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16강전부터는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은 2승 1무로 16강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반만 성공했다. 16강에는 올랐으나 1무가 모자라 2위로 올라왔다. 하루를 더 쉬고 코스타리카를 만날 수 있었던 대진표에서, 5월 30일 포르투갈을 상대해야 하는 어려운 일정이 됐다. 

신 감독이 A조 1위를 원했던 이유는 ‘기록의 의미’가 아니다. 8강으로 향하는 과정이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4강 이상의 성과라는 궁극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포르투갈을 잡을 수 있는 실력을 보여야 한다.

조별리그 일정을 마친 현재 컨디션은 변수가 아니다. 참가국들 역시 한국 체류 기간이 10여일이 넘었고, 조별리그 3경기를 통해 조직력이 올라왔다. 이제부터는 진검승부다. 특히 16강전은 아직 체력 부담이 오기 이른 시점으로 참가국들이 최상의 전력을 펼칠 수 있는 타이밍이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다. 우리 약점을 보완하고 상대 약점을 파고 들어야 한다. 더 이상 숨길 것은 없다.

포르투갈은 C조 마지막 경기에서 2위 자리를 확보했다. 잠비아와 첫 경기에서 1-2로 진 뒤 코스타리카와 1-1로 비겼고, 이란에 극적인 2-1 역전승으로 승점 4점을 얻었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16강 티켓이라는 점에서 선수단의 응집력이 높아졌다.

포르투갈 축구는 유로2016 대회에서 유럽 챔피언이 됐다. 주제 무리뉴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나라다. 전술적으로나 개인 기술 측면에서 축구 선진국이다. 

조별리그에서 포르투갈이 치른 경기를 보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잠비아전은 전반전에 여러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뿌렸으나 결정력이 아쉬웠다. 좌우 측면 공격수 지오구 곤살베스와 안드레 히베이루는 슈팅 타이밍을 잘 잡았다. 

이들의 결정력은 이란과 경기에 와서 더 예리해졌다. 곤살베스는 코스타리카전에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것에 이어 이란과 경기에서 예리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맛을 봤다. 

#측면 좋은 포르투갈, 풀백-센터백 사이 공간 경계령

원톱 주제 고메스를 축으로 측면 공격수들이 골 사냥에 나서는 포르투갈은 한국의 풀백 뒷공간을 노릴 것이다. 포르투갈은 이란전 결승골 득점 과정에 알렉산드리 실바가 문전 우측으로 빠져들어 시도한 돌파 과정이 위협적이었다.

실바에게 결정적인 침투 패스를 보낸 엘데르 페헤이라의 판단이 좋았다. 포르투갈은 이 장면 외에도 좌우 풀백 유리 히베이루와 지오구 달로트가 적극적으로 측면 지역에서 전진해 풀백 수비를 끌어내고, 센터백과 사이 공간으로 2선 공격수로 달려 들어 위협적인 장면을 만든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스리백 수비를 주로 썼다. 이상민과 정태욱이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 지역을 커버하며 선제적은 수비를 펼쳤고, 문전에서 공간을 주지 않으려 했다. 포르투갈은 이들의 뒷 공간을 무너트리는데 능하다. 배후 커버 선수가 있어도 슈팅 각도를 잡는 데 능숙하다. 결국 이 지역을 잘 지키기 위해선 중앙 미드필더의 적절한 협력이 필요하다. 

포르투갈은 2선에서 뛰어들고, 2선에 슈팅한다. 풀백 뒷공간, 센터백 앞 공간은 90분 내내 한 순간은 허점이 나올 수 있다. 포르투갈은 공을 점유하기 보다 속공 과정에서 개인 능력으로 이 지역을 습격할 수 있다. 이른 시간 이 지역에서 실점하면 어려운 경기가 될 수 있다.

#느리거나 작거나, 포르투갈 약점은 세트피스 수비

포르투갈의 단점은 분명하다. 이란과 경기에서 코너킥 공격에 실점했다. 이란전 센터백 조합은 191센티미터의 장신 프란시스쿠 페헤이라와 193센티미터의 조르제 페르난데스가 구성했다. 하지만 니어포스트로 잘라 들어오는 공격에 무력했다. 잠비아전에도 문전에서 1차 슈팅 이후 재차 슈팅 과정의 대응이 느렸다. 큰 센터백 둘은 순발력에 문제가 있다.

본래 포르투갈의 주전 센터백은 주장 후벤 지아스다. 이란전에는 코스타리타전 퇴장으로 나서지 못했다. 지아스는 한국전 출전이 유력하다. 지아스의 경우 조금 더 기민한 선수지만 175센티미터로 키가 작다. 194센티미터의 장신 수비수 정태욱을 활용한 한국의 세트피스 공격은 매 경기 위력적이었다. 아르헨티나전은 물론, 잉글랜드전에도 한국의 준비된 세트피스 공격은 골에 근접한 상황을 여러 차례 만들었다. 

포르투갈전은 신 감독이 대회 전 20여개의 작전을 준비했다는 세트피스 공격이 터질 수 있는 타이밍이다. 여기서 골을 얻는다면 포르투갈을 조급하게 만들 수 있다. 선제 득점 이후에는 이승우와 백승호, 조영욱 등 스리톱 조합을 통한 역습으로 상대 위험 지역에서 프리킥과 코너킥을 얻어내는 실리적 전략으로 경기 흐름을 주도할 수 있다. 

불안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략적 측면에서 포르투갈은 충분히 공략 가능한 상대다.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은 지난 조별리그 세 경기처럼 한국 수비진의 정신력과 집중력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우리 공격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16강전은 3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킥오프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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