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천안] 한준 기자= “이제는 한 경기가 잘못되면 팀 전체가 끝난다.”

29일 천안축구센터에서 만난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의 발언은 사뭇 비장했다. 여느 때처럼 편하게 웃는 얼굴로 취재진 앞에 섰지만, “잠자는 시간 빼고는 포르투갈의 영상을 보고 있다”고 말하며 진지한 눈빛을 보였다.

대한민국 U-20 대표팀은 30일 저녁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16강전을 치른다. 상대는 C조 2위로 올라온 포르투갈. 유럽을 대표하는 축구 강국 중 한 팀이다.

포르투갈은 잠비아와 1차전에서 패하고, 코스타리카와 2차전에서 비긴 뒤 이란과 2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가까스로 16강에 올랐다. 달리 말하면 기세가 점점 오르고 있는 팀이다. 반면 한국은 기니와 1차전에서 3-0 대승을 거둔 이후 아르헨티나에 2-1 신승을 거두며 16강을 조기확정했다. 잉글랜드와 3차전에서 0-1 패배를 당하며 조금 기세가 꺾였다.

잉글랜드전 패배에도 선수들은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다만 U-20 월드컵이 만만치 않은 무대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단판전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16강전에 돌입한 것에 대한 의미를,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

골키퍼 송범근은 “지면 끝난다. 조별리그 보다 더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송범근은 무엇보다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과욕이 때로 일을 그르친다는 것을 안정감을 중시하는 골키퍼는 더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했던 대로 차분하게 하면 잘 할 수 있다.” 자신감을 보였다.

주장 이상민은 “선수들 모두 간절한 마음이다. 한국에서 하는 대회에서 잘하기 위해 미팅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번 한 경기를 지면 끝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후회없이 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U-20 대표팀의 여정은 지는 순간 끝난다. 끝까지 가기 위해선 4강까지 올라야 한다. 이상민은 “네 경기 다 가고 싶다”고 했다.

포르투갈전을 앞둔 마음은 비장하지만, 훈련장 분위기는 웃음 소리가 컸다. 비공개 훈련으로 진행됐으나 공을 차며 활기차게 훈련하는 선수들의 소리가 뚫고 들어왔다. 이상민은 인터뷰에서 성인 대표팀 주장 기성용과 닮았다는 얘기에 웃으며 “감사하죠”라고 했다. 

송범근은 “라커룸에서 노래를 선곡해 분위기를 살린다. 상황에 맞는 유머러스한 말도 한다”며 스스로 분위기메이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기고 나면 (이)승우랑 같인 춤을 추는데, 다른 선수들도 분위기를 타면 같이 따라 춘다.”

포르투갈전을 진지하게 준비하지만, 긴장감에 잡아먹히는 세대는 아니다. 당당하고 자신만만하다. “항상 그래왔듯이, 최선을 다해, 간절한 마음으로 하겠다.” 송범근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세대가 보이는 정신력을 표현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미팅을 하며 각자 준비를 잘하고 있다. 선수들을 믿는다”고 했다. 이런 선수들이 더 좋은 기세를 보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응원이라고 당부했다. “상대가 만만하지 않다. 팬들이 응원해주면 더 잘 할 수 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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