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파울루 벤투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로 한국 선수들의 경기 운영이 통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2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와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가진 한국이 2-1로 승리했다. 전반 17분 손흥민, 후반 13분 이재성의 골이 나왔다. 콜롬비아는 후반 4분 루이스 디아스가 득점했다. 지난 22일 볼리비아를 1-0으로 꺾은 데 이어 2연승이다.

벤투 감독이 원한 능동적, 주도적인 경기 운영이 어느 정도 실현된 경기였다. 벤투 감독은 한국이 수준 높은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복잡한 경기 운영을 시도해 왔다. 멀티 포지션 능력을 바탕으로 수시로 포지션이 바뀌고, 여러 선수가 상대 포진의 빈 곳을 찾아내 패스를 찌를 수 있는 팀을 만들려 했다. 그 완성도가 떨어진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는 부진한 경기도 있었다.

콜롬비아는 괜찮은 컨디션, 지난 2017년의 패배를 만회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온 최상의 평가전 상대였다. 한국은 콜롬비아를 상대로 여러 번 수비의 빈틈을 열어젖혔다.

두 골 모두 한국 선수 다수가 능동적으로 경기에 개입해 상대의 빈틈을 억지로 만들고 이를 마무리해낸 경우다. 선제골은 이재성과 황인범의 압박에 이어 공격수 황의조의 2선 이동과 스루 패스, 손흥민의 마무리가 어우러진 장면이었다. 결승골은 김민재의 드리블을 통한 공 운반, 풀백 김문환의 오버래핑을 통한 상대 수비진 교란, 그 틈을 적절한 타이밍에 파고들어 슛으로 마무리한 이재성의 판단이 조합됐다.

한국이 능동적인 경기를 해냈다는 건 벤투 감독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벤투 감독은 여러 차례 만족감을 밝혔다. “수준 높은 경기를 했다. 경기 전반을 지배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우리 플레이스타일과 원칙을 갖춰가면서 전술 변화를 점검했다. 짧은 시간 안에 선수들이 잘 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벤투 감독이 부임 직후부터 추구해 온 축구가 어느 정도 구현됐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선수들 역시 능동적인 판단에 바탕을 두고 경기를 운영했다. 좋은 수비력과 함께 득점의 시발점이 되는 빌드업까지 보여준 센터백 김민재는 “즉흥적으로 하는 것도 많다. 감독님도 말씀하시는 게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해야 한다’고 하신다. 감독님 지시대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큰 틀만 주시고 작은 것들은 우리가 맞춰가는 거다”라고 말했다.

첫 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손흥민과 좋은 호흡을 보인 공격수 황의조는 투톱에게 수비 부담을 덜어주고 꼭 필요한 시점에 압박하라는 등 전술적인 지시가 있었지만, 세부적인 움직임은 손흥민과 유기적으로 맞췄다고 말했다. “내가 수비 뒷공간으로 움직이면 흥민이가 그 사이에서 받고, 흥민이가 뒷공간으로 움직이면 내가 그 사이에서 받고. 그런 변화를 많이 했는데 잘 됐다. 흥민이와 내 위치를 계속 돌리면서 사이드로 빠질 때는 빠져 주고, 중앙에서 한 방을 노릴 때는 노렸다. 흥민이도 나도 좋은 경기가 됐다.”

이재성은 “감독님 온 이후로 선수들에게 전술적으로 워낙 잘 인지시켜 줘서 불편 없이 맞춰가고 있다. 선수들 서로 잘 도와주고 있어서 어려운 게 없다”고 말했다. 선제골은 벤투 감독이 지시한 압박을 선수들이 잘 기억하고 있다가 동시에 실행한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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