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10월 A매치는 중동 구단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중요한 기회다. 수비수 임창우, 미드필더 남태희는 이번 기회를 잡아야 월드컵 본선에 갈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대표팀은 10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소집된다. 그중 10월에 열리는 유럽 원정 A매치는 K리거가 완전히 제외됐기 때문에 유럽파, 일본파, 중국파, 중동파로 구성됐다. 반면 12월에 열리는 동아시안컵은 한중일 리그에 소속된 선수 위주로 구성된다. 두 경기에서 일종의 이원화 현상이 생겼다.

이미 입지가 탄탄한 유럽파, 양쪽 모두 선발될 수 있는 ‘동아시아파’들과 달리 중동파 및 K리거들에겐 기회가 더 한정적이다. 이번 10월 소집의 경우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한때 중동은 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진출하며 국가대표의 요람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지금은 이근호, 곽태휘, 한국영, 이명주, 조영철 등 중동에서 뛰던 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K리그로 돌아오며 상황이 달라졌다. 중동에서 뛰는 대표급 한국 선수의 숫자가 많이 남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이번 유럽 원정을 가장 절실하게 맞이할 선수들이 중동파다. 마지막 기회에 가까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단 두 명만 선발될 정도로 신태용호 안에서 이들의 비중은 축소돼 있다. 대표급 미드필더 박종우가 예비명단으로 밀리며 임창우, 남태희 두 명만 선발됐다.

임창우의 소속팀 알와흐다(UAE), 남태희의 소속팀 알두하일(카타르)은 각 리그에서 선두권을 질주하고 있다. 2라운드 현재 2전 전승을 거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임창우와 남태희는 두 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진짜 도전자에 가까운 선수는 임창우다. 임창우는 2015년부터 2016년에 걸쳐 A매치 5경기를 소화했다. 그 뒤로 1년 넘게 대표팀에 돌아가지 못한 상태였다. 월드컵 본선으로 가려면 이번 소집에서 출장 기회를 잡고, 자신의 가치도 보여줘야 한다.

임창우는 수비진 세 자리를 모두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임창우를 널리 알린 포지션은 라이트백이고, 중동에서도 오른쪽에서 활약한 기간이 길었다. 한편 유소년 때부터 프로 입성 이후까지 중앙 수비로 선발 출장해도 늘 어색함 없이 활약해 왔다. 최근에도 팀 사정상 중앙 수비를 맡고 있다. 유사시엔 레프트백도 소화한다.

멀티 플레이어는 전술을 다양하게 만들어준다는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 한국이 ‘2014 브라질월드컵’처럼 대회 내내 포백을 쓸 것이 확정적이라면 포백 각 위치의 선수를 2배수 선발하면 된다. 반면 포백과 스리백을 병행할 가능성이 있다면, 센터백을 6명 뽑기도 애매하고 풀백과 윙백을 따로 뽑는 것 역시 애매하다. 그럴 때 멀티 플레이어가 있으면 선발의 유연성이 커진다. 임창우가 벤치 멤버 이상의 가치를 증명한다면 본선에서도 스쿼드 플레이어로서 경쟁력이 있다.

남태희는 A매치 36경기 4골을 기록했고, 특히 최종예선 과정에서 8경기 2골을 기록하며 기성용, 구자철과 함께 최다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이 부임한 뒤 치른 막판 두 경기에서 모두 경기 직전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갑자기 도전자가 됐다. 중동에서만큼은 경쟁력을 증명한 선수기 때문에 이란, 우즈베키스탄 상대로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는 건 위기였다.

카타르 명문 알두하일(레퀴야를 계승한 팀)에서 구단 역사상 최고 선수 중 한 명일 정도로 뛰어난 활약 중이지만, 소속 리그가 카타르라는 점이 늘 발목을 잡아 왔다. 외국인 선수에게 많은 짐을 지우는 리그 풍토상 드리블 등 개인 플레이에 익숙하다는 점도 대표팀에선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됐다. 이번 소집을 통해 신 감독의 경기 운영에 맞출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월드컵 본선으로 갈 수 있다.

본선에 갈 자격을 보일 수 있다면 남태희는 쓸모가 많은 선수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여러 자리를 두루 소화할 수 있다. A매치 득점은 4골로 그리 많지 않지만, 그중 3골이 아시안컵 본선과 월드컵 최종 예선 등 중요한 경기에서 나왔다. 한 골 차 아슬아슬한 승리를 이끌어내는 해결사 기질이 있다.

이번 대표팀은 한중일 리그에서 뛰는 선수 위주로 소집돼 10월 2일 출국,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7일 러시아 대표팀과 첫 평가전을 치른다. 이어 10일경 스위스 등 유럽의 다른 국가에서 모로코와의 평가전을 가질 계획이다. 중동파는 유럽 현지로 합류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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