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1부 리그를 '4대 빅리그'라고 부른다. 2018년부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4팀이 직행하는 4개 리그 중 이탈리아 세리에A만 국내 중계가 없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주목도는 떨어진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지난 29일(한국시간) 종료된 ‘2016/2017 이탈리아세리에A’는 유벤투스의 당연한 우승, 에딘 제코의 득점왕으로 요약된다. 요약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알아보면 흥미로운 깨알 기록 1위들을 정리했다.

 

도움 12회 : 호세 카예혼(나폴리)

카예혼이 뛰어난 플레이메이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는 카예혼이었다. 나폴리는 카예혼, 드리스 메르텐스, 로렌초 인시녜의 스리톱에다 미드필더 중 가장 공격적인 마렉 함식까지 더한 4인 공격이 막강한 팀이다. 메르텐스가 28골 9도움, 인시녜가 18골 9도움, 카예혼이 14골 12도움, 함식이 12골 10도움으로 다들 인생에 남을 만한 기록을 남겼다. 카예혼이 가장 창의적인 선수는 아니지만, 대신 가장 뛰어난 팀 플레이어다. 카예혼의 원터치 패스나 땅볼 크로스를 동료들이 자주 마무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어시스트 기록이다.

 

드리블 성공 경기당 3.3회 : 펠리페 안데르손(라치오)

안데르손은 세리에A에서 중장거리 돌파가 가장 위력적인 선수 중 한 명이지만 지공 상황에서 위력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늘 안고 있었다. 시모네 인차기 감독은 안데르손의 폭발력을 활용하기 위해 첼시의 빅터 모제스처럼 더 후방에서 출발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썼다. 안데르손은 라치오가 4-3-3이나 4-2-3-1로 경기할 때는 윙어, 3-5-2 등 스리백 기반 포메이션을 쓸 때는 오른쪽 윙백을 맡았다. 그 결과 안데르손의 득점은 2014/2015시즌의 10골, 2015/2016시즌의 7골에 비해 떨어졌지만 어시스트가 그만큼 늘어났다. 시즌 기록은 4골 9도움이다. 동료 윙어인 케이타 발데 디아오가 여러 이적설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다음 시즌 라치오의 주인공은 안데르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프리킥 획득 평균 3.6회 : 안드레아 벨로티(토리노)

벨로티는 26골 7도움을 기록하며 유럽에서 가장 주목 받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특히 낮은 무게중심과 깔끔한 기본기로 공을 키핑하며 윙어들과 연계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벨로티의 장기다. 공을 빼앗기 얼마나 어려운 선수인지 피반칙 기록이 증명한다. 벨로티의 헌신적인 플레이는 좌우 윙어였던 이아고 팔케와 아뎀 랴이치가 각각 12골, 10골을 넣도록 도움을 줬다.

 

오프사이드 경기당 평균 1.3회 : 디에고 파치넬리(크로토네)

크로토네는 막판 9경기에서 6승 2무 1패를 거두는 엄청난 상승세로 잔류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극적인 잔류 스토리를 이끈 선수가 파치넬리다. 사수올로에서 임대올 때만 해도 별 볼 일 없는 공격수 같았던 파치넬리는 끈기 있게 전방을 휘저으며 13골 3도움을 기록했다. 오프사이드뿐 아니라 공을 잃어버린 횟수도 리그 최다인 3.2회, 볼 컨트롤에 실패한 횟수는 3위인 2.8회였다는 건 그리 높지 않은 효율에도 불구하고 파치넬리가 얼마나 열심히 고군분투했는지 알려준다.

 

걷어내기 경기당 7.5회 : 페데리코 체케리니(크로토네)

파치넬리와 함께 크로토네의 대역전극에서 주인공 역할을 했다. 크로토네는 어린 시절부터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탈리아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막상 경기엔 뛰지 못하는 정도가 체케리니의 한계처럼 보였다. 설상가상 소속팀 리보르노가 세리에B로 강등된 뒤 두 시즌 동안 거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번 시즌 자유계약으로 크로토네에 합류했는데, 끈질긴 수비를 인정 받아 6월 이탈리아 대표팀에 선발됐다. A매치 출장까지 기록할 수 있을지 궁금한 선수다.

 

가로채기 경기당 3.4회 : 마티아 칼다라(아탈란타)

칼다라의 가로채기 기록은 적극적이고 모험적인 플레이스타일을 보여준다. 칼다라는 기회만 있으면 전진하는 선수다. 상대 공격수가 공을 잡은 뒤 수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끊으려고 달려들기 때문에 가로채기가 많았다. 공격 상황에도 마치 스트라이커처럼 오버래핑하는 칼다라는 7골이나 기록했다. 센터백 중에선 단연 최다득점이다. 칼다라를 일찌감치 영입해 둔 유벤투스는 아탈란타에서 한 시즌 동안 더 성장할 칼다라를 흐뭇하게 지켜볼 일만 남았다.

 

패스 시도 경기당 98회 : 조르지뉴(나폴리)

조르지뉴는 공을 많이 만지고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전달하는 플레이가 달인의 경지에 올라 있다. 지난 2015/2016시즌 13라운드에서 볼 터치 218회, 패스 196회 중 181회 성공을 기록하며 2005년 이후 유럽 빅리그 한 경기 최다 볼터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번 시즌엔 컨디션이 조금 떨어지며 아마두 디아와라와 출장 기회를 나눠가졌지만, 경기에 나갔을 때의 패스 횟수와 성공률은 여전히 세리에A 최고였다. 나폴리는 이 부문 10위권에 2위 함식, 3위 라울 알비올, 4위 칼리두 쿨리발리, 8위 인시녜까지 5명이나 올리며 세리에A에서 가장 패스를 잘 돌리는 팀의 면모를 확인했다.

 

퇴장 5회 : 가브리엘 팔레타(AC밀란)

즉결 퇴장 2회, 경고 누적 퇴장 3회로 총 다섯 번이나 경기에서 쫓겨났다. 역대 이탈리아 1부 최다 퇴장 동률을 기록하며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 팔레타가 퇴장당한 경기에서 밀란의 성적은 2승 3패였다. 시즌 첫 경기부터 마지막 경기를 모두 퇴장으로 장식했다는 것 역시 독특한 기록이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꾸준하게 퇴장 당했지만 그 외의 경기력은 밀란 센터백 중 상위권이었기 때문에 알레시오 로마뇰리의 파트너로 꾸준히 출장했다. 중국계 자본을 받아들인 밀란은 팔레타보다 젊고, 조기퇴근 하지 않고, 머리숱도 더 많은 수비수 마테오 무사키오를 영입하며 이미 센터백 라인을 보강했다. 후보로 밀린 상태에서도 팔레타가 퇴장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경고 15회 : 쥐세페 벨루시(엠폴리)

한때 이탈리아 청소년 대표 유망주였던 벨루시는 카타니아에서 20대를 보내는 동안 실력이 아니라 경고 개수를 차근차근 성장시켰다. 2014년 자유계약으로 리즈유나이티드(잉글랜드 2부)에 합류한 벨루시는 관대한 잉글랜드에서도 두 시즌 만에 25개나 되는 경고를 받으며 이 부문에서 독보적인 선수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엠폴리 임대를 통해 세리에A로 돌아온 2016/2017시즌, 개인 최다인 15개의 경고를 받으며 자신의 기록을 또 경신했다. 그러면서도 퇴장은 하나도 받지 않았다. 벨루시의 경기당 평균 파울은 1.2개에 불과하다. 대략 파울 세 개 중 하나는 경고 감이었던 셈이다.

사진= AC밀란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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