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대한민국 U-20 대표팀이 초반 2연승으로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별리그 A조를 돌파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정확성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격 마무리 과정에서 정확성이 좋았다. 

기니와 아르헨티나는 한국 보다 좋은 공격 장면을 많이 만들었으나 마무리 과정이 부실했다. 기니는 입국 4일 만에 경기를 치러 체력이 좋지 않았고, 아르헨티나는 주포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퇴장으로 결장했다. 잉글랜드전 0-3 완패 이후 심적 부담도 컸다.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의 전술적 대응도 좋았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경기에는 스리백을 통해 문전 위험 지역 공간을 차분하게 지키며 아르헨티나의 공세를 막아냈다. 이승우와 조영욱, 백승호를 통한 역습 공격 패턴을 잘 만들었다.

포루투갈전은 상황이 반대로 전개됐다. 조별리그보다 공 관리는 잘 됐으나 포르투갈이 반대발 윙어를 쓰지 않고 측면 정공법을 펼친 전략에 당했다. 신 감독은 “역습 두 방에 두 골을 내준 것이 패인”이라고 했다. 포르투갈은 전략도 잘 준비했지만, 정확성도 탁월했다. 신태용호가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강점이다. 

신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몸을 맞고 나오는 공이 상대가 슈팅할 수 있는 위치로 이어졌다”는 측면에서 불운도 있었다고 했다. 같은 논지로 조별리그에서는 상대 팀이 불운했다. 기니전 이승우의 선제골이 상대 수비를 맞고 굴절되며 득점으로 연결돼 흐름을 가져왔다. 아르헨티나전도 초반 아르헨티나 수비 실책을 틈나 선제골을 넣고 경기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전술의 성공은 선수의 수행 능력에 달려있다

팽팽한 경기, 전략적으로 치밀한 경기에서는 결국 정확한 수행 능력이 관건이다. 신태용 감독이 포르투갈전에 꺼낸 4-4-2 포메이션은 결과론적으로 실패로 평가 받았으나 이론상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은 아니었다. 신 감독은 포르투갈 전훈에서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훈련했고, 당시 포르투갈과 평가전에도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했다. 선수들에게 아예 낯선 전술은 아니었다.

신 감독은 포르투갈의 허를 찌르고자 했다. 한국이 그동안 조영욱을 원톱으로 두고 경기했기에, 상대의 투 센터백에 혼란을 주고자 투톱을 냈다. 스리백을 썼을 때 후방 빌드업의 패스 정확성이 떨어져 공격 전환 과정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포백 앞에 뒀다. 포백과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는 상대 측면 공격수의 커트인을 막아내기에 구조적으로 좋은 방식이기도 하다. 

포르투갈은 커트인 대신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 포백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로 들어와 슈팅하는 방식으로 득점하며 신 감독의 수를 한 수 앞서갔다. 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국이 공격 상황에서 정확한 플레이를 하지 못한 것도 패인이다. 신 감독은 조별리그를 결사하며 “패스 미스가 너무 많다. 그 부분이 개선되어야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좋은 플레이를 위해 체력도 부족하다고 했다.

#빈번한 패스 미스, 부정확한 크로스, 한국이 기회 못살린 이유

미드필더 이승모는 세계적인 팀과 상대하면서 “상대가 공 관리를 잘하니 주변 선수들이 호흡할 수 있는 여유가 된다. 우리는 그점이 안되서 더 힘들었다”고 했다. 포르투갈전의 경우 볼 관리는 개선됐으나 상대 역습에 실점하며 정확성 문제가 두드러졌다. 수비하는 시간이 많던 조별리그에 잘 드러나지 않던 부분이, 실점 후 쫓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공격 기회가 많이 주어지자 집중적으로 드러났다.

미드필더 이진현은 세계적인 축구강국들의 특징으로 탄탄한 기본기를 꼽았다.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고 실수가 없으니 경기 운영이 매끄럽다. 그런 점에서 차이를 느꼈다.” 이진현의 말은 기록으로도 드러난다. 대한축구협회에 각급 대표팀 경기 기록 분석을 담당하는 팀트웰브의 분석프로그램 ‘빌드업6’에 따르면 한국은 포르투갈전에 패스 정확성과 크로스 정확성에서 큰 열세를 보였다.

이날 한국의 패스 정확성은 79%였는데, 공격 지역 패스 정확성은 65.9%에 불과했고, 공격적 패스는 59% 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크로스 패스는 21번 시도해 유효 크로스가 한 차례에 불과했다. 티키타카처럼 현란한 패스 축구는 시원한 크로스 패스나 전환 패스를 통해 가속한다. 크로스패스는 압박 수비 전술이 발전한 현대 축구에서 그 영향력이 더 커졌다.

포르투갈은 15번 크로스를 시도해 2개가 유효하게 이어졌고, 1개가 골이 됐다. 수비에 차단된 크로스는 4번이었는데, 이 중 한번도 골이 됐다. 빗나간 크로스는 8개로 절반 가량이었다. 한국의 크로스 성공률이 4.8%에 불과했던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포르투갈전을 마치고 풀백 포지션의 선수들이 집중적으로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측면 수비도 여러번 무너졌지만, 공격 전개 과정의 크로스 패스 정확성 문제가 여러 번 드러났다. 이 부분은 조별리그부터, 이전 평가전에도 지적됐다. 신 감독이 네덜란드 출신 야스퍼 킴 테르하이데의 발탁을 고려했던 배경도 풀백 포지션에 대한 불만족이었다. 야스퍼는 좌우 풀백을 소화할 수 있는 아약스 유스 선수다.

이유현, 윤종규 등 포르투갈전에 나선 풀백 선수들은 움직임과 적극성, 슈팅 등이 강점이다. 다만 가장 중요한 크로스 패스가 부정확했다. 이는 이번 대표 선수들 뿐 아니라 한국 축구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가대표팀 역시 같은 숙제를 안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말 지도자 세미나에서 대표팀 경기를 결산하며 “패스 미스가 많고, 무엇보다 크로스 패스가 부정확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크로스가 부정확하면 전술은 소용이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당시 국내 축구 지도자 강습회에서 대표팀 경기 영상을 보여주며 크로스패스가 정확하지 않으면 공격 기회를 얼마나 많이 허비하게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술을 아무리 잘 준비해도 득점으로 가는 플레이에서 기본적인 실수가 나오면 소용이 없다”고 했다. 크로스 패스가 이상한 곳으로 날아가 상대에 차단되고 역습 기회를 내주는 상황이 빈번하면, 패스 미스로 쉽게 볼을 내주고 수비에 나서야 하면 체력이 떨어지고, 득점 기회를 줄어든다.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을 통해 확인한 것은 기본기의 중요성이다. 축구는 공을 잘 다루는 팀이 유리하다. 공을 잘 소유하고, 정확한 패스로 정확한 슈팅을 연결해야 이길 수 있다. 일본이 베네수엘라와 연장 접전까지 벌이며 끈질긴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안정된 공 관리 기술이 있었다. 마무리 파괴력이 떨어지지만 침착하게 공을 소유하며 경기를 통제했다. 한국은 공을 지키고 연결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많았다. 백승호와 이승우 등 FC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성장한 선수들은 공을 쥐었을 때, 운반하고 연결하거나 마무리할 때 침착하고 정확했다. 그 점이 자신감을 비롯한 경기력 차이를 낳았다. 

U-20 대표팀이 야심차게 준비한 세트피스 전략이 한 골도 만들지 못한 배경에도 부정확한 킥이었다. 축구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닌 기본기다.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고질적인 숙제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 전술도 잘 준비하고, 조직 훈려도 잘해야 하지만, 우선 선수 개개인이 공을 잘 차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데이터=팀트웰브 존14-빌드업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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