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17년 5월 한국축구가 U-20 대표팀의 활약에 집중한 사이, ‘승격팀’ 강원FC는 차분하게 승수를 쌓으며 시즌 전 기대감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강원은 5월 치른 다섯 차례 K리그클래식 경기에서 4승 1무를 기록하며 무패 행진을 달렸다. 6월 초 여름 휴식기를 앞두고 5위(승점 21점)로 올라섰다. 선두 전북현대와 승점 차이는 불과 4점. AFC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3위 포항스틸러스와 격차는 겨우 1점이다. 

강원은 광주와 5월 첫 경기에서 1-1로 비긴 이후 인천유나이티드(2-1 승), 대구FC(2-1 승), FC서울(3-2 승), 포항(2-1 승)을 차례로 꺾었다. 인천과 대구를 상대로 홈 연승을 거두고, 서울과 포항은 적지에서 잡았다. 강원의 연승 행진 사이에는 모멘텀이 있었다. 서울 원정에 앞서 치른 성남FC와 FA컵 16강전에서 0-1 패배를 당하며 탈락했다. AFC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목표로 설정한 강원의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성남전 패배로 깨어나고, 서울전 승리고 자신감 얻다

‘풋볼리스트’와 전화 인터뷰를 가진 최윤겸 강원 감독은 “사실 선수들도 너무 쉽게 생각한 면이 있었다. 경험이 있다 보니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는 예측했다. 상대가 강하고 거칠게 나왔지만 우리는 안일하게 준비했다. 선수들 모두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성남전 패배로 팀이 정신적으로 깨어났다고 했다.

성남전 패배 이후 강원이 달라진 부분은 수비 조직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한 것이다. 강원은 성남과 경기에 코너킥에 이은 헤더로 실점했는데, 앞선 6경기에서도 비슷한 패턴으로 거듭 실점했다. 최 감독은 “그동안 세트피스에 대해 특별히 말하지 않았지만 계속 이어지면 트라우마가 될 것 같았다. 철저하게 훈련으로 준비하고, 선수들과 개별 면담도 했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더 잘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성남전 패배 이후 서울 원정에서 거둔 승리는 강원이 빠르게 FA컵 탈락의 아픔을 떨쳐낼 수 있는 회복제가 됐다. 최 감독은 “서울전을 잘 치른 것이 좋은 보약이 됐다”고 했다. 서울전 승리 이후 맞이한 포항 역시 연승을 달리며 기세를 높이던 팀이다. 최 감독은 “작년에 부천이 하던 경기를 생각하며 준비했다. 부천 선수들 보다 우리 선수들이 좋으니 잘 지켜내기만 한다면 역습할 때 공격할 수 이쓴 기회가 충분히 올 것으로 봤다”고 했다.

#역습하는 강원, 수비 조직 강화 중

강원은 정조국 이근호 황진성 문창진 김경중 김승용 등 화려한 이력의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최 감독의 축구 철학도 공을 소유하고 패스 플레이로 전진하는 공격 축구다. 하지만 때에 따라 실리 축구로 승점을 노려야 할 때도 있다. 최 감독은 기세가 좋은 포항을 상대로 역습 전략을 준비했고, 이를 통해 4연승까지 도달했다. 

“수비를 두텁게 하고 역습하는 플레이를 주문했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다. 차단하는 것은 좋았는데 역습을 나갈 때 패스미스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선제골이 들어가고 두 번째 골은 우리가 준비한 패턴으로 만들어내면서 준비한 것이 잘 나타났다.”

연승으로 기세를 타고 있는 와중에 찾아온 휴식기는 오히려 반갑지 않을 수 있다.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은 지난 28일 13라운드 경기를 끝으로 6월 17일까지 휴식기를 갖는다. 강원은 6월 1일 목요일까지 선수단에 휴가를 줬다. 최 감독은 “연승도 했고, 선수들이 하루 더 쉬게 해달라고 해서 하루를 더 줬다”고 했다. 최 감독은 “우리도 계속 뛰던 선수들이 뛰었기 때문에 이쯤에 휴식기를 갖게 된 것은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반겼다.

휴식기간 강원은 쯔엉의 나라 베트남을 찾는다. 6월 7일 베트남으로 이동해 8일 호치민FC와 경기하고 9일 돌아온다. 이후 18일로 예정된 제주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를 준비한다. 제주는 전북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라 있는 강호다. 6월 강원의 일정은 ACL 진출권 달성 여부의 분수령이다. 제주전 이후 21일 전북전, 24일 수원전까지 리그 상위권 팀들과 차례로 격돌한다. 연승이나 무패가 이 경기들까지 이어지면 3위권 진입도 가능하다.

최 감독은 5월 들어 경기력이 올라온 것에 대해 “조직력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경기력이 들쑥날쑥했다. 70%에서 쭉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때는 80%의 경기력이 나왔다가 어떤 때는 50%의 경기력에 불과했다. 그런 기복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창단 수준으로 많은 선수를 보강한 강원은 이제야 궤도에 올랐다. 

“경기력의 중심이 잡히니 상대에 따른 대비 전략, 역습 전략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최 감독은 ACL 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휴식 기간 동안 수비 조직 훈련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공격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갖췄다. 2~3골씩은 계속 넣고 있다. 개인 역량도 좋고 팀 플레이도 나무랄 데 없다. 실점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수비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훈련과 미팅, 그리고 정신적으로 수비에 집중해서 준비할 것이다.”

#ACL 바라보는 강원, 여름 이적시장에 외국인 공격수 보강

탄탄한 수비를 갖추고 지금의 공격력을 유지하면 후반기에는 더 많은 승점을 쌓을 수 있다. 최 감독은 “지금까지 연승을 했지만 아직 100% 경기력을 만족하고 있지는 않다. 앞으로 보완할 부분이 많고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ACL 진출에 대해선 “아직 섣부르다. 2라운드까지는 치러봐야 한다”고 했지만 지금의 흐름이라면 도달 가능한 목표라고 자신했다.

강원은 여름 이적 시장에 선수 보강도 준비 중이다. “발렌티노스 선수가 장기 부상 중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외국인 선수 쿼터가 한 장 남아 있는 상황이다. 초반에 오범석 오승범 발렌티노스가 차례로 부상을 당하니 문제가 있었다. 정조국 선수가 부상을 당한 자리는 전술적으로 누수가 있었다. 포워드 자원으로 알아보고 있다. 발렌티노스가 올 시즌 뛸 수 없는 상황이라 여건이 된다면 볼란치 포지션도 보강할 생각이다.”

수비 조직을 보강하고, 역습 공격 패턴이 구축된다면, 여기에 새로운 공격수가 가세한다면 강원의 후반기는 더 강력해질 수 있다. 최 감독은 “지금 좋은 선수들이 있지만 주중 경기가 이어지는 일정과 부상 선수가 발생하는 상황에는 어려움이 있더라. 구단과 미리 얘기한 것도 국내 선수를 많이 영입했으니 전반기에 해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여름 이적 시장에 보강하기로 했다”며 마지막 퍼즐조각을 보강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력이 100%는 아니지만 포항과 같은 강팀을 이겨낸 모습에서 저력을 봤다. 강원은 약팀이 아니다.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며 여름 휴식기와 이적 시장을 알차게 보낸다면 리그 3위 이내 성적으로 ACL 진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희망을 말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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