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천안] 한준 기자= 목표한 성적은 얻지 못했지만,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개최국으로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 참가한 한국 U-20 대표 선수들은 포르투갈과 16강전을 마친 이후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쌓은 것에 만족감을 보였다.

개최국으로 참가한 만큼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했다. 4강은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U-20 대표팀이 거둔 최고 성적이자, 2002 한일월드컵에서 성인 대표팀이 달성했던 최고 성적이기도 하다.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은 3월 4개국 대회와 5월 평가전에서 좋은 성적이 이어지자 내심 “4강 이상까지” 꿈을 꾸기도 했다. 한국은 16강에 오른 우루과이, 잠비아 등을 상대로 주도적인 경기를 하며 승리했었다. 

실전은 달랐다. 2016년 치른 친선 대결에서 승리했던 잉글랜드와 A조 최종전에서 내용상 완전히 밀리며 0-1로 졌다. 2월 포르투갈 전훈 당시 원정 평가전을 치러 1-1로 비겼던 포르투갈을 상대로도 정작 홈에선 1-3으로 완패하며 탈락했다. 상대팀이 한국에 좋은 평가를 내렸지만 실력 차이를 절감했다.

냉정히 평가하면 한국에 입국한 지 4일 만에 경기를 치러여 했던 첫 경기 상대 기니를 제외하면 모든 경기가 어려웠다. 아르헨티나-잉글랜드-포르투갈로 이어진 축구 강국과 3연속 대결은 분명 가혹한 대진표였다. 하지만 강팀을 연이어 상대한 것은 분명 값진 경험이다. U-20 대표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에서 입지가 탄탄하지 않거나, 대학팀 소속이다. 상대국 선수들과 비교하면 경험이 일천하다.

2017시즌 포항스틸러스에 입단한 미드필더 이승모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성인 무대의 템포를 느꼈다”고 했다. 4월 K리그 팀과 평가전을 치르고, 5월 본선 참가국과 친선전도 치렀으나 상대팀이 전력을 쏟는 실전의 속도는 더 빨랐다. 이승모는 “압박이 강하고, 경기 수준이 높은 세계 축구와 부딪혀보니 스피드, 힘, 개인 능력 모두 더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드러난 차이는 ‘여유’다.

“상대팀은 볼 관리가 되니까 주변 선수들의 호흡 관리가 된다. 우리는 그래서 더 힘들었다. 포르투갈전은 그 전 경기 보다는 관리가 됐지만 앞선 두 경기는 볼 관리 면에서 배울 게 많다는 것을 느꼈다. U-20 월드컵은 실질적으로 성인 무대다. 공수 전환의 속도, 공격으로 나갈 때의 템포가 확실히 다르다.”

성균관대 미드필더 이진현의 생각도 비슷했다. 이진현은 지난 3월 아디다스컵 4개국 대회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본선에 주전 미드필더로 낙점됐다. 탁월한 왼발과 패스 센스로 주목 받았으나 본선에선 자긴 기량을 다 펼칠 수 없었다. “매 경기 기복없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 선수이다 보니 피지컬이 좋고,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하더라. 그러니 실수가 없다. 경기 운영이 매끄럽다. 그런 면에서 차이를 느꼈다.”

다만 이진현은 “세계적인 팀과 붙어도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한다면, 내가 가진 것보다 더 잘하지는 못해도 내가 가진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며 도전적인 축구, 공격적인 축구로 맞붙어서 얻은 소득이 있다고 했다.

이승모 역시 “세계적인 팀과 부딪혀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수준 높은 축구를 만나도 우리가 간절하게 단합한다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같은 논지이 이야기를 했다. 신태용 감독은 아쉬운 탈락에도 자신이 수비적인 축구를 택하지 않은 것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이런 말을 한다면 욕을 먹을 것이다. 우리 홈에서 하는 경기이고, 우리 팬들을 위해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세계 대회에 성적을 내자고 수비 축구를 하고, 수비적으로 하면서 점유율을 7데3, 8대2까지 밀리면서 1-0으로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그렇게 해서라도 이기는 것이 좋지만, 한국 축구가 더 성장하기 위해선 포르투갈과 같은 세계적인 팀을 상대로 대등하게 경기하면서 이기려고 해야 한다. 그 것이 한국 축구가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눈물을 참을 수 없을만큼 분한 패배였지만, 도전적으로 부딪히며 느낀 한계였다. 변화가 잦았던 신 감독의 전술에 대해 이승모는 “미리 다 연습해뒀던 것”이라며 혼선은 없었다고 했다. “큰 틀은 변하지 않았기에 부담 없었다.” 이진현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전략과 전술 보다 개개인의 기량 차이를 느끼고, 그와 동시에 자신감도 얻었던 대회다.

이진현은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 인연이 닿으면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이 친구들과 꼭 다시 봤으면 좋겠다”며 신태용호와 함께 한 여정이 의미있는 경험이자 좋은 추억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했다. 도전했던 신 감독은 U-20 대표팀 선수들에게 향후 거대한 성장 동력이 될 ‘특급 경험’을 선물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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