크기도 조금씩 조정했다.

선수들은 의욕적이었다. 손흥민이 계속 소리를 지르고 농담을 하며 에너지를 높였고, 나머지 선수들도 각 게임마다 이기겠다는 자세로 달려들었다. “한 번은 빼앗아보자, 좀” “내가 두 번 빼았았다” 등 훈련 상황마다 승부욕을 보였다. 원터치 패스로 슛까지 연결하는 훈련에서는 골키퍼가 비운 골문으로 수비수 최철순이 뛰어 들어가 상대의 슛을 걷어내는 투지까지 발휘했다. 인원을 맞추기 위해 참가한 설기현 코치는 훈련이 중반 정도 진행됐을 때부터 무릎에 손을 짚으며 젊은 후배들을 따라가기 힘들어했다.

상대가 압박할 때 빠른 패스와 위치선정을 통해 빠져나가는 건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하루 전 30일 열린 한국과 포르투갈의 U-20 월드컵 경기를 거론하며 “포르투갈의 승리를 만들어 낸 차이가 바로 패스워크”라고 강조했다. 훈련을 마치고 인터뷰한 이재성은 “감독님 스타일을 나도 선호한다. 그런 플레이가 즐겁다. 오늘 훈련도 즐거웠고, 부상 없이 마쳤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훈련은 매 순간이 주전 경쟁이다. 그래서 더 치열하다. 유럽파인 기성용, 손흥민 등은 주전이 유력한 반면 K리그에서 합류한 선수들 대부분이 치열한 주전 경쟁을 거쳐야 경기에 나설 수 있다. 라이트백 김창수와 최철순, 미드필더 이재성과 한국영, 공격수 지동원과 이근호 등은 특히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재성이 경우, A매치 19경기 4골을 기록했지만 그중 선발 출장은 10회에 불과하다. 대표팀에 뽑혔을 때도 선발보다는 벤치 멤버인 경우가 절반이었다. 주전 등극이 당면 과제다. 

이재성은 “경쟁은 늘 있다. 나만 최선을 다하면 감독님께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컨디션을 유지하며 잘 뛰면 선의의 경쟁을 통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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