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30일부터 16강전 토너먼트 일정에 돌입한다. 오후 5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일본과 베네수엘라, 저녁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한국과 포르투갈의 경기가 열린다.

이 경기부터 정규 시간 90분, 연장전 30분 안에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승부차기로 8강 진출팀을 결정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기존의 승부차기 방식 대신 ‘ABBA’(아바)라고 명명된 새 승부차기 방식이 시범 도입된다. 

‘ABBA’는 승부차기 순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기존에는 동전 던지기로 선축 또는 후축이 결정된 후 A팀-B팀-A팀-B팀 순서로 승부차기가 진행됐다면, 새로 바뀐 승부차기 순서는 A팀-B팀-B팀-A팀-A팀-B팀-A팀-B팀의 순으로 승부차기를 진행한다. 

선축팀 이후 진행하는 팀이 두 번 연속 차기 때문에 선축팀이 다시 시도할 때 똑같은 부담감을 안고 시도하게 된다. 서든데스 상황에서도 선축팀에 심리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교차로 찬다.

양팀 각 다섯명의 키커가 승부차기를 진행해 같은 점수를 기록할 시에는 여섯 번째 키커부터 순서를 바꿔 B팀-A팀-A팀-B팀-B팀-A팀 순으로 서든데스 대결을 펼친다.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은 포르투갈전을 하루 앞둔 29일 천안축구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퍼센트의 방심도 하지 않기 위해 다 준비하고 있다”며 승부차기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승부차기를 갈 것을 염려해서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방식의 승부차기에 선수들이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방식이 생소하니 준비해야 한다. 물론 그런 일이 없도록 90분 안에 승부를 봐야 하지만, 가야하는 상황이 될 수 있으니 준비는 한다.”

주장 이상민은 승부차기 키커가 이미 정해졌는지 묻자 “그것은 감독님이 준비하고 계신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골키퍼 송범근은 “승부차기는 경기를 하다보면 감이 온다. 한 경기에 세 개까지 막아봤다. 내일도 경기를 해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송범근은 “감이 오면 자신있게 그 방향으로 뜬다. 키가 크니 내가 넘어지면 골대까지 닿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3월 축구 규칙을 제정하는 IFAB(국제축구평의회)가 연례정기회의에서 ‘축구의 공정함과 매력’을 증진시키겠다는 목표 하에 승부차기 시스템을 변경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시범도입하기로 결정했다.

IFAB은 선축팀의 첫 키커가 승부차기를 성공할 시, 후축팀 보다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는 가설이 점점 더 사실로 입증됨에 따라 승부차기 순서에 관계 없이 공정한 환경에서 승리팀을 가리기 위해 ‘ABBA’의 시범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지난 20일 개막해 6월 11일까지 진행되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은 FIFA 주관대회 사상 최초로 ABBA 시스템을 도입한 대회로 기록에 남게 됐다. 

#유럽 여자챔피언십서 첫 시도...선축한 독일이 2연승

‘ABBA’ 방식은 최근 개최된 ‘UEFA U-17 챔피언십’과 ‘UEFA U-17 여자 챔피언십’에서 처음 시범 도입되었으며, 지난 11일 체코에서 진행된 ‘UEFA U-17 여자 챔피언십’ 준결승전 독일과 노르웨이전에서 첫 선을 보였다. 

두번의 첫 ABBA 방식 승부차기에는 실축이 많이 발생했다. 독일과 노르웨이의 준결승전에서는 독일이 선축했는데, 비더의 슈팅이 골키퍼에 막혔다. 이어 노르웨이 키커 베데의 페널티킥도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다시 노르웨이 차례가 왔고, 순데의 킥은 성공했다.

독일은 이후 라코프와 로만의 킥이 연이어 골키퍼 선방에 골대 강타로 무산됐고, 노르웨이의 세 번째 키커 트베텐이 성공하면서 2-0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다시 이어진 노르웨이 세 번째 키커 비르켈리의 킥을 독일 골키퍼 요하네스가 막았고, 이후 독일이 쾨슬러와 뉘스켄이 연속으로 성공시켜 2-2 동률이 됐다. 

노르웨이는 뵈른뵈와 호글란 등 두 명의 키커가 연이어 요하네스의 선방에 막혔고, 마지막 키커인 독일 브뤼너가 성공시켜 3-2로 승리했다. 선축팀 독일이 어려워진 상황을 극복하고 결승에 갔다.

독일은 스페인과 결승전도 승부차기로 승리했다. 이번에도 독일이 선축했고, 독일이 승리했다. 독일은 첫 번째 키커 오베르도르프가 성공했고, 스페인은 피케라스 바우티스타와 알렉산드리가 연이어 실축했다. 바우시트사의 슛이 빗나가고, 알렉산드리의 슛은 골포스트를 때렸다. 독일도 두 번째 키커 바네만이 실축했으나 비더가 성공해 2-0으로 리드했다. 스페인은 세 번째 키커 트로다의 슛이 선방에 걸렸다. 네 번째 키커 피나는 성공했으나 이미 독일의 승리가 확정됐다. 독일은 마지막 키커 쾨슬러가 성공해 3-1 승리로 우승했다.

새로운 방식은 어느 한 팀이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선축팀이 성공한 뒤 두 명이 연달아 차는 과정에서 첫 번째 키커가 실패하면 다음 키커가 받는 부담이 더 커진다는 면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했다. 

말보다는 몸으로 경험해봐야 한다. 승부차기는 실전의 긴장감과 분위기를 재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연습으로 완벽하게 대비할 수 없다. 상대의 성공과 실패 여부에 신경 쓰지 말고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해야 한다는 기본 지침은 변함없다. 주장 이상민은 “다음 경기를 준비할 체력을 위해서도 90분 안에 끝내야 한다”고 했다. 토너먼트 첫 일정에 어떤 경기에서 역사적인 남자축구의 첫 ABBA 승부차기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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