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온 나오미 남바 씨(오른쪽)

[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붉은 유니폼을 입은 백의천사가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생명의 고귀함 앞에 국적도, 인종도 없었다. 위급한 상황에 나타난 아름다운 행동이 생명을 구했다.

지난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잉글랜드의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별리그 3차전이 펼쳐졌다. 일본에서 날아온 여성팬 나오미 남바씨는 붉은악마와 함께 관중석에서 응원을 펼치고 있었다. 그녀에게 한국은 처음이 아니다. 한국 축구에도 관심이 많았던 덕분에 자주 한국을 찾아 붉은악마 활동을 하는 지인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외쳤다. 

잉글랜드의 1-0 승리로 경기가 끝나갈 무렵 어디선가 그녀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남바상! 남바상!” 누군가가 관중석에서 쓰러진 것이다. 한 여성팬이 절정으로 오른 경기장 분위기 속에서 쓰러졌다. 의식을 잃으 그녀는 생사를 오가고 있었다. 

주변의 붉은악마들은 관계자에게 응급 상황을 알리고 의료진의 투입을 요청했지만, 경기장에 준비된 의료진이 3만여 명이 넘는 관중을 뚫고 찾아오기에는 시간이 걸렸다. 경호원과 진행요원이 주변을 통제했지만 의료진이 오기까지는 5분이 걸렸다는 것이 현장 목격자의 전언이다.

다행히 남바씨는 풍부한 의료지식을 갖춘 간호사였다. 남바씨가 달려가 환자를 살폈다. 일본어 통역을 할 수 있는 붉은악마 회원 김슬기씨(사진 왼쪽)도 달려왔다. ‘골든타임’에 가장 중요한 응급처치가 이뤄졌다. 쓰러졌던 환자는 호흡을 회복하고 의식을 되찾았다. 이후 경기장의 의료진이 나타났다. 남바씨는 경기장 의료진에게 환자로 인계하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쓰러진 회원은 붉은악마 지역 모임 ‘마창진 붉은악마’ 소속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인근 아주대병원으로 후송되어 처치를 받고 회복됐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기에서 현장 응원을 책임진 ‘붉은악마 경기지부’ 목진원 지부장은 “한 걸음에 달려와 도와준 남바씨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덕분에 위급한 상황을 잘 넘길 수 있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남바씨는 일본 국립가나자외대학에서 보건의학을 전공했고. 오사카경찰병원, 오사카부립구급센터에서 근무했다. 최근까지 오사카대학병원에서 일했고, 오사카축구협회에 정식 등록된 응급구호요원으로 오사카 지역에서 개최되는 각종 국내외 축구대회에서 의료진으로 파견되고 있다. 한국과 잉글랜드의 경기를 관전한 후 27일 천안에서 일본과 이탈리아 경기를 관전했다. 그리고 28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사진=나오미 남바 씨(오른쪽) / 목진원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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