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AS로마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떠났다. 프란체스코 토티가 로마 홈구장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서포터들과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29일(한국시간) 올림피코에서 열린 ‘2016/2017 이탈리아세리에A’ 최종전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로마와 계약이 종료되는 토티의 고별전이었다. 로마는 제노아를 3-2로 꺾으며 2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토티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경기 전 몸을 풀 때부터 서포터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올리고 인사를 했다. 카드 섹션으로 화답하던 팬 중에서 흐느끼는 사람들이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토티는 후반 9분부터 경기를 절반 정도 소화했다.

토티는 아직 은퇴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로마와는 이 경기가 고별전이었다. 로마는 토티에게 선수 재계약이 아니라 구단 운영진으로 6년 계약을 제시한 상태다. 은퇴를 하고 운영진에 합류하거나, 다른 팀으로 이적해 선수 생활을 연장하는 두 갈래 길이 토티 앞에 놓여 있다.

마우로 발디소니 로마 디렉터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토티가 선수 생활의 끝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있다. 그러나 로마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며 완곡하게 운영진 합류를 권했다.

토티의 은퇴 행사는 경기가 끝난 뒤 약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가족과 함께 그라운드 위에 돌아온 토티의 눈에는 처음부터 눈물이 맺혀 있었다.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관중들과 인사한 토티는 서포터석 앞에서 두 손을 높이 들고 다시 인사를 했다. 공에 사인을 해서 관중석으로 차 주는 간단한 행동도 토티는 빨리 끝내기 싫은 듯 뜸을 들였다.

그라운드 중앙으로 향한 토티가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로마에 감사한다”고 시작한 편지는 “28년을 문장 몇 개로 요약하는 건 불가능하다. 노래나 시를 써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내 발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 해 왔고, 어렸을 때부터 그게 편했다”는 고백으로 이어졌다. 마지막은 “이제 계단을 내려가 라커룸으로 들어가겠다. 내가 아이였을 때부터 반겨줬고, 이제 남자가 된 나를 떠나보내는 곳이다. 사랑으로 가득했던 28년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마무리했다.

토티의 인사가 끝나자 고별전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후배 선수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헹가래를 쳤고, 장내 아나운서와 관중들은 마지막으로 토티를 위한 콜을 외쳤다. 전광판에는 ‘단 하나뿐인 주장’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홈 팬들은 공식 행사가 끝나고 토티가 자유롭게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에도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았다. 로마 유니폼을 입고 올림피코에 선 토티의 마지막 모습을 많은 관중이 끝까지 지켜봤다.

토티는 로마에서 1993년 프로 데뷔해 활약해 온 ‘원 클럽 맨’이다. 이탈리아세리에A 우승 1회, 준우승 9회, 코파이탈리아 우승 2회, 세리에A 득점왕 1회, 세리에A 올해의 선수 2회 등의 업적을 남겼다.

사진= AS로마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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