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조언자 역할을 제안받을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직장’을 제안하는 입장이지만 히딩크 전 감독 이야기를 할 때면 저자세로 일관했다.

2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7년 제 7차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결과가 이날 오전 발표됐다. 이날 안건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건 단연 히딩크 전 감독 문제였다. 히딩크 전 감독이 어떤 식으로든 한국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뒤, 여론은 당장 신태용 국가대표팀 감독 대신 히딩크 전 감독을 선임하라고 들끓었다. 축구협회는 신 감독 체제로 가겠다는 원칙을 유지하는 가운데 히딩크 전 감독과 접촉했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신태용 감독 체제로 월드컵까지 간다는 걸 다시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히딩크 감독이 최근 인터뷰에서 도와줄 용의가 있다고 했다. 우리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도움을 받겠다는 생각이다. 기술위가 동의했다. 히딩크 감독과 추후에 세부적인 논의를 하자고 했다.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선 이야기 나눈 내용을 발표하지 못하는 사정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미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히딩크 전 감독의 한국 대표팀 재부임은 이로써 완전히 무산됐다. 애초에 성사되기 힘든 일이었다. 히딩크 전 감독은 논란 이후 직접 언론사 인터뷰를 갖고 자기 입장을 밝혔는데, 대표팀 감독을 원한다는 말은 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사만 표현했다. 월드컵 스케줄도 이미 갖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 미국 폭스TV 해설을 맡기로 했다. 지난 6~7월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분석 위원으로 출연하며 월드컵까지 이어지는 해설팀에 합류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히딩크 전 감독과의 접촉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처음 밝혔다. 히딩크 전 감독이 네덜란드 현지에서 입장을 밝힌 뒤, 축구협회가 바로 원하는 역할을 묻는 이메일을 보냈다. 히딩크 측은 감사하다는 원칙적인 회신만 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담아 보내지 않았다. 다가오는 10얼 7일 러시아 원정 평가전에 히딩크 감독이 찾아갈 예정이므로 김 위원장은 러시아 현지에서 만나 서로의 입장을 나누고, 기술 고문이나 자문역으로 선임할 수 있다면 어떤 역할과 직책을 원하는지 들어볼 예정이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히딩크 전 감독에게 어떤 역할, 어떤 효과를 원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히딩크 전 감독을 선임하는 이유에 대해 “도움을 주시겠다고 하니까, 월드컵도 여러 차례 나갔고 경험이 많은 분이라면 그런 마음을 갖고 계시다는 걸 안 이상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소 추상적인 이유다. 히딩크 전 감독이 어떤 면에서 한국에 필요한지, 신태용 체제에 무엇을 보완해야 하며 거기에 히딩크 전 감독이 어떻게 부합되는지 분석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김 위원장은 히딩크 전 감독의 조언이 “상징적인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렇다면 신 감독의 의사결정을 침해할 우려도 있다. 이를 막을 장치를 마련할 것인지, 아니면 히딩크 전 감독이 대표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건지 정도는 축구협회가 미리 결정한 뒤 고문 자리를 제안해야 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히딩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뒤 답변 드리겠다”는 입장만 반복해 이야기했다.

김 위원장은 “히딩크 감독의 포지션은 (이를테면) 기술 자문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돌이켜보며 “옆에서 조언을 하고 자문을 구하는 건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는데, 그 선이 그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운 거다. 폭넓게 히딩크 감독의 노하우를 들을 수 있도록 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기술 자문의 역할을 정하는 건 미묘한 문제고, 논란 속에 선임된다면 더 그렇다. 그러나 히딩크 전 감독이 왜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밝히는 말은 없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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